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시가 40대의 취업 지원을 위한 ‘40대 직업캠프 취업과정’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서울시는 40대 직업캠프를 “N잡과 취‧창업을 고민하는 40대 서울시민을 위한 직업전환 유망분야 직업교육훈련을 지원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40대부터 시작되는 부양 부담과 조기 퇴직, 노후 준비 등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맞춤 정책 지원을 시작한다는 야심찬 설명도 덧붙였다. 일단 내용은 차지하더라도, 40대를 지원한다는 것 자체는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싶다. 솔직히 대한민국 40대는 어쩜 이리 운이 없나 싶을 정도로 정부의 혜택을 요리조리 빗겨간 비운의 세대다.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이들은 학창시절 급식이 없었다. 매일 도시락을 준비하는 어머니들은 빠듯한 살림에 두 세명 자녀의 도시락을 준비하느라 치열한 아침을 보내야 했다. 그들이 대학에 입학하거나 사회에 첫 발을 내밀 때엔 우리나라에 IMF 사태라는 혹한기가 들이닥쳤다. 거의 매일 두 집 건너 한 집당 아버지들의 실업 소식이 들렸다. 실직한 아버지를 둔 자녀는 대학 입학을 포기하기도 했다. 지금은 국가장학금 제도라는 든든한 학비 지원
요즘 직장을 그만두거나 옮기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곧 퇴사를 앞둔 지인 K씨의 사연을 소개해본다. 50대 여성인 그는 해가 바뀔 때마다 회사에서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점점 버겁다고 했다. 이직조차 순탄치 않아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는 어느날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의 사람들을 둘러보다 문득 깨달았다고 했다. 자기 또래의 여성을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최근 들어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했다. 언제까지 회사에서 버틸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한 후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모습이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직장을 다니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하던 그였다. 그러나 현실이란 벽 앞에서 ‘직장’이라는 조직을 졸업할 때가 됐다는 걸 그는 결국 인정했다. 그가 퇴사 후 제2의 직업으로 삼기로 결정한 일은 다소 의외였다. 바로 장례지도사. 고인의 마지막 길을 경건하게 배웅하는 의미있는 일이긴 하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서다. 솔직히 나는 감당할 자신이 없다.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들의 슬픔과 울부짖음을 바라보는 것도 버겁고, 차갑게 굳은 고인과 단둘이 한 공간에 머물 자신도 없다. 마지막
선물처럼 주어진 9일간의 황금휴가를 보내고 일상에 복귀했다. 그 긴 시간 내내 한 일은 주변 사람들과 서로 안부를 전한 것 뿐이다. 우리에겐 저마다 삶의 무게가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 쉴새 없이 일해야 한다. 가정이 있다면 가족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노후와 만약을 대비한 적당한 자산도 모아야 한다. ‘오늘의 즐거움을 내일로 미뤄선 안 된다’는 욜로(YOLO) 정신은 언감생심 눈꼽만큼도 허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설 연휴의 첫 날, 몇 년 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그 중 한 친구는 노안이 왔다며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면서 쓰고 있던 안경을 이마 위에 걸쳐올렸다. 다른 친구는 염색을 미루다 얼마 전 마트에서 ‘할머니’ 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건강이 최고다, 최대한 회사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놓지 말아야 한다, 월급만 따박따박 나와도 행복하다, 경력단절이 길어져 애가 더 크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마다 한 마디씩 하소연을 하다 부디 아프지만 말자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새해 인사를 나눈 지인들도 저마다 사연을 하나씩 풀어놨다. 50대 초반 여성 A는 작년까지 다니던 계약직에서 기간만료로 퇴사
최근 50대 초반인 지인의 ‘권고사직’ 소식을 듣게 됐다. 이런 일을 가까이서 목격하는 건 처음이다. 나와는 아주 먼 이야기인 줄 알았던 소식을 가까이서 접하고 보니, 우리나라 경제 위기와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이 얼마나 심각한 지 피부로 오롯이 느껴졌다. 지난달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촉발된 1500원대 환율 전망과 경제 위기, 역대급 고용 불안 등으로 대한민국호는 그 어느 때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국내 대기업들은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시행하며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새해를 앞두고 ‘조직 슬림화’를 통해 고정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엔씨소프트, SK텔레콤, KT, LG헬로비전, 롯데면세점, G마켓, SSG닷컴 등 기업들은 인원 감축을 실시했고, 이 중 일부 기업은 대대적으로 몸집을 줄이기 위해 역대급 퇴직금과 위로금을 내걸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기업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새해벽두부터 은행권 역시 대대적인 희망퇴직에 돌입했다. 지난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일 희망퇴직을 통해 541명을 떠나보냈고, 최근 희망퇴직 접수를 마무리한 KB국민은행도 지난해(674명)와 비슷하거나 더 큰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이다.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말은 해마다 있었지만, 올해는 특히나 더 삭막하게 느껴진다. 최근 롯데 부도설과 삼성 위기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대한민국 경제 위기론과 각종 소식은 이같은 우려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를 관통하는 소득과 고용 불안의 현실이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듯하다. 지난 1일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이 40대인 가구의 사업소득은 3분기 107만4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1%인 16만2000원 감소했다. 이는 2006년 통계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치다. 소득액수로 따져봐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의 105만1000원 수준과 맞먹는다. 40대의 가계소득 대비 부채비율 또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올해 1분기 국내 가계소득 대비 부채비율(LTI) 자료에 따르면, 40대의 LTI는 253.7%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대출 잔액 합계가 연간 소득의 2.5배를 넘었다는 의미다. 40대는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 축이다. 사람 몸으로 따지면 허리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러한 40대의 소득과 부채 규모가 팬데믹 수준으로
중장년층이 장기간 재취업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창업으로 노선을 튼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인생 제2막을 이렇게 시작한 이들 중에는 다행히 과거보다 더 잘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흔하다. 회사 눈치 안 보고 모든 일을 소신껏 할 수 있는 창업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안정적인 월수입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중 주말할 것 없이 일해야 할 때가 많다. 일이 곧 삶이며 삶이 곧 일이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웃픈’ 말도 있지 않은가. 중장년층이 자영업을 시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나이’ 때문에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다. 취업할 곳이 거의 없다보니 일할 곳을 스스로 마련할 수밖에 없고,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로 섣불리 창업을 했다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오랜기간 경력이 단절됐다가 재취업에 실패하거나, 동종업계 이직에 실패해 비자발적 백수가 된 사람 중 많은 이들이 창업 후 고생만 하다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필자는 요즘 SNS 플랫폼 ‘스레드’를 즐겨본다. 스레드에는 재취업과 창업 사이를 고민하거나 창업 후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근황을 공유하기도 한다. 가령, 경력단절없이 재취업을 시도하는 중인데
최근 청년층의 장기 실업률 등의 원인이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늘려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결론인데, 실질적인 대책은 없는 듯해 아쉬움이 크다. 우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실업률을 살펴보자. 통계청은 8월 실업자가 56만4000명으로, 이 중 구직기간 6개월을 넘긴 ‘장기백수’는 20.0%인 11만3000명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장기실업자는 25년만에 최고 수준이며, 올해 3월부터 6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8월 전체 실업자 수는 이전보다 감소해 1.9%를 기록했다. 즉, 실업률은 역대 최저, 장기실업자 수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셈이다. 두 번째로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난해 지역별 청년인구(15~29세) 순이동 수의 경우,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하면 대전과 세종 지역만 청년인구가 유입됐고, 반대로 강원도를 비롯한 다른 지역은 청년인구가 순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강원지역에서 유출된 청년인구는 3949명으로, 이는 전년동월보다 23.4% 늘어난 규모로 확인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이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일자리의 양적 공급보다는 질적
요즘 건물 옆을 지나가다 보면 ‘임대문의’라고 쓰인 현수막을 많이 보게 된다. 분명 예전보다 비어있는 상가가 늘어난 느낌이다. 이런 풍경을 마주하는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닌 듯하다. 최근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가 내놓은 한식, 커피, 양식, 호프, 제과점, 패스트푸드, 치킨 등 7개 외식업 현황 분석 결과, 지난해 연말부터 매 분기 폐업하는 매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폐업 점포 수는 프랜차이즈와 일반 점포를 모두 합쳐 지난해 4분기 4606개에서 올해 2분기 5014개로 8.9% 늘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커피전문점을 제외한 6개 업종의 매장 수가 모두 감소했다. 치킨집은 지난해 4분기 5564개에서 5498개로 1.2% 줄었고, 동일 기간 패스트푸드점은 5921개에서 5840개로 1.4%, 호프집은 8598개에서 8220개로 4.4% 줄었다. 반대로 커피전문점은 11만8714개로 0.6% 늘었다. 이는 저가 커피 브랜드가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린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한식음식점, 제과점, 커피전문점을 제외하고 올해 개업 점포보다 폐업 점포가 더 많다는 분석이다. 폐업률이 가장 높은 것은 5%를 차지한 패스트푸드점. 외식업
체감온도 35도가 넘는 폭염에 한반도가 펄펄 끓는 요즘이다. 덕분에 주말동안 에어컨에 의지해 집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 ‘하(夏)면’에 들어갔다. 계획한 일은 전혀 하지 못하고 내내 유튜브와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요즘 주로 유튜브에서 시청하는 영상의 주제는 ‘여행’과 3040세대의 ‘이른 퇴직’ 혹은 회사의 눈총과 최저시급도 감내하며 버텨내는 50대 이상의 ‘직장생활 분투기’다. 관련 영상을 보며 알게 됐다. 현대인에게 직장생활과 퇴직, 여행은 겉보기엔 다르지만 하나로 이어진 ‘이음동의어’라는 사실을. 조기은퇴를 꿈꾸던, 장기근속을 원하던,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지속하고 싶어 한다. 단지 그것을 직장을 통해 실현할지, 직장을 벗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유지할지는 선택의 문제다. 직장생활이 자신에게 해답이 아님을 깨달았으나 무엇을 해야할지 답을 찾지 못한 사람은 돌연 사직서를 내고 자아를 찾기 위해 여행길에 나서기도 한다. 아니면 정년을 채워 퇴직에 성공한 이들은 일에 매진하며 살아온 지난날 자신에게 보상을 주듯 한가로이 여행하며 노후를 보낸다. 유튜브에서 인기있는 주제인 <여행>, <이른 퇴직>, <늦은 나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