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대병원에서 발생하는 '노쇼(No Show)'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의료대란과 인력 공백으로 인해 병원 경영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예약 취소 없이 나타나지 않는 환자들로 인한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대병원은 행정적·재정적 손실을 입을 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의 진료 기회마저 박탈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민주·비례) 의원이 공개한 ‘전국 10개 국립대병원 예약 부도(노쇼) 현황’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예약된 환자 약 2000만 명 중 158만 명(7.0%)이 사전 예고 없이 당일 진료를 취소하거나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다.
특히, 강원대병원이 13.9%로 가장 높은 노쇼 비율을 기록했으며, 제주대병원(9.7%), 충북대병원(9%)이 그 뒤를 이었다.
2023년 들어서도 노쇼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강원대병원이 여전히 13.6%로 가장 높았고, 서울대병원의 경우 6.4%에서 6.9%로 소폭 증가해 상황이 더 악화됐다. 전체적으로는 2022년 65만 명(7.2%), 2023년 64만 명(7.0%)으로 약간의 감소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의료대란 속에 심각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노쇼 문제는 국립대병원의 경영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백승아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10개 국립대병원의 누적 손실액은 약 4127억 원에 이르렀다. 그중 서울대병원이 1627억 원으로 가장 큰 손실을 보았고, 경북대병원(612억 원), 전남대병원(359억 원), 부산대병원(330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큰 재정 손실은 병원 운영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으며, 환자 진료의 질도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병원 측은 노쇼의 원인으로 ▲환자의 개인사정 ▲검사 및 수술 지연 ▲다른 병원에서의 진료 등을 꼽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들은 ▲스마트 콜센터 운영 ▲홈페이지 및 모바일 앱을 통한 취소 안내 ▲수차례 예약 안내문자 발송 ▲진료 날짜 신속 변경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노쇼 방지 캠페인도 진행 중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쇼 규제에 대한 논의도 제기되고 있지만, 병원 측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진료 예약을 제한하면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응급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며 "자발적 취소 없이 방문하지 않는 환자에 대해 패널티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승아 의원은 "노쇼로 인한 의료 인력과 재정적 손실이 너무 크며, 그 피해는 결국 다른 환자에게까지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쇼가 줄어들수록 환자 모두가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여건이 조성된다"며 "예약문화 개선을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노쇼 문제는 단순히 병원의 재정 손실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 개선과 관련된 문제로도 부각되고 있다.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다른 환자들의 진료 기회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 전반적인 예약문화 정착과 책임 있는 진료 취소가 요구된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