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유난히 뜨겁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소식에 문득 숫자 하나가 떠오른다. ‘화씨 451’. 종이책이 불타기 시작한다는 온도, 그리고 70여 년 전 출간된 디스토피아 소설의 제목. 미래 사회를 암울하게 담아낸 문학 작품을 읽고 있으면 소설 속에 그려진 세계가 지금 우리 사는 세상과 너무나 닮아있어 흠칫 놀라곤 한다. 조지 오웰은 ‘1984’에서 감시와 권력으로 자유와 진실이 통제된 사회를 그렸고,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에서 소비와 쾌락에 길들여져 사유가 마비된 사회를 그렸다. 그리고 ‘화씨 451’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 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화씨 451’은 레이 브래드버리의 1953년 작품으로, 책을 압수해 불태우는 방화수(fireman)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방화수 소속 직원인 몬태그는 화재 진압이 아니라 신고를 받고 달려가 책을 태워버리는 일을 10년째 하고 있다. 이 소설이 더욱 기이하고 두렵게 다가오는 이유는 책을 불태우는 광기 어린 장면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읽지 않게 되어 가는 과정이 지금 이 세상과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길고 복잡한 문장을 불편해하고, 자신과 다른 낯선 것을 마주하는
법무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 수는 30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의 유학생 유치 정책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에서 선언했던 유학생 수가 30만 명이었고, 그 목표 시점이 2027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양적 성장은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셈이다. 유학생 유치에 방점을 두던 정책에서 이제 이들의 학업, 취업, 정주로 이어지는 제도적 지원 방안 마련에 고심해야 할 때다. 우리 정부의 유학생 유치 정책은 1967년 GKS, 즉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사업에서 시작되었다. 외국 정부의 한국인 초청 사업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으로 외교적 차원에서 시행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국내외 환경이 지금과 달라 사업 시행에 어려움이 많았다. 본격적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2004년이다. 동북아 지역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정책이 시작되었던 당시만 해도 유학생 수는 1만 6000여 명 수준이었다. 이후 정책의 모습은 조금씩 변화되어 왔지만, 여전히 얼마나 많이 유치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유학생 유치는 중요한 문제여서 대학마다 관심이 증대하고
가정의 달 5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계절, 소중한 이들에게 미뤄 두었던 안부를 전하고 기억 속의 고마운 이들을 떠올리며, 가족과 사회 속에 함께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몇 년 동안 미국에 살았던 적이 있다. 새로 살게 될 집에 처음 들어가던 날, 현관 앞에는 환영 카드와 작은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낯선 땅에서의 첫날, 그 작은 환대는 그곳에 사는 내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옆집 도로시아 아주머니는 달걀을 빌리러 오기도 하고, 빵을 만들어 가져다주기도 하며 종종 집에 들르곤 했다. 핑계 삼아 얼마간이라도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웃의 온기가 느껴지곤 했다. 존 할아버지와 팻 할머니는 추수감사절마다 우리 가족을 초대해 명절 음식을 나누고, 아이들의 특별한 공연 날에는 꽃다발을 들고 찾아와서 당신 손주들 보듯 예뻐해 주곤 했다. 아이들이 처음 자전거를 배우던 날도 기억난다. 몇 번이나 넘어지던 아이가 마침내 혼자 힘으로 바퀴를 굴리며 앞으로 나아가던 그 순간, 뒤에서 우리보다 더 큰 소리로 환호를 보내 준 이들도 이웃집 가족이었다. 돌이켜 보면 그들은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는 아니었지만 타국에서 살아가던 그 시절
미국 뉴욕에서 손님이 왔다. 맨해튼 북부 할렘 지역에 소재한 데모크라시 프렙 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우리 한성대학교 학생들과 팀을 이루어 언어와 문화를 교류하는 체험 활동을 하루 동안 진행했다. ‘고맙습니다’, ‘이거 얼마예요’, ‘떡볶이가 맛있어요’, 교실에서만 배우던 한국어를 서울에서 실제로 사용하고 소통한다는 것에 학생들은 내내 흥분한 모습이었다. 낙산공원, 혜화동, 대학로 일대를 누비며 다이소에서 선물도 고르고, 인생네컷 사진도 찍고,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교내 식당에서 양념치킨도 먹고, 서툰 한국어로 말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가며 연신 설레는 모습이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난해에 이어 우리 대학에서 두 번째로 운영한 행사였는데, 미국 고등학생과 한국 대학생, 두 나라 학생들의 만남을 지켜보며, 이렇게 또 씨앗 하나가 어딘가에 심어졌구나 싶은 마음에 보람이 느껴졌다. 뉴욕의 공립 차터스쿨인 데모크라시 프렙 고등학교는 한국어를 필수 과목으로 채택하고 한국식 교육철학을 접목해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도모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학교다. 이들에게 한국어는 단순한 외국어 과목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로 이끄는 매개가 되고 있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겨울 내내 적막했던 캠퍼스 곳곳이 다시 붐비기 시작한다. 강의실 앞 복도와 계단, 교내 식당과 카페가 학생들로 채워진다. 왁자지껄한 소음 사이로 들려오는 언어들도 다양하다.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은 서로 낯설지만 그 안에 흐르는 설렘과 작은 긴장감은 닮아 있다. 개강 무렵 캠퍼스 풍경은 마치 공연을 앞둔 오케스트라의 조율 시간과도 같다. 커다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악기를 들고 앉아 채 완성되지 않은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불안감과 기대감을 공유하는 그 순간.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평소보다 다소 높은 톤으로 “안녕하세요, 여러분!” 인사를 건네면 이내 수줍은 작은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되돌아온다. 출석부 속 낯선 이름들을 하나하나 불러 보며 강의실 곳곳의 새로운 얼굴들을 눈에 담는다. 이름도, 살아온 환경도, 쌓아온 경험도 서로 다른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앉아 있다. 그들 속에 단단히 서서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한다. 이번 학기도 이 공간에서 우리만의 작은 작품 하나 잘 만들어가 보자고. 신학기 풍경이야 늘 그렇듯 활기가 넘치지만 요즘 개강 풍경에는 예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들려오는 언어가 다양해졌다는 사실
교육부와 법무부는 지난 2월 12일 ‘교육국제화역량 인증대학 및 유학생 유치·관리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는 대학의 국제화 역량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해 2012년부터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시행해 온 제도다. 유학생 유치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 체류 등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각종 지표로 대학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한 대학에는 인증 자격을 부여해 사증 발급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반면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유학생 유치·관리 부실이 확인될 경우 제재를 가하도록 설계된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정부의 유학생 유치 정책인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가 처음 시행된 2004년,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섰다.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5년에는 25만 명을 상회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양적 확대가 가속화되면서 단순한 유치 경쟁을 넘어 안정적이고 책임 있는 관리 체계의 필요성이 커졌고,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인증제가 정착해 왔다. 이번 평가는 제4주기 기본계획 개편 내용을 반영해 대학의 행정적 부담은 완화하되, 부실한 유학생 관리에 대해서는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었다는 점
지난달 생중계로 화제가 되었던 정부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낯익은 주제가 들려왔다. 문화체육관광부 보고에 대한 대통령 질의 중 일부이다. 정리해 인용하자면 이렇다. “해외 순방을 다녀보니 한글을 배우는 기관 단위가 다양하게 있더군요. 세종학당, 한글학교, 한국학교... 세종학당은 어떻게 지정하는 겁니까? 몇 개나 있어요? 예산이 얼마나 되나요? 수요가 많다면서요?” 평소 동료 교수나 지인에게서 종종 마주하게 되던 질문을 대국민 국정보고 자리에서 듣게 되니 반가움이 밀려왔다. 한국어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나 정부 부처는 대상에 따라 목적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국정보고 자리에서 언급되었던 해외 교육기관들만 한정하여 살펴보더라도 한글학교는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며 외교부 재외동포청에서 관리한다. 한국학교는 교육부에서 관리하는 정규 교육기관으로 주재원 자녀 등 대한민국 국적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세종학당은 외국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리한다. 재외동포 사회에서 자생하여 계승어로서의 한국어교육을 담당하는 한글학교나 한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한국학교와는 달리 세종학당은 K팝이나 K드라마, 웹툰, 뷰티, 패션 등 다양한
‘유학생 30만 명 시대’를 선언하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는 교육 국제화 역량을 제고하고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국가 전략 중 하나이다. 교육부는 유학생 유치를 위한 학사 유연화 방안의 하나로 대학 정원과 무관하게 외국인 유학생만으로 학과 및 학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였다. 이에 국내 대학들은 외국인 전담학부를 신설하며 유학생 유치 기반을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유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했고, 대학의 국제화 지표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체 대학의 유학생 수는 이미 25만 명을 넘어섰고, 그중 외국인 전담학부 입학생은 4518명에 이른다. 외국인 전담학과는 2024학년도 107개에서 2026학년도 335개로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학생의 양적 증가는 이미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고 이제는 정책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교육의 질과 학업 성취가 뒷받침되지 않는 국제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대학 현장에서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는 질문은 '유학생들이 전공 교육을 통해 실제로 성장하고 있는가'이다.
낙산 공원 가을 단풍이 한창이던 10월의 마지막 날, 한양도성길 성곽 아래 자리한 우리 대학에서는 해외 각국에서 온 유학생들을 위한 작은 축제가 펼쳐졌다. 낯설고도 재미난 한국문화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을 기반으로 한바탕 경연을 펼치는 ‘외국인 한국어 뽐내기 대회’가 열린 것이다. 400여 명의 참가자들이 학교 대강당을 가득 채운 채 하루 종일 웃음꽃을 피웠다. 개인 참가자들이 각각 일정한 주제로 발표를 선보이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여타 기관에서도 종종 개최되는 편이지만, 여러 명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주제를 선정하고 대본을 쓰고 외워 연습한 후 팀별로 무대에 올라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펼치는 이런 형식의 말하기 대회는 흔치 않아 자부심을 느끼며 이어가는 우리 기관의 특별 행사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대회는 기획 단계부터 몇 달이 소요되는 데다, 준비 과정 내내 학생들도, 교사들도, 행정팀도 하나같이 품이 많이 들고, 대회 당일에도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아 다양한 층위의 협력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매년 꾸준히 대회를 운영해 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어느덧 13회차를 맞이한 이번 대회에는 해외 자매대
지난 3월 정부는 글로벌 최우수 인재 유치를 통한 첨단 산업 지원 방안에 대해 발표하였다. 탑티어(Top-Tier) 비자, 청년드림 비자 등을 통해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본격화하겠다는 것, 광역비자, 비자·체류정책 제안제 등을 통해 지역과 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겠다는 것, 이민자의 다양한 교육 수요를 반영하여 사회통합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하겠다는 것, 국민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한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및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 전반에서 인재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각국의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청년 인력이 감소하고 있고, AI·로봇·자동차 등 첨단 산업의 발전 속도를 기존 교육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해당 분야의 인재 배출 속도가 늦어지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주요 국가들은 자국 내 인재 양성과 더불어 해외 우수 인재 유치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숙련 인력을 대상으로 한 점수제 출입국 제도를 도입하고, 2022년부터 세계 명문대학 졸업자를 위한 고급 인재 비자를 시행하고 있다. 특정 분야의 우수한 인재이자 리더에게 주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