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병의 날과 현충일, 6·25 한국전쟁 등이 있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국민의 호국·보훈의식 및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달을 의미한다.
특히 국민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한 6월 민주항쟁이 있었던 달이기도 하다. 올해 6월 민주항쟁 기념일은 38년의 시간을 넘어 대한민국을 뒤흔든 비상계엄과 내란에 분노한 국민이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시민 각자의 '민주 항쟁'이 시작된 날로서 의미를 더한다.
◇38년전 지켜낸 민주주의…다시 일렁이는 변화의 물결
매년 6월 10일은 6월 민주항쟁, 6·10 민주항쟁으로 불리며 1979년 12·12사태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군사정권의 장기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일어난 범국민적 민주화 운동의 법정기념일이다.
1979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대통령 직선제 헌법 개정을 포함한 민주체제를 요구하는 민주화 운동에 대해 강경 탄압으로 일관했다. 1987년 1월 서울대 학생이었던 박종철 군이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에 연행돼 조사받던 중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이에 대한 거리시위가 전개됐다.
학계·문화계·종교계 등 각계각층에서는 '군사정권 유지를 위한 호헌조치 반대성명' 등 민주시국선언을 잇따라 내놓았고 민주화투쟁 열기는 고조됐다.
같은 해 5월 18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은폐·축소 조작된 사실을 밝혔고 6월 9일에는 연세대 학생이었던 이한열 열사가 시위 과정에서 최루탄에 뒷머리를 피격당해 쓰러져 병원에 후송됐지만 7월 5일 끝내 사망했다.
이후 7월 9일 이한열 열사의 장례가 민주국임장으로 거행됐고 산발적으로 전개되던 민주화 투쟁은 야당과 재야 민주세력이 총결집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결성으로 이어져 비폭력투쟁 민주헌법 쟁취 선언, 전국민적 민주화 투쟁의 구심체가 됐다.
분노한 국민들은 대학생부터 30대 직장인까지 대거 시위에 참여해 전국적으로 확산했고, 6월 항쟁의 결과로 '6.29선언'이라는 직선제 개헌 시국수습특별선언이 발표돼 1987년 12월 대통령 선거가 직선제로 치러지는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독재정부의 장기집권을 끝내고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뤄냈다는 큰 성과와 정치, 사회, 문화적 민주주의 이념 및 제도가 뿌리내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나라의 변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왔던 국민들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이다.
38주년을 맞은 올해 6월 민주항쟁 기념일은 단순한 역사적 기념일을 넘어 현재의 민주주의를 되새기고 지켜야 할 가치로 되살리는 날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지난해 12월 3일 대한민국을 뒤흔든 비상계엄과 내란이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충격을 안겼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독재 정권의 퇴진과 대통령 직선제를 국민의 손으로 쟁취했던 민주주의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고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는 시민의 힘이 어떤 위기에서도 민주적 가치를 회복시킬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올해 6월 민주항쟁 기념일은 단순한 과거의 기념이 아닌 현재의 민주주의를 위한 '경계의 날'이자 '다짐의 날'이라는 의미를 더한다.

◇피와 땀으로 지켜낸 민주주의, 그들을 기억하는 움직임
제38주년 6월 민주항쟁 기념일을 앞두고 당시 숭고한 희생과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기념식 등 행사는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경기 수원시의 경우 지난 7일 남문로데오 청소년문화공연장에서 '6·10민주항쟁 38주년 기념식 및 수원민주사랑어울림' 행사를 개최했다. 기념식에는 이재준 수원시장, 이재식 수원시의회 의장, 수원지역 시민 활동가 등 300여 명이 참석해 6월 민주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민주주의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의장은 "6·10 민주항쟁 이후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산소처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며 "하지만 최근 우리는 민주주의가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재차 알게 됐고 중요한 교훈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흘린 땀과 눈물,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민이 피로 지킨 민주주의를 후대에 전하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이제는 우리가 더 열심히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하며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장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