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돌아보니 한 해가 저물고 있다. 2022년은 호랑이 해였다. 대외적으로는 2월에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줄 모르고 있고, 미국에서는 자국내 물가 안정 정책에 따라 고금리로 가고 있다. 기후 위기에 따른 국제 환경 이슈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대내적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연일 뉴스에 오르고, 고금리와 고환율의 경제도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여야 간에 소통은 부재하고 나아가 정치인들과 유권자 사이도 불통인 듯하여 답답한 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해가 가고 있다. 조직이든 가정이든 개인이든 한 해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이다. 개인의 차원에서 사자성어로 2022년 올해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송무백열이다. 松茂栢悅. “소나무가 잘 자라서 무성하면 주변에 있는 잣나무도 좋아한다”는 말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의 반대 의미이다. 평범한 인간의 욕심의 발로일까. 남이 잘 되면 함께 좋아해 주고 칭찬해 주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이 사자성어는 친구들이 경쟁자들이 잘 되고 성과를 내며 명성을 얻으면 자기도 그 옆에서 잘 난 친구, 경쟁자와 함께 빛나는 것이다. 3월에 대통령
연말, 이맘때쯤이면 해마다 언론 미디어에서는 올해의 사건 사고 등을 간추려 한해를 정리하는 기사가 나온다. 그중에는 올해의 단어, 신조어, 사자성어(四字成語)를 통해 한해를 되돌아 본다. 직장과 사회, 국제 관계에서 지난 한해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해를 반추하는 MZ세대들의 말을 한번 살펴보자. 중꺽마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을 세 글자로 줄여서 말한 것이다. 중꺽마, 무슨 말인지 처음에는 알쏭달쏭 감이 오지 않았다. 그 뜻을 알고 나니 아하 느끼는 순간, ‘올해의 단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말줄임 언어생활이 보편화되었다. 소셜미디어 사용이 확산하고 대중화하면서 짧게 줄여서 말하는 언어 습관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결과다. 우리 대한민국팀은 카타르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태극전사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좋은 경기를 축구 팬들과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2골만 잃어도 사기가 꺽일 만하고, 전반전에서는 무려 네 골을 내준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포기하고 소극적일 수 있는데, 우리 선수들은 그러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니까. 졌잘싸
언론의 자유 “의회는 특정 종교를 국교로 정하거나, 스피치와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거나,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를 제약하는 법을 받을 수 없다” 미국 연방의회가 1791년에 채택한 미국의 수정헌법 1조이다. 종교와 정치의 분리, 집회의 권리, 민주사회의 언론 자유와 표현 자유의 보장을 법적으로 명시한 대표적인 조항이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한국 헌법 21조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 조항이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국가 기관과 국민의 모든 행위와 자유는 헌법과 법률의 규율을 받는다. 스피치의 자유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떤 대상에 대해 말할 자유, 표현할 자유를 의미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언론과 출판의 자유라고 할 수 있겠다.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헌법으로 규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제도로서의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건강한 여론 형성이 어렵고, 여론은 국민의 생각과 의견이고 이를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역할이 언론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어 행정부를 구성하고 국가를 대표한다. 국민은 대통령의 발언과 의사결정, 정부의 정책에 직간접
믿기지 않는 참사 지난 10월 29일 서울 한복판 이태원에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참사가 일어났다. 핼러윈 축제에 참여하려고 찾은 젊은 청춘들이 어처구니없이 길바닥에서 스러졌다. 사상자들 중에는 외국인도 다수 포함되어 있고 대부분은 20대들이다. 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밀려드는 곳에서 출동한 소방구조대원들과 시민들이 넘어진 사람들을 들어내고 긴급 CPR을 실시하였으나 희생자는 너무나 컸다. 그런데 이후에 드러나는 경찰과 행정자치부, 용산구청 등 관계 기관의 무대응과 책임자들의 발언과 그 인식은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말의 전쟁 언어 전쟁 여권은 이를 두고 사고라 하고, 야권은 참사라고 한다. 한쪽에서는 사망자라고 하고, 다른 측에서는 희생자라고 한다. 분향소에 조화만 있고 영정과 위패는 없다. 국가애도 기간을 선포했지만 검은 리본 띠에는 ‘근조(謹弔)’가 없다. 커뮤니케이션학은 사람들의 소통 현상을 커뮤니케이션의 모델로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말이나 글로써 감정이나 정보, 지식을 소통한다. 화자와 청자는 말로써 서로의 의사를 전하고 수용하고 토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화자와 청자는 전하고 수용하는 양자 간의 ‘의미 공유’가 핵심적인
역사란 무엇인가.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 Carr)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언명하였다. 그저 시간이 흘러 역사가 되는 것이 아니고, 사건이나 인물이 현재와 미래 관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최근 독도 인근에서 일본과의 해상 훈련이 여론의 관심되면서 이 훈련이 ‘한반도에 욱일기 휘날릴 우려’라는 행태로 비판을 받자 한 정치인이 일본은 조선과 전쟁을 한 적이 없고 조선은 내부에서 썩어서 무너졌다고 발언하여 논란이 되었다. 식민사관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조선이 무능하고 부패하여 내부적으로 붕괴된 것이며, 일본과의 전쟁을 통해 패망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조선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일본의 식민사관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조선이 내부적으로 무너지는 상황이라면 힘에 의한 일본의 한반도 침탈은 정당화되는 것인가. 이 같은 식민사관적 발언에서 역사의식의 부재(不在)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제의 강점으로 국권을 잃은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핍박받고 피눈물을 흘렸는가. 상해로 하얼빈으로 또 만주벌판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떠날 수밖에 없었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하고 나오면서 했던 대통령의 말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외국 정상들이 참석한 회의장에서 바깥으로 이동하면서 외교부 장관에게 한 대통령의 말로써 비속어와 함께 미국 대통령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이 xx”는 미국 의회가 아니고 한국 국회를 의미하고, 바이든은 “날리면”이라는 해명이 대통령실의 홍보수석으로부터 나왔다. 한미관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에서 한국 국회에 대한 언급과 비속어로 논란의 초점이 옮겨졌고 이 말은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바이든? 날리면? 어떻게 들리십니까 논란이 된 이 영상을 수십번 반복해서 들어 봤더니 누군가는 “바이든”으로 들린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날리면”으로 들린다고 한다. 이 같은 관심은 언어음성학적 차원(linguistic phonetics)의 문제이다. ‘ㅂ(비읍)’이 나타내는 소리는 입술소리(양순파열음)로 입술모양을 본떠서 ‘ㅁ(미음)’에 획을 더한 것인데, 목젖으로 콧길을 막고 위·아랫입술로 입을 다물
“뚜 뚜 뚜우, 오후 1시입니다. HLKA 방송입니다.” 라디오 방송을 듣다 보면 아나운서는 수시로 현재 시각과 방송국의 무선호출부호를 알려준다. 어린 시절 이같은 시보(時報)와 함께 알려주는 HLKA와 같은 방송국의 알파벳은 무심히 들었던 것이지만 이게 무슨 의미인지 오랫동안 궁금증을 더하였다. HL은 방송국이 사용하는 무선국의 국가 식별부호이다. 그렇지만 나라마다 사용하는 무선국의 식별부호라고 해서 각국 정부가 마음대로 정해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이라는 국제기구가 전파를 사용하는 각 국가에 국가식별부호를 부여하여 국가별로 구분하여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7년 미국에서 열린 ITU회의에서 HL을 부여받았다. 당시 미군정이 신청하여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으며, 각 방송국은 HL이라는 접두어에 방송국마다 부여된 알파벳을 사용하게 된다. HLKA, HL은 한국의 무선국을 의미하고 KA는 KBS의 제1라디오라는 뜻이어서 언제든 다른 방송국과 식별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 일종의 고유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HL은 한국의 미디어 역사에서 어떤
블랙머니와 검사의 두 얼굴 “블랙머니”. 검은 돈, 뇌물이나 부정한 거래에 은밀하게 오가는 돈이라는 뜻인데, 은행매각 비리, 금융 범죄를 다룬 영화이다. 이 영화의 소재는 외국계 사모펀드가 은행을 헐값에 매입하고, 매각한 사건을 파헤치는 검사 이야기. 영화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한 수사 검사가 수사 중지라는 윗선의 외압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증거자료를 폭로한다. 그런데 부장검사와 사건 배후에 있는 핵심 인물인 전직 총리가 사건 실체의 은폐를 은밀히 합의하는 데, 더 눈길을 끈 것은 검사 사무실 벽면에 걸린 액자였다. 이 액자에는 “공명정대(公明正大)”라는 네 글자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공명정대한 길을 걸어 왔는가 현실은 영화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내외부적 압력에 따른 사건 무마 등 사회적 사건을 그저 영화 속의 픽션으로만 볼 수 없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논란의 중심에서 검찰이 처한 현실이다. 그간 검찰이 가진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해 왔는지에 대해 동의하기 어려운 것은 주지의 사실이 되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건들만 해도 수도 없다. 정치적 과잉 수사를 한다든지, 기소할 혐의자를 불기소 처분한다든지, 제대로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