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내년에 가시적인 턴어라운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파운드리사업부를 이끄는 한진만 사장이 9일 취임 후 첫 메시지로 선단 공정인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의 빠른 램프업(Ramp-Up·생산량 증대)’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 우리 사업부가 삼성전자의 가장 중요한 사업부로 성장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 사장은 이날 사내 게시판에 공개한 메시지에서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전환을 누구보다 먼저 이뤄냈지만 사업화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함이 너무나 많다”며 “기회의 창이 닫혀 다음 노드(3㎚, 2㎚ 등 반도체 공정 기술 수준)에서 또다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 “PPA 혁신과 성숙 노드 확대가 관건”
한 사장은 공정 수율 개선과 성능(P), 전력 효율(P), 칩 면적(A)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PPA)의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모든 노브(Knob·공정 최적화 조건)를 샅샅이 찾아내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고 경쟁력 있는 공정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숙 노드(기술 개발이 완료된 공정) 사업화도 언급했다. 한 사장은 “성숙 노드는 선단 노드(최첨단 공정)의 사업화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추가 고객 확보와 사업 확대를 위해 모든 엔지니어링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 경쟁사와의 격차 인정, 기술 도약 다짐
한 사장은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타 대형 업체에 비해 기술력이 뒤처지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를 극복해 언젠가는 주요 경쟁사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2㎚ 공정에서 시험생산 수율 60%를 넘기며 내년 양산을 예고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22년 3㎚ 공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음에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2021년 18%에서 올해 3분기 9.3%로 하락했다.
이에 대해 한 사장은 “단기간에 메이저 업체를 추격할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 자신 있게 삼성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 경쟁력을 키워 나가자”고 당부했다.
◇ “비효율 업무 없애고 기술 집중”
한 사장은 조직 내 비효율적인 업무 관행을 지적하며 개선을 주문했다. 그는 “임직원들이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이나 형식적인 보고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리더들이 신경 써달라”며 “엔지니어들이 실험과 연구, 창의적 사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