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 동남각루의 연혁을 살펴보면, 1796년 7월 정조의 지시에 의해 창건되었고 어느 때인가 소실됐으나 그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다. 다만, 1917년 수원 지도에서 동남각루는 보이지 않고 치성만 확인되는 것으로 볼 때 소실된 하한선은 구한말과 일제강점 초기로 추정할 수 있다. 동남각루의 복원은 1978년대 수원성 복원정화사업 4단계에서 포함돼 1천682만원이 들었다. 동남각루의 해체보수는 2016년에 있었는데 당시 각루는 복원한지 약 30년이 되어 초석이 내려앉고 기울어진 상태였다. 공사 이전 보수설계 단계에 필자는 운 좋게 참가할 수 있었다. 보수설계의 목적은 현황시설을 그대로 해체복원을 하는 것이지만, 필자는 당시 해체보수를 통해 혹시 잘못된 문제가 있으면 원형을 찾는 기회로 삼고자 하였다. 역사자료를 치밀하게 검토하고 이를 근거로 복원설계도를 작성했다. 그 결과 여러 문제점이 돌출되었는데, 첫째는 용마루의 방향이 남쪽을 향하지 않고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점이다. 둘째는 계단이 있는 후면부에 계단이 중앙에 있고 벽이 흙벽으로 되어 있는 점이다. 셋째는 1층에 있는 군인이 사용하는 온돌방의 위치가 성벽 쪽에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 복원에서는 의
두레마을에서는 이번 주에 감자 심기에 열심을 다하고 있습니다. 내일까지 심으면 500여 평 심게 됩니다. 우리가 심는 감자는 여느 감자와는 다릅니다. 대관령에 있는 국립감자종자연구소에서 농학자들이 개발한 신품종 감자를 종자로 받아 심고 있습니다. 오늘 심은 감자는 품종 이름이 ‘아리랑’입니다. 금년에 처음으로 실험장에서 나온 감자입니다. 아리랑 감자는 기능성 감자로 노화방지와 여성들의 피부 미용에 기여하는 특수 품종입니다. 두레마을은 국민들의 감자를 많이 먹기 운동을 시작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1인당 일 년 감자 소비량이 100㎏이 넘습니다. 유럽인 전체로는 80㎏ 이상입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소비량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작 13㎏ 정도입니다. 적어도 너무 적습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1인당 매년 감자 소비량이 30㎏ 수준으로 까지는 올려야 합니다. 문제는 좋은 품종의 감자를 개발하는 일과 병충해의 피해 없이 자연농법으로 깨끗한 감자를 기르는 데에 달려 있습니다. 감자 농사는 특성상 독한 토양 소독제와 살충제 같은 유독성 농약을 사용하여야 하기에 이를 극복하고 자연농법으로 깨끗한 감자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도록 재배하여 보급하
달 항아리 속의 고양이 /최춘희 새로 돋은 이빨이 간지러운지 벽을 긁다가 서재 꼭대기 뛰어올라 슬며시 아래를 훔쳐보다 달 항아리 속에 들어가 잠든 애기 고양이 가르릉 소리를 내며 구만리 꿈길 돌고 돌아 젖도 못 떼고 생이별한 어미와 상봉 중이다 온몸을 공처럼 둥글게 말아 웅크린 채 포근한 구름 수레에 실려 응석받이로 안겨 있네 쏟아질 듯 흘러넘치는 기분 좋은 햇살의 무량함이 체한 듯 둔중한 가슴을 씻겨주네 - 최춘희 시집 ‘초록이 아프다고 말했다’ / 2018 이제 막 이빨이 나기 시작한 애기 고양이가 달 항아리 속에 들어가 한정 없이 쏟아지는 햇살을 이기지 못하고 최대한 몸을 말아 잠에 든 모습. 젖도 못 떼고 어미와 헤어졌지만 어쩌겠는가. 한 끼의 장면을 덮고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시간들이 한없이 밀려오고 있다. 나의 안쓰러움과 애기 고양이의 두려움이 교차하는 봄날, 눈부신 햇살과 대조되어 극명하게 다가온다. 애기 고양이가 어떻게 서재까지 오게 되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길거리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어서 안심이 된다. 저 어린 생명을 거두어준 손길이 없었다면, 여린 생명에 대한 경외가 없었다면 우리 곁에서 꽃 한 송이
벚꽃이 만발하다. 꽃구경을 즐기기 위해 거리에는 인파들이 모이고, 사람들의 발걸음에는 설레는 마음이 총총 실려 있다. 언젠가 벚꽃들은 슬픔 속에서 고요하면서도 찬연하게 만개를 했었다. 하지만 그사이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아픔과 슬픔이 분노로 바뀌기도 했고, 지나간 세월이 어느덧 치유해놓은 곳들도 있으며, 더는 자극이 되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다져진 부분도 생겼다. 물론 아직도 분노와 혼돈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마음도 여전히 우리에게는 있고, 그러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봄바람과 함께 살랑거리는 마음도 있다. 벚꽃이 피는 풍경은 매해 그 모습을 바꾼다. 꽃잎이 점점이 흐드러져 있는 모습은 화가의 붓 터치를 연상하게도 한다. 특히 한 그루의 나무가 그 속에 에너지를 축적해 놓았다가 어느 순간 꽃망울을 터뜨리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의 회화가 선사했던, 그 신선하고 순수한 에너지가 떠오른다. 색채가 인간의 영혼의 깊숙한 곳까지 가 닿아 심연을 요동시키는 운동력이 있다고 믿었던 칸딘스키는 꽃이 만발하듯 색이 만발하는 생기발랄한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였었다. 그러한 칸딘스키의 색채 표현은 당시에는 매우 참신한 것이
상속세는 부의 집중현상을 조정하고 소득재분배 기능면에서 소득세의 기능을 보완·강화하는 사회정책적 의의를 갖는 조세로 이해되어 오고 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도입된 우리나라 상속세는 재산규모에 따라 현재 10~50%의 누진율로 과세된다. OECD 국가 평균 상속세 최고세율이 26.6%인데 비해서 우리나라 상속세는 국제 비교해 높은 수준에 있다고 보겠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되면 황망한 가운데 장례를 지내고나서 상속인들 간의 재산의 이전, 세금신고 등 법적절차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경우 최소 10억 원 상속공제가 되므로 상속재산이 10억 원 이하라면 상속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사망 당시 재산 뿐만 아니라 10년간 사전 증여한 재산·생명보험금·퇴직금·사망 전 2년 이내 처분해 인출한 재산으로 용처를 못 밝히는 재산도 상속재산에 포함되므로 이 모든 것을 합해 10억 원이 초과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상속재산은 돌아가신 분의 유언이 있는 경우에는 유언에 따라 분배된다. 상속인들이 동의 못하는 불균등유언에 대해서는 상속인의 최소한 권리를 유지하기 위한 민법상의 유류분 제도를 통해 법정지
올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한 지 100주년이 된 해이지만 한편으론 3·1독립만세운동이 벌어진 지 100년을 맞는 해다. 일제의 강압 통치로부터 벗어난 지도 74년이 흘렀다. 이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 나라엔 매국노 친일파 후손들이 득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활과 문화 곳곳에 일제 강점기의 잔재가 깊고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 이에 경기도는 올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언어 속 일제잔재 청산도 추진하기로 했다. 도는 아직도 공문서 등에 일제잔재 표현과 관행들이 많이 남아있다며 “민간기관과 국어학자 등 전문가와 추진단을 구성해 일본식 표현을 전수조사하고, 순화어 100개를 발표해 보급하는 등 언어 속 일제잔재 청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는 추진단을 구성, 5월부터 잔재 청산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료 조직 곳곳에 지금도 잔재는 버젓이 남아 있다. ‘징구(徵求)’, ‘~에 의거’ ‘만전을 기해’ ‘행락철 도래’ ‘공람’ 등 행정용어와, ‘주사’, ‘서기’ 등 직급명칭은 일제 강점기 시절과 달라지지 않았다. 교육계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훈시·훈화’란 말이 사용되고 있다. 국민의 대변자라는 국회의원도 함부로 일본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온 국민을 울린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쯤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바다에서 전복돼 침몰했다. 배는 금방 가라앉지 않고 이틀 동안이나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배에 그대로 있으라’는 잘못된 정보가 방송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지켜보는 사람들은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해경을 비롯한 당국이 손을 쓰지 못하고 결국 탑승객 476명 가운데 30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돼 온 나라는 통곡의 장으로 변했다. 특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4명 중에 희생자가 많이 나옴에 따라 지켜보던 사람들의 마음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사고를 겪은 시민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하며 철저한 사고조사와 원인 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후 5년간 주체를 바꿔가며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국민이 납득할만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사고 직후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침몰원인으로 급격한 진행 방향 변경과 화물 과적, 고박 불량, 무리한 선체 증축 등을 지목했다. 2015년 1월에는 세월호 1기 특
한국 사회에서는 의사가 “당신은 지금 알코올 중독 상태입니다”라고 진단을 내려도 쉬 수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이 정도 안마시고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느냐?” 반문한다. 현대인은 상당수가 일중독 상태임에도 역시 “지금처럼 치한 경쟁사회에서 이 정도 일 안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나?” 반문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집단적인 일 중독증 상태에 빠져 있으며 그러한 일 중독증의 해악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마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신과전문의 이홍식 교수는 “일중독증은 업무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병리현상을 일컫는 말로 현대사회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사회적 성인병”이라고 설명했다. 일중독증은 알콜중독이나 약물중독처럼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을 너무 많이 하거나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누적되는 과정에서 신체에 질병이 생기거나 지방발령을 받는 등 특정한 계기가 발생하면 기력을 상실하고 탈진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 경우 환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점점 예측할 수 없고 변덕스런 행동을 보이다가 가족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