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을 공식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인터뷰에서 문의장이 아키히토 일왕을 “전쟁범죄 주범의 아들”이며 “만약 그런 사람이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정말로 미안하다’고 한다면 그 한마디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일본 언론정부와 언론매체들은 문 의장의 발언이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전범의 아들’이 아니라 ‘전쟁 당시 일왕의 아들’이라고 말했다는 한국 국회 보도관의 말을 전하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일왕은 일본 내에서 신격화(神格化)된 존재인데 그런 일왕에게 사과하라고 하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고노 일본 외무상은 10일 기자회견에서 “2015년 일·한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일본 내에서 비난이 확산되자 문의장은 11일 오전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쟁 당시 일본 국왕의 아들이라는 의미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지도자의 진정 어린 사과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라고 밝히면서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일본 측은 수십 번…
필자의 진로강의는 다음 4가지 질문으로 시작한다. 다음은 귀신같은 알파고 도깨비 방망이 알렉사가 더 발달하여 하나의 AGI가 되어버린 미래로부터 현재 우리들에게 경고하듯 던지는 그 질문들이다. 1번, 왜 어떻게 질문이 부와 권력이 되는가? 2번, 왜 게임을 즐기던 학생이 취업에 더 유리한가? 3번, 왜 병원은 점차 사람을 죽이는 곳이 되는가? 4번, 왜 쓸모가 없거나 적은 것들이 더 귀해지는가? 현재 입시제도 속에서 차라리 ‘SKY 캐슬’ 드라마의 코디가 되고 싶은 교사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달은 SKY 캐슬을 무너뜨리고 있다. 한 인간의 암기와 이해가 집단지성을 이룬다고 해도 단 하나의 두뇌로 작동할 인공지능의 발달과 빅데이터의 연결에 비교될 수 없다. 병원에서 의학논문을 읽는 IBM 왓슨의 공부속도와 인간 의사의 의학논문 읽는 속도를 비교한 보도를 보면 왓슨이 3시간 읽을 논문을 인간이 다 보려면 3000년이 걸린다. ‘이세돌’을 이겼던 인공지능은 ‘커제’의 눈물 이후 알파고와 알파고의 바둑대결을 했다. 인간 기사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기발한 기보들을 남기고 알파고는 인공일…
작년 11월 13일 한 중학생이 인천 연수구에 있는 청학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알고 보니 동급생 4명으로부터 전날에 이어 한 시간여 동안 집단 폭행을 당하던 중 일어난 사건이었다. 죽은 A군은 공교롭게도 다문화가정 아이였으며, 평소 A군은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이유로 자주 놀림을 받아왔고 집단 따돌림을 받았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다문화 아이들의 경우 학교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이들은 언어능력의 부족으로 학습 부진의 정도가 심각한 상태에 있다. 우리나라 국제결혼의 경우 대부분 여성 이민자들인바, 우리말이 서툰 어머니 밑에서 성장하는 자녀들은 언어 습득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학습 부진으로 이어진다. 둘째, 이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자신의 문화와 어머니의 문화가 다른데서 오는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셋째, 이들은 집단 따돌림 등 정서적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국제결혼 가정 자녀는 10명 중 2~3명 정도가 집단 따돌림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우리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우리는 한 핏줄이고 우리나라
‘혁신교육 1번지’ 시흥시, 교육자치 플랫폼 구축 ‘혁신교육 1번지’ 시흥은 혁신교육과 평생교육의 결합을 통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지역이 만드는 교육자치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교육은 스스로의 삶을 행복하게 꾸리는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이 지역을 자라게 한다. 그간 한국사회에서 교육은 학교의 역할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교육이 학교를 떠난 후에도 지속돼야 한다는 사회변화 속에서 교육의 책임이 개인에게만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이 생겼다. 그러다가 교육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는 것이라면 지역이 사람을 키우고, 그것이 지역의 교육력이 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커졌다. 그리고 그것은 지방교육자치의 필요성까지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교육의 생각을 키운 바탕이 혁신교육지구 사업이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2011년 경기도 6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시작돼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지난해에는 전국 100개 기초자치단체에서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추진했고, 올해에는 135개 지자체에서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누가 어떤 조직의 틀에서 실행하는지는 아직 정착된 모델이…
구멍 속의 방 /성향숙 여자가 구멍을 통해 밖을 들여다본다 거울 속처럼 눈부신 사물들이 둥둥 떠 있다 정지된 방 안의 시간을 이리저리 굴리며 여자는 밖의 풍경들을 재단한다. 그늘 영역 넓히는 정자나무 아래 소란스런 몇 명의 아이들, 철조망 줄줄이 붉은 꽃들, 벌 떼처럼 가벼운 장미 꽃잎이 골목의 소음이 된다 마른 국숫발 햇살이 두꺼운 구름 뚫고 양철 판자 지붕 위로 떨어진다 노란 현기증이 대지에 가득 퍼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꿈틀거리는 풍경들 겹겹의 주름 속에서 붙었다간 흩어지고 흩어지다 다시 달라붙는, 여자의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는 깜깜하다 단칸방 창문에 격자 한 칸만큼 덧붙인 쪽유리, 안쪽에 눈동자가 매달려 있다 작은 유리 구멍 속에는 엉덩이로 걷는 여자가 산다 -시집 ‘엄마, 엄마들’ 저 쓸쓸한 독거의 아득함이라니! 구멍은 폐쇄된 공간에서의 칩거를 함의한다. 생과 사의 경계에 놓인 아슬아슬한 시간의 다른 이름이며 언젠가는 닫히고야 말 눈꺼풀처럼 허무한, 최소한의 소통공간이다. 그러나 유폐된 삶에서의 구멍은 전 우주에 다름 아닐 것, 엉덩이로 걷는 여자에게 구멍 밖의 세계를 본다는 것은 밖을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안을 들여다보는 것
내 나이 어언 백 서른둘이다. 오늘 아흔두 살인 내 손자가 죽었다. 그가 누구인가. 천금 같은 내 손자. 그는 내 무릎 위에서 재롱을 떨고, 내 등에 업혀서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건만 이제 그는 하늘나라로 갔다. 슬프다. 슬픔이 앞을 가려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모진 놈. 무정한 내 손자 놈. 이 할미를 홀로 두고 하늘나라로 간 내 손자가 너무 너무 그립다. 내 품에 안겨 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그의 머리에 백발이 와서 앉았다. 눈도 어두워지고 귀도 온전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몹쓸 당뇨병까지 덮쳤다. 손자는 늘 이 할미 앞에서 병 든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약 먹어라 그러면 낫는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 비싼 약값을 치룰 돈이 없었다. 돈 없는 신세라니. 나도 그를 도울 만큼 부유하지가 않다. 나는 그가 죽을 만큼 가난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거기다가 현대의학이 어떠한가? 당뇨병 정도는 병도 아니다. 의사의 처방대로 약 먹고 주사 맞으면 백 스무 살까지 능히 살 수 있다. 그러나 내 손자는 현대의술을 거부했다. 그렇게 해서까지 연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남들은 걸핏하면 장기를 바꾼다. 심장도 갈아 끼우고 위장도 인공위장으로 대체한다. 어디…
이이제이(以夷制夷)는 옛날 중국이 주변의 다른 민족들을 관리·통치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이다. 중국은 주변 민족들을 오랑캐라 칭하고, 각각의 오랑캐들을 자신들의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한 오랑캐를 이용해 다른 오랑캐를 치게 해 주변 오랑캐들을 복속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이제이는 과거 중국이 주변국을 다스리는데 국한해 활용하였던 것만은 아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또 국가들간이나 개인들간에도 흔히 사용된다. 국가, 기업, 개인이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면 갑이 다수의 을을 제압하고자 을끼리 싸우게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식민 지배를 위해 종족이나 주민들끼리 싸우게 하거나, 악덕업주가 종업원들끼리 견제하게 하여 자기의 이익을 확보하는 것 모두 이이제이 전략이라 하겠다. 이러한 이이제이 전략은 국가와 지방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지방자치, 지방분권 정책추진에서도 나타난다. 국가가 이이제이 전략을 사용하면 지방이 지방을 견제하게 돼 중앙의 힘을 더욱 과시할 수 있고 지방을 더욱 중앙에 예속시킬 수 있다. 국가가 이이제이 전략에 빠져들게 되면 지방자치나 분권이 무의미 해지게 되어 형식적 지방자치·분권이 될 뿐이다. 1980년대 민주화 항쟁의 성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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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탕 하면 주로 생선 매운탕을 말한다. 바닷고기나 민물고기가 원 재료다. 어느 것이든 신선도가 중요하지만 끓이는 방법이 약간 다르다. 바다생선 매운탕은 고추장을 푼 국물에 생선 토막을 넣고 익을 정도만 끓인다. 너무 오래 끓이면 살이 뼈에서 떨어져 나와 부서져 버리고 맛이 없다. 반면 민물생선은 살이 뭉그러지도록 오래 끓여야 흙내도 없고 들척하여 제맛이 난다. 웬만한 주부라면 기초 상식으로 통한다. 조선말기 조리서 ‘시의전서’에서는 “생선조치는 격식이 매우 다양하다. 찌개를 하려면 고춧가루에 기름 두어 숟갈을 넣어 갠 뒤 찌개 위에 얹으면 빛깔이 아름답고 맛이 칼칼하여 좋다”고 하여 고추장만 푸는 것보다 고춧가루를 넣는 것이 더 좋다고 적고 있다. 궁중에서는 고추장을 푼 찌개를 ‘감정’이라 하고, 국물을 바특하게 끓인 찌개나 찜·조림 등 간이 짠 반찬을 ‘조치’라고 한다. 예부터 민물 매운탕 중 최고로 친것은 쏘가리 매운탕이다. 특히 천자어(天子魚)라 부르는 황쏘가리는 매운탕을 끓여 노부모를 봉양한다고 하여 효자탕이란 별명도 있다. 바다생선 매운탕으로는 민어를 제일로 여긴다. 민어는 몸집이 클수록 차지고 맛있다. 그리고 회를 뜨고 남은 머리와 뼈 내장을 모
2018년 서울의 주택 증여 건수는 2만4천765건으로 전년대비 66.7% 증가했다고 한다. 이렇게 증여가 갑자기 늘어난 배경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으로 다주택자가 증여를 통해 세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자식들이 자력으로 집 마련이 어려워 부모가 지원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여에는 큰 세금부담이 따른다. 증여전략을 어떻게 해야 세금절약에 유리할까? 집값이 1억원 이하일 때는 증여세가 10%, 1억원~5억원은 20%, 5억원~10억원은 30%, 10억원~30억원은 40%, 30억원 초과는 50%이다. 재산 전체에 대해 과세되는 상속세와는 달리 증여세는 수증자의 증여받는 액수를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수증자가 여러 사람이면 보다 낮은 구간의 세율을 적용 받는다. 주택을 자식에게 물려줄 때 증여대상을 아들 한사람으로 하기 보다는 며느리, 손자, 손녀 등으로 넓혀 수증자를 여러 명으로 하면 절세를 할 수 있게 된다. 채무도 함께 물려주는 부담부증여를 하면 세금을 낮출 수 있다. 부모가 10억원 상가를 증여하는 경우 4억원의 대출금까지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대출금을 뺀 6억원에만 증여세가 과세된다. 임대보증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