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을 깨물다 /이원규 살다 보면 자근자근 달빛을 깨물고 싶은 날들이 있다 밤마다 어머니는 이빨 빠진 합죽이였다 양산골 도탄재 너머 지금은 문경석탄박물관 연개소문 촬영지가 된 은성광업소 육식 공룡의 화석 같은 폐석 더미에서 버린 탄을 훔치던 수절 삼오십 년의 어머니 (…… ) 어느새 나 또한 죽은 아버지 나이를 넘기며 씹을 만큼 다 씹은 뒤에 아니, 차마 마저 씹지 못하고 할 만큼 다 말한 뒤에 아니, 차마 다 못하고 그예 들어설 나의 틀니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어머니 틀니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장례식 날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털신이며 속옷이며 함께 불에 타다 말았을까 지금도 무덤 속 앙다문 입속에 있을까 누구는 죽은 이의 옷을 입고 사흘을 울었다는데 동짓달 열여드렛날 밤의 지리산 고향의 무덤을 향해 한 사발 녹차를 올리는 열한 번째 제삿날 밤이 되어서야 보았다 기우는 달의 한쪽을 꽉 깨물고 있는, 어머니의 틀니 - 이원규 ‘달빛을 깨물다’ / 천년의시작·2019 시인이 11년 만에 내놓은 새시집의 표제시를 다시 읽는다. 자신의 틀니를 생각하다 어머니 틀니를 떠올린다. 시인의 눈에는 평생 기우는
거부감이 들었던 디지털 & 미디어 리터러시(디지털 리터러시)가 교육계에 미래교육을 위한 큰 화두를 던지고 있어서 주목받고 있다. 이유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적용된 교육이 학생과 교사들에게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학기 동안 경기도 D중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했는데, 단 1명의 학생들도 졸지도 않고 집중하는 모습을 1학기 내내 보여줬다. 자유학년제를 실시하는 D중학교에서 교과별 수업에서 일정 시수를 할애해 진행하는 주제선택 시간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으로 진행했다. 사실, 수업 전에 교사나 학생 모두 망설인 부분도 있다. 가능하면 교과수업과 연계된 주제선택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길 원했기 때문이다. “과연,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수업에서 가능할까?” “학생들은 생소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어떻게 반응할까?” “교과담당교사가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을 보조로 참여하면서 얻는 것이 있을까?” 디지털 리터러시 전문강사의 진행으로 사전에 가졌던 두려움은 기우였음을 알 수 있었다. 평소 수업 시간에 졸기만 하고 학습능력이 떨어졌던 학생들도 기웃기웃하
걱정을 늘 하며 사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아침에 눈만 뜨면 하늘이 무너질까, 혹시 땅이 꺼지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었다. 그러니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지인이 찾아와 그에게 물었다. “자네 걱정이 뭣인가?” “저 하늘이 무너지지 않을까 밥을 먹어도 밥맛이 없네” 친구가 달래었다. “하늘은 기가 뭉친 것이니 무너질 리가 없네. 하늘은 그저 공기 덩어리니까 걱정을 놓게” 그러자 그가 또 말했다. “땅이 꺼질까 겁이 나서 못 살겠네” “땅이란 흙덩어릴 뿐이야. 흙덩어리가 어찌 무너진단 말인가?” “그렇다면 저 하늘의 달과 별이 떨어질지도 모르지 않는가?” “달과 별은 우주의 순리에 따라 돌고 도는 것이니 떨어질 리가 없지” “난 그 말조차도 믿지를 못하겠네” 그는 끝내 걱정을 놓지 못했다. 사주팔자에 근심·걱정을 달고 나왔으니, 걱정이 없으면 걱정 없는 것이 걱정이 되어 되레 걱정을 만들며 살았다. 우리 주변엔 이렇게 유달리 걱정 속에 사는 이가 많다. 세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는 1967년 완공된 서울∼인천 고속도로다. 그후 1968년부터 4년간에 경부고속도로(서울∼부산)가 완성되고 호남·영동 고속도로의 제1차 공사 구간인 대전∼전주와 신갈∼새말이 각각 완공되었다. 50년이 지난 현재는 이같은 고속도로를 포함한 자동차 전용도로의 길이만 11만㎞가 넘었다. 비약적인 발전이 아닐수 없다. 하지만 시간의 절약과 편리함속에 도로를 이용하는데 따른 비용 발생도 증가, 운전자의 부담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운전자가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정한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고속도로 통행요금은 폐쇄식의 경우 기본요금+(주행거리×차종별 ㎞당 주행요금), 개방식은 기본요금+(요금소별 최단이용거리×차종별 ㎞당 주행요금)으로 산정하며 거리, 노선, 차로별 할인·할증을 적용해 정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부과되는 고속도로 주행요금 단가는 2018년 현재 ㎞당 1종 44.3원, 2종 45.2원, 3종 47.0원, 4종 62.9원, 5종 74.4원이다. 통행료는 예외규정을 받는 차량이 극히 적을 정도로 요금 징수에 철저하다. 그러나 국가가 정한 특별한 날 임시로 통행료가 면제 되기도 한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처음 면제된 것은
가난 /강성은 철따라 노예들은 귀가 커져간다 주인들은 바닥까지 흘러내린 노예들의 귀를 잘라 발에 던져놓는다 노예들은 천천히 자신의 귀를 꾹꾹 밟아준다 한겨울에도 밭에선 크고 탐스런 옥수수들이 붉은 머리를 풀고 주렁주렁 달려 있다 - 강성은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 창작과 비평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화려한 가난의 옷을 입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고 있다. 한 때는 ‘웰빙’이라는 상표에서 지금은 ‘힐링’이라는 상표로 등록 되어진 삶의 가치관을 앞세워 자신도 모르게 가난의 근성을 숨기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럴수록 화려한 외피를 걸치는 데 급급해져 가는 거리엔 마른장마가 한창이다. 비어 있는 깡통에서 흘러나오는 콜라 한 방울에 달라붙는 개미들의 행렬처럼 보이지 않는 갑질 앞에서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잘라 밟아 버리는 풍습이 생긴 마을에 ‘붉은’ 옥수수밭이 강물처럼 출렁인다./권오영 시인
염태영은 바쁘다. 사람중심행정과 거버넌스의 결실인 수원용인경계조정에 광교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이재명 지사가 손꼽은 아동담당의제, 생태교통수원2013, 도시정책시민계획단, 시민배심법정, 아시아인간도시수원포럼과 꿈꾸는 놀이터, 도시양봉, 시민숲 등 교과서에까지 실린 수많은 최초 타이틀의 다양한 정책·성과 등은 여유를 가질만도 하건만 여전히 움직임의 흔적을 쫓기에도 헉헉댈만큼 바쁘다. 전국 지방정부가 민선7기 1돌을 맞아 앞다퉈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쏟아낸 지난 6말 7초, 염태영은 기자회견 생략도 모자라 ‘세계속의 수원세일즈’ 현장에서 소식을 접할 만큼 의욕과 열정이 넘쳐난다. 하긴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동력이자 최대 근간조직인 전국 226개 기초정부 대표자로도 할 일이 넘쳐나는데 지방정부 공통의 난제이자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로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손사래치기 바빴던 ‘복지대타협 특위’ 위원장까지 기꺼이 떠맡아 희생하겠다는 걸 감안하면 딱히 특별한 일도 아니다. 지난 2006년 ‘친노의 몰락’ 속에도 ‘자치’를 전면에 걸고 ‘당선증&
열어놓은 창문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새어들기 시작했다. 선명하게 들려오던 지난 밤 귀뚜라미 소리만으로도 쟁쟁했던 내 여름의 열기가 꿈속인 듯 허물어지고 있다. 나에게 가을은 그렇게 특별한 예고도 없이 한 낯을 지나 서서히 스며들던 밤처럼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오곤 했다. 도로변 들판의 색깔이 변하는가 싶으면, 과일가게 가판대의 과일들이 포도-복숭아-사과-배-감으로 달라지고, 더하여 제법 길이 감 있는 머플러를 찾아 두르기 시작하면서 이미 가을은 내 안에 훅, 들어와 있곤 했다. 흔히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하는 그 가을이 말이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의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은 그 옛날 중국에서부터 유래됐다고 한다. 수시로 변경을 침략해 오던 흉노족의 말들이 중국 북쪽의 광대한 초원에서 봄부터 여름까지 풀을 배불리 먹고 하늘 높아지는 가을에는 충분히 살이 쪘다는 의미였다. 흉노족의 입장에서는 혹한기의 양식을 구하기 위해 살찐 말을 앞세우고 남쪽으로 활기차게 쳐들어갔겠지만 흉노족의 노략질에 대비해야하는 북방중국인들에게는 차라리 잔인한 계절이었을 것이다. 그 잔인한 계절 가을에 북쪽 변방으로 출정하는 친구에게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