
검찰과 병무청이 지난해 12월 합동수사팀을 꾸린 지 약 3개월 만에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 등 병역면탈사범 일당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남부지검은 ‘뇌전증 위장’ 수법으로 병역회피를 시도한 병역면탈자 109명, 공무원 5명 및 공범 21명, 병역 브로커 2명 등 총 137명을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브로커 구모 씨(47)와 김모 씨(38), 래퍼 나플라(본명 최석배)와 그의 출근부를 조작한 공무원 등 7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의뢰인에 브로커와 계약해 대가를 지급하거나 목격자로 행세하는 등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면탈자의 가족·지인 20명도 포함됐다. 공범 중에는 한의사와 전직 대형로펌 변호사도 있다.
이들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브로커와 공모해 발작 등 뇌전증을 거짓으로 꾸며내고 병무청에 허위 진단서를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구 씨와 김 씨는 맞춤형 시나리오를 제공한 뒤 허위로 보호자·목격자 행세를 하면서 1∼2년에 걸쳐 진료기록을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의뢰인으로부터 각각 300만∼ 1억 1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범죄수익 약 16억 원을 추징보전 조치했다.
병무청은 뇌전증 이외의 문제로 이들 브로커와 계약한 의뢰인, 최근 수년간 뇌전증으로 병역을 감면받은 이들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 병역판정검사를 정밀화하고, 지속적인 약물 복용 여부도 검사할 계획이다.
구상엽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는 “형사처벌과 별개로 기소된 이들이 병역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수사 과정에서 나플라의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둘러싼 공무원들의 비리 혐의가 포착되면서 관련자들이 구속기소 됐다.
나플라가 서울 서초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공무원들은 그가 출근한 적이 없는데도 141일 동안 정상 근무한 것처럼 일일 복무상황부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나플라가 정상 출근했지만,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적응하기 어려워 잦은 지각과 조퇴·병가가 불가피했다는 내용의 기록을 남겼다.
다만 병무청과 서초구청 공무원들이 금품 등 대가를 받은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은 정신질환 등을 앓는 사회복무요원 관리가 어려운 점 등 여러 사정 때문에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