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 시간을 되짚고 땅의 기억을 되살린다. 수원 고색뉴지엄에서 열리는 '고색 古索, 다시 찾은 땅'은 서수원 지역의 변화된 풍경과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한 전시다.
'고색'이라는 지명에서 착안한 이번 전시는 옛 것을 다시 찾는다는 의미처럼 빠르게 도시화된 지역 속에 남아 있는 기억과 흔적을 사진으로 다시 소환한다.

전시는 고색동 토박이 마을기록자인 서동수 작가와 '사진마음터' 동네사진아카이브팀이 함께 구성했다.
두 참여 주체는 같은 주제 아래 서로 다른 시선과 방식으로 고색과 서수원 지역을 기록해냈다. 한쪽 전시장에서는 서동수 작가가 수인선이 지나던 마을 고색동의 오래된 풍경과 기억을 담담히 풀어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카이브팀이 오목천동, 고색동, 평동, 세류동 네 지역을 따라 걸으며 담은 사진들이 전시된다.

서동수 작가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고색동을 오랫동안 카메라에 담아온 마을기록자다. 사라진 골목, 목련꽃이 피던 철길 옆 녹색 대문집, 수인선 협궤열차의 흔적 등은 지금은 볼 수 없는 기억의 풍경이다.
그는 "너무 멀지 않기에, 너무 흔하기에 흘려보냈던 것들이 다시 볼 수 없는 유일한 풍경이 된다"고 말한다. 주민의 눈으로 틈틈이 찍은 소소한 풍경들은 마을에 깃든 시간과 감정을 오롯이 담아낸다. 그의 사진은 단순한 풍경의 나열이 아니다. 사진 속엔 과거를 현재로 끌어오려는 시도와 일상 속 순간을 붙잡아두려는 애정이 깃들어 있다.

목련이 피던 봄날의 철길, 동네 어르신의 무심한 인사, 오래된 정미소와 벽돌공장이 품은 마을의 산업사까지. 그는 골목길의 틈새, 뻘밭 너머의 기억, 그리고 어느 날 사라진 장소들에 이르기까지 고색동이라는 마을의 역사와 정서를 고스란히 필름에 새겨왔다. 그의 작업은 마을이 품은 고유의 정서와 삶의 결을 엮어내며, 마치 구술사처럼 한 마을의 시대를 기록한다.

사진마음터 동네사진아카이브팀은 2021년부터 서수원 지역을 기록해온 사진 공동체다. 이들은 수인선의 지리적 흐름을 따라 오목천동, 고색동, 평동, 세류동을 차례로 걸으며 마을의 풍경과 사람, 사라져가는 장소들을 기록했다. 협궤열차가 지나던 철길은 이제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되었고, 개발과 공존하는 마을의 정서는 사진에 켜켜이 담겨 있다.
사진마음터 동네사진아카이브팀은 오목천동의 오래된 철도터널, 고색동의 삼각선 분기점, 평동의 넓은 들판과 주민센터 뒷골목, 세류동의 새터마을과 끊긴 선로까지, 수인선의 궤적을 따라 도시 외곽의 시간을 담아냈다.

사진 속에는 빠르게 바뀌는 도시 환경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동네의 정취와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황구지천 위를 지났던 오목선 철교, 철길 자리에 새롭게 조성된 자전거 도로와 공원, 세류동 급수탑 등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요한 상징들로 작동한다.
이들은 동네를 기록하면서 '도시의 틈새에 남겨진 삶'을 포착하고자 했다. 급변하는 도시에서 지속되는 일상, 낯익지만 놓치기 쉬운 풍경,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다.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동네의 기억과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하는 방식으로 기능하며, 도시 재생과 문화자치의 관점에서도 의미 있는 작업으로 읽힌다.

전시는 7월 6일까지 고색뉴지엄 지하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고색동을 중심으로 서수원 일대에 남은 기억과 사람, 시간의 풍경을 다시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한편 이번 전시는 '고색뉴지엄'이라는 장소성과도 밀접하다. 폐수처리장에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고색뉴지엄은, 과거 산업과 기억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전시는 이곳에서 새로운 지역 문화거점으로 나아가는 두 번째 기획초대전으로, '고색'을 다시 마주하고 새롭게 인식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