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2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신동진의 촌스러운 이야기] N잡러의 농촌 그리고 농정

 

추수가 한창이다. 논농사의 특성상 벼 베기를 할 때는 농부들이 모여 같이 일을 하는 모습, 새참을 함께 먹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좋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중장년의 젊은 농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이들은 대개 평소 다른 직업을 갖고 일하다가 농사일이 바쁠 때 연로하신 부모님을 대신해 긴급 투입되는 겸업농가의 구성원들이다. 평상시 농가를 방문하면 고령의 어르신들이 농사를 짓고 계신다.

 

통계를 보면 2021년 기준 70세 이상 농가 가구주가 전체 농가의 55.9%를 차지한다. 어르신께 자식들은 농사를 안 짓냐고 여쭤보면 다들 인근의 직장에 일을 나간다고 한다. 시급 높은 아르바이트 일을 하거나 매달 또박또박 월급 받을 수 있는, 농사일보다 수익성이 높은 일로 사람들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가의 소득구조 및 소비성향 분석'(박미선, 2023.5)에 따르면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의 비중(27.7%)은 농업외소득(35.6%)의 비중과 이전소득(각종 직불금, 코로나 지원금 등)의 비중(32%) 보다도 낮다. 농촌에 살면서 농산물을 팔아서 얻는 소득의 비중이 소득원 중에서 가장 낮은 것이다. 농촌에 사는 촌부가 농부라기보다는 다양한 일을 하며 사는 N잡러의 모습에 좀더 가까운 것이 지금의 농촌 모습이다. 이것이 나쁜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농업농촌정책에서 이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서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지원하는지가 중요하다.

 

정부는 도시민의 귀농어귀촌을 지원하기위해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농식품부의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대상지인 경기도 내 9개 시군 중에서 해당 법 관련 조례의 제정 현황을 살펴봤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이트에서 확인 결과, 귀농귀촌 조례가 함께 만들어진 곳은 안성시가 유일하다. 가평군, 양평군, 여주시, 이천시는 귀농조례는 있으나 귀촌조례가 없고, 광주시, 남양주시, 용인시, 평택시, 화성시는 관련 조례가 아예 없다. 이미 인구가 많은 시의 경우 별도의 귀농귀촌 정책이 필요 없을 수도 있겠으나, 농촌의 고령화와 소멸 위기를 걱정하면서, 그런 농촌에 다양한 N잡러들의 귀촌을 돕기 위한 조례가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런 현상이 생긴 이유는 현재 행정의 직군이 농촌의 현실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공무원의 직군에 ‘농업’ 직군은 있어도 ‘농촌’ 직군은 없다. 과거 ‘농촌은 농사짓는 곳’이었을 때는 ‘농업’의 전문성만 필요할 수 있겠지만, 이제 농촌이 N잡러들의 삶의 터전이 됐다면 ‘농촌’ 공간에 대한 융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 귀촌도 늘지 않을까? 고충도 이해가 된다. 사실 ‘귀촌’의 목적은 다양하다. 건강, 교육, 직업, 휴양 등 목적이 다양하니 행정의 특정 부서에서 관련 공공서비스를 다 담당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특정 산업 분야인 ‘농업’ 직군의 공무원이 담당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흔히 ‘칸막이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는, 정확한 업무구분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지워야 하는 행정의 속성상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정부가 홍보하는 ‘농산어촌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경기도에서 그 해법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