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장애인 국가대표팀이 제17회 파리 하계 패럴림픽에서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지난 달 막을 내린 올림픽의 감동을 재현했다.
한국은 8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탁구 남자단식(스포츠등급 MS4) 결승에서 김영건(광주광역시청)이 완차이 차이웃(태국)과 풀 게임 접전 끝에 3-2(6-11 11-0 11-7 9-11 11-5)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6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김영건의 금메달로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두고 금 6개, 은 10개, 동메달 14개 등 총 30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순위 20위에 자리했다.
17개 종목에 83명의 선수가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대회 개막 전 목표로 삼았던 금 5개, 종합순위 20위권 진입에서 금메달 수을 초과 달성한 데 이어 종합순위에서도 목표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이 금메달 6개 이상을 획득한 건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이후 8년 만이다.
우리나라는 1988 서울 패럴림픽부터 2008 베이징 패럴림픽까지 매 대회 두 자릿수의 금메달을 획득했고, 2012 런던 패럴림픽에서는 금 9개, 은 9개, 동메달 9개로 12위에 올랐다.
리우 대회에선 금 7개, 은 11개, 동 17개로 20위를 차지했다가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선 금 2개, 은 10개, 동메달 12개로 41위까지 처졌다.
도쿄 대회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한국은 과감한 세대교체와 스포츠 과학 지원 등을 통해 대표팀 체질을 개선했고, 그 결과 이번 대회에서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2004 아테네 패럴림픽부터 금메달을 수집한 김영건은 개인 통산 5개 금메달로 패럴림픽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 공동 2위에 올랐다. 1위는 7개를 딴 탁구 이해곤이다.
김영건과 같은 종목에 출전한 김정길(광주광역시청)은 준결승에서 차이웃에게 패해 아쉽게 동메달에 만족했다.
카누(스포츠등급 KL3) 남자 카약 200m 결선에 출전한 최용범(도원이엔씨)은 41초91로 8위에 올랐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수영 3관왕 조기성(경기도장애인수영연맹)은 자신의 대회 마지막 출전 종목인 남자 50m 배영(스포츠등급 S4) 예선에서 54초75를 기록해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조기성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다.
이밖에 여자 에페 단체전 8강에서는 권효경(충남 홍성군청), 조은혜(부루벨코리아), 백경혜(한전KDN)이 출전한 한국이 태국에 42-45로 석패해 준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역도(파워리프팅) 여자 73㎏급에 나선 정연실(평택시청)도 100㎏을 성공했지만 6위에 머물렀다.
한편 장애인 귀화 1호 패럴림피언 원유민은 이번 패럴림픽 기간 진행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선수위원 투표에서 당선됐다.
IPC는 지난 7일 원유민을 포함한 6명이 IPC 선수위원으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원유민은 파리 패럴림픽 대회 기간인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5일까지 참가 선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 총 296표를 받아 입후보한 25명 중 네 번째로 많은 득표 수를 기록했다.
1위는 육상 레닌 쿠냐(353표·포르투갈), 2위는 수영 블라디슬라바 크라브첸코(340표·몰타), 3위는 육상 마티나 카이로니(309표·이탈리아)가 차지했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때 신설된 IPC 선수위원은 선수를 대표해 세계 장애인 체육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목소리를 낸다.
1988년 1월 한국에서 태어난 원유민은 네 살 때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고 12세 때 가족들과 캐나다로 이민 갔다.
캐나다 휠체어농구 국가대표로 2016년 리우 패럴림픽에 참가했던 원유민은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생각에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하고 노르딕스키 선수로 전향해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했다.
원유민의 당선으로 한국 장애인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원유민은 "대한장애인체육회와 주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당선까지 돼 정말 기쁘다"며 "앞으로 선수들의 이야기를 더욱 경청하고 변화를 만들어,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돌려줄 수 있는 IPC 선수위원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경기신문 = 정민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