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취업자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만9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고, 실업률은 4.5%로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몰아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일하고 싶어하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는 122만4천명으로, 같은 달 기준으로는 환란 와중인 2000년(123만2천명) 이후 19년 만에 최다였다. 취업자 증가가 적은 것은 비교 대상인 지난해 1월 취업자가 33만4천명이나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라지만, 절대 실업자 수가 환란 때 수준으로 올라간 것은 국민들의 고용 체감지수가 그만큼 악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용의 양적 측면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17만9천명), 농림어업(10만7천명)의 취업자는 늘었지만, 제조업(-17만명)이나 도·소매업(-6만7천명)은 줄었다. 정부가 일자리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낸 공공분야에서는 늘었지만, 민간기업이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는 줄어든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지난해 4월부터 줄고 있는 제조업 취업자의 감소 폭이 전달 보다 확대된 것도 좋지 않은 신호다. 고용률, 생산가능인구(15∼64세) 고용률, 체감실업률 등 어떤 고용지표도 1월보다 나아진 게 없다. 따라서 정
필자의 진로강의는 다음 4가지 질문으로 시작한다. 다음은 귀신같은 알파고 도깨비 방망이 알렉사가 더 발달하여 하나의 AGI가 되어버린 미래로부터 현재 우리들에게 경고하듯 던지는 그 질문들이다. 1번, 왜 어떻게 질문이 부와 권력이 되는가? 2번, 왜 게임을 즐기던 학생이 취업에 더 유리한가? 3번, 왜 병원은 점차 사람을 죽이는 곳이 되는가? 4번, 왜 쓸모가 없거나 적은 것들이 더 귀해지는가? 현재 입시제도 속에서 차라리 ‘SKY 캐슬’ 드라마의 코디가 되고 싶은 교사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달은 SKY 캐슬을 무너뜨리고 있다. 한 인간의 암기와 이해가 집단지성을 이룬다고 해도 단 하나의 두뇌로 작동할 인공지능의 발달과 빅데이터의 연결에 비교될 수 없다. 병원에서 의학논문을 읽는 IBM 왓슨의 공부속도와 인간 의사의 의학논문 읽는 속도를 비교한 보도를 보면 왓슨이 3시간 읽을 논문을 인간이 다 보려면 3000년이 걸린다. ‘이세돌’을 이겼던 인공지능은 ‘커제’의 눈물 이후 알파고와 알파고의 바둑대결을 했다. 인간 기사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기발한 기보들을 남기고 알파고는 인공일
구멍 속의 방 /성향숙 여자가 구멍을 통해 밖을 들여다본다 거울 속처럼 눈부신 사물들이 둥둥 떠 있다 정지된 방 안의 시간을 이리저리 굴리며 여자는 밖의 풍경들을 재단한다. 그늘 영역 넓히는 정자나무 아래 소란스런 몇 명의 아이들, 철조망 줄줄이 붉은 꽃들, 벌 떼처럼 가벼운 장미 꽃잎이 골목의 소음이 된다 마른 국숫발 햇살이 두꺼운 구름 뚫고 양철 판자 지붕 위로 떨어진다 노란 현기증이 대지에 가득 퍼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꿈틀거리는 풍경들 겹겹의 주름 속에서 붙었다간 흩어지고 흩어지다 다시 달라붙는, 여자의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는 깜깜하다 단칸방 창문에 격자 한 칸만큼 덧붙인 쪽유리, 안쪽에 눈동자가 매달려 있다 작은 유리 구멍 속에는 엉덩이로 걷는 여자가 산다 -시집 ‘엄마, 엄마들’ 저 쓸쓸한 독거의 아득함이라니! 구멍은 폐쇄된 공간에서의 칩거를 함의한다. 생과 사의 경계에 놓인 아슬아슬한 시간의 다른 이름이며 언젠가는 닫히고야 말 눈꺼풀처럼 허무한, 최소한의 소통공간이다. 그러나 유폐된 삶에서의 구멍은 전 우주에 다름 아닐 것, 엉덩이로 걷는 여자에게 구멍 밖의 세계를 본다는 것은 밖을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안을 들여다보는 것
내 나이 어언 백 서른둘이다. 오늘 아흔두 살인 내 손자가 죽었다. 그가 누구인가. 천금 같은 내 손자. 그는 내 무릎 위에서 재롱을 떨고, 내 등에 업혀서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건만 이제 그는 하늘나라로 갔다. 슬프다. 슬픔이 앞을 가려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모진 놈. 무정한 내 손자 놈. 이 할미를 홀로 두고 하늘나라로 간 내 손자가 너무 너무 그립다. 내 품에 안겨 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그의 머리에 백발이 와서 앉았다. 눈도 어두워지고 귀도 온전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몹쓸 당뇨병까지 덮쳤다. 손자는 늘 이 할미 앞에서 병 든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약 먹어라 그러면 낫는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 비싼 약값을 치룰 돈이 없었다. 돈 없는 신세라니. 나도 그를 도울 만큼 부유하지가 않다. 나는 그가 죽을 만큼 가난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거기다가 현대의학이 어떠한가? 당뇨병 정도는 병도 아니다. 의사의 처방대로 약 먹고 주사 맞으면 백 스무 살까지 능히 살 수 있다. 그러나 내 손자는 현대의술을 거부했다. 그렇게 해서까지 연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남들은 걸핏하면 장기를 바꾼다. 심장도 갈아 끼우고 위장도 인공위장으로 대체한다. 어디
매운탕 하면 주로 생선 매운탕을 말한다. 바닷고기나 민물고기가 원 재료다. 어느 것이든 신선도가 중요하지만 끓이는 방법이 약간 다르다. 바다생선 매운탕은 고추장을 푼 국물에 생선 토막을 넣고 익을 정도만 끓인다. 너무 오래 끓이면 살이 뼈에서 떨어져 나와 부서져 버리고 맛이 없다. 반면 민물생선은 살이 뭉그러지도록 오래 끓여야 흙내도 없고 들척하여 제맛이 난다. 웬만한 주부라면 기초 상식으로 통한다. 조선말기 조리서 ‘시의전서’에서는 “생선조치는 격식이 매우 다양하다. 찌개를 하려면 고춧가루에 기름 두어 숟갈을 넣어 갠 뒤 찌개 위에 얹으면 빛깔이 아름답고 맛이 칼칼하여 좋다”고 하여 고추장만 푸는 것보다 고춧가루를 넣는 것이 더 좋다고 적고 있다. 궁중에서는 고추장을 푼 찌개를 ‘감정’이라 하고, 국물을 바특하게 끓인 찌개나 찜·조림 등 간이 짠 반찬을 ‘조치’라고 한다. 예부터 민물 매운탕 중 최고로 친것은 쏘가리 매운탕이다. 특히 천자어(天子魚)라 부르는 황쏘가리는 매운탕을 끓여 노부모를 봉양한다고 하여 효자탕이란 별명도 있다. 바다생선 매운탕으로는 민어를 제일로 여긴다. 민어는 몸집이 클수록 차지고 맛있다. 그리고 회를 뜨고 남은 머리와 뼈 내장을 모
귀가 아프다 /김지헌 당신이 먼 길 떠났다 돌아올 때까지도 저 울림통은 소리로 철벽을 칠 것이다 땅 속에서 7년을 벼르다 짧은 황홀을 맛보았으니 어찌 난산을 두려워하랴 마을을 통째로 떠메고 갈 것처럼 매미가 제 목숨 쏟아내는 동안 나무는 그 소리에 감전된 채 목을 내어주고 귀가 아프다는 것은 매미가, 혹은 어떤 인생이 전생을 떠메고 가느라 마지막 목숨 쏟아내는 것 소리의 상여길 같은 것 지금 우리가 숨 쉬며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소음공화국이다. 눈만 뜨면 모든 매체들에서, 거리에서 세상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소리, 소리들. 이것들은 하나같이 허공을 떠돌며 소리의 철벽을 치고 있다. 어디에 있든 피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소음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대적으로 서로의 등판에 활시위를 당기며 서로를 격하게 비방하는 소리에 점점 감전되어 가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소리의 상여길을 걷고 있다. 아니, 내가 그 소리의 상여길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 볼 일이다. 칠년을 땅속에서 벼르던 울림통은 먼 길 떠났다 돌아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향기마저도 철벽으로 가두어 버린다. 한여름 매미 울음이 소음으로 들려 창문열기를 얼마나 주저했는가. 귀가 아프도
2018년 서울의 주택 증여 건수는 2만4천765건으로 전년대비 66.7% 증가했다고 한다. 이렇게 증여가 갑자기 늘어난 배경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으로 다주택자가 증여를 통해 세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자식들이 자력으로 집 마련이 어려워 부모가 지원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여에는 큰 세금부담이 따른다. 증여전략을 어떻게 해야 세금절약에 유리할까? 집값이 1억원 이하일 때는 증여세가 10%, 1억원~5억원은 20%, 5억원~10억원은 30%, 10억원~30억원은 40%, 30억원 초과는 50%이다. 재산 전체에 대해 과세되는 상속세와는 달리 증여세는 수증자의 증여받는 액수를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수증자가 여러 사람이면 보다 낮은 구간의 세율을 적용 받는다. 주택을 자식에게 물려줄 때 증여대상을 아들 한사람으로 하기 보다는 며느리, 손자, 손녀 등으로 넓혀 수증자를 여러 명으로 하면 절세를 할 수 있게 된다. 채무도 함께 물려주는 부담부증여를 하면 세금을 낮출 수 있다. 부모가 10억원 상가를 증여하는 경우 4억원의 대출금까지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대출금을 뺀 6억원에만 증여세가 과세된다. 임대보증금도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