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입시학원이 밀집되어 있는 서초구의 학원가를 서성였다. 학원에서 쏟아져 나오는 젊은이들로 거리가 꽉 찼다.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데 가방하나씩 둘러맨 학생들이 삼삼오오 서둘러 귀가 중이다. 그중 많은 학생은 근처의 숙소로 찾아들고 몇 몇은 대기 중인 승용차에 올라타기도 했다. 묵직한 표정의 젊은이들이다. 수능 끝나고 대학입학 정시 원서를 넣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에도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는 것은 필시 재수하거나 전과를 위한 준비생일 것이다. 경상도에 사는 조카가 재수를 결정하면서 입시학원과 숙박시설도 알아보고 주변 환경을 둘러보기 위한 행보다. 고등학교 3년 과정동안 성적이 좋았는데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실패하면서 원하는 성적을 받지못 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재도전을 결정했다. 학생은 학생대로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있고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을 먼 곳에 홀로 떼어놓아야 한다는 마음의 짐을 함께 안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고 상담했던 학원을 찾아가 아이의 성적과 비교하면서 상담을 진행했다. 학생에 관해서는 성적 말고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었다. 오직 학생의 성적에 맞는 반을 선정하고 그에…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권력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권력을 갖고 그가 하는 행동’이라고 그리스의 현인(賢人) 피타쿠스가 말했다. 어제 그제의 말이 아니다. 요즘 크고 작은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의 작태를 보면서 분노마저 치민다. 지방의원이나 국회의원이나 외유 추태 논란은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왜 국민들이 그 외유가 ‘속 빈 강정이란 실상’을 잘 알고 있는데도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이유가 뭘까? 한마디로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한 처사다. 그들 안중(眼中)에 국민이 없는 것이다. 이번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7박10일간 미국과 캐나다 외유는 군민들의 공분(公憤)을 삼고도 남을 일이다. 연수가 아니라 흥청망청 관광에다 안경을 쓴 가이드에게까지 폭언과 폭행을 했다.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태다. 오죽하면 군민들이 의원 9명의 전원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릴까. 응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신년 벽두부터 우리나라 경제 전망이 녹록치 않다는 것에 대해서 이견이 없다. 취업을 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층이 늘고 있는 현실이다. 연일 하늘은 미세먼지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뭐 하나 시원하게 느낄 수 있는 구석이 없는 데 희망을 주어야할 정치인들이 국민의
젖지 않고 젖는다는 것 /정영희 작달비는 빈집 처마 밑까지 쫓아왔네 누렁이 한 마리 추녀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만 바라보고 있네 내린 빗방울이 누렁이 눈 속에 물꽃을 피우네 뛰어드는 발소리에 소리로 맞대응해야 할 지킴이가 이토로 무관심할 수 있다니 누렁이도 때로는 어떤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하얗게 지워버릴 때가 있다 작달비는 처마 밑에 나를 세워 놓고 장대춤이 한창이네 낙숫물에 빠진 누렁이처럼 빗속에 갇힌 풍경으로 흠뻑 젖어드네 -시집 ‘바다로 가는 유모차’ 젖지도 않았는데 젖었다니, 무슨 궤변일까? 시인들이란 궤변에 능해야 해서 그 궤변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시를 읽다가 화자만이 아니라 나도 젖어들었으니 제목이 품은 함축성이 시에 생기와 깊이를 불어넣고 있다.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저 누렁이도 시를 쓰고 싶지 않았을까? 그리고 비를 피하려 느닷없이 나타난 시인을 알아본 건 아닌지. 어떤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하얗게 지워버린 그 자리에서 누렁이와 화자는 곡절하게 만난 것이다. 그러니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한 화자는 분명 젖지 않았는데 젖을 수밖에. 무언가에 젖을 때야말로 시가 태어나는 순간이다. 그러나 아무에게…
“올해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우리 삶의 예술, 경기도문화의전당. 문화예술로 완성하는 새로운 경기’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예술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취임 4개월여만인 지난 21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린 신년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우종 도문화의전당 사장은 슬로건을 소개하는 것으로 입을 열었다. 이 사장은 “올해 시무식 때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슬로건을 정했다”며 “슬로건은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종합하고 민선 7기 취지에 부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시무식에서 전당 직원과 예술단원들은 도문화의전당 소속 4개 예술단이 경기도 예술의 상징이어야 하고 국가대표 예술단이어야 한다는 결의를 다졌다”며 “열정, 혁신, 동행이라는 단어를 통해 지향해야 할 가치를 정했고 올바른 경영으로 신뢰받는 전당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써나가기로 다짐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은 취임 초부터 구상해온 예술성강화 추진위원회, 공공성심화 추진위원회, 경기도공연예술발전협의회의 구성을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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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면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이에 중앙정부와 3·1만세운동이 거셌던 경기도내 수원시, 화성시, 안성시 등 지방정부들은 100주년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올해엔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타고 남북이 한자리에 모여 합동 행사를 개최하면 좋겠다. 이미 지난해 3·1절에 3·1절 기념식 최초로 북한 조선종교인협회 명의의 축사가 낭독됐으며 이와 함께 남측에서도 북측으로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상임대표 명의의 축사를 발송해 교환 낭독한 바 있다. 3·1운동이 벌어지면서 전 세계에 한국인의 독립의지를 알렸고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또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자유와 평화를 추구한 선구적인 민족 운동으로,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끼쳤다. 3·1운동과 독립투쟁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수많은 애국인사들이 죽거나 잡혀가 고문을 당하고 지옥 같은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애국 애족의 일념이 아니었더라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이분들은 독립유공자로 서훈돼 국민들의 우러름을 받고 있다. 물론 아직도 서훈돼지 못한 독립유공자들이 많다. 더 늦기 전에 관련 자료들을 찾아내 서훈 포상해야
홍역이 확산할 조짐이다. 경기도 안산 시흥에서 9명이 발생하는 등 지난 한달사이 전국에서 확진자가 26명으로 늘어났다. 홍역과 같은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확산 여부를 가름한다. 방역 당국의 발 빠른 대처와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 긴장의 끈을 놓을 경우 전국에서 5만 5천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던 2000~2001년의 ‘홍역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홍역 대유행을 겪은 후 정부는 2001년에 ‘홍역 퇴치 5개년 계획’을 세워 대대적인 예방접종을 벌였다. 그 결과 2006년 홍역 발생률은 인구 100만 명당 0.52명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기준(100만 명당 1명 미만)을 충족해 그해 11월 홍역 퇴치를 선언했다. 2014년에는 WHO로부터 홍역 퇴치 국가로 인증받았다. 이 인증은 ‘한국산 홍역 바이러스’를 사실상 퇴치했음을 뜻한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번지고 있는 이번 홍역은 동남아에서 유입된 바이러스 탓이라고 한다. 홍역과 같은 감염병은 개인위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온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 환자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는 ‘기침 예절’을 평소 생활화해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시작해나가는 연초,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술자리가 잦을 수 있지만, 먼저 살펴야할 문제는 생명과 직결되는 음주운전 교통사고다. 일명 윤창호 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에 따라 새해에는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규정과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먼저 19년 6월 25일부터 시행 예정인 도로교통법을 살펴보면, 첫째 면허정지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05%에서 0,03%로 강화된다. 이제는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처벌대상이 되는 것이다. 평균 성인 남성(68kg)의 경우 소주 한잔을 마시고 1시간 가량 지난 후 혈중알코올농도 0,03% 수준이어서 앞으로는 소주 한잔(47ml) 또는 맥주한잔(180ml) 정도면 면허정지, 소주 세잔을 마셨을 경우 면허취소 수치에 해당한다. 또한 소주 5잔을 마신 후 7시간이 지나더라고 혈중알코올농도 0,035% 수치에 해당할 수 있다. 통상 음주 후 30분 내지 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그 후 시간당 약 0,015%씩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다음날 아침 숙취운전도 조심해야 한다. 전날 과음을 했다면 출근길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음주운전을 피하는 지
미세먼지가 유독 많은 1월이다. 하지만 겨울의 냄새가 조금씩 멀어지고 멀리서 봄의 향기가 스멀스멀 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새해가 시작되면 정조임금은 전국 팔도에 권농윤음을 내렸다. 농한기의 게으름을 벗어던지고 부지런히 움직여 농사를 준비해 만백성이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 것이다. 오늘은 그 정조의 마음을 마주하고 싶다. 그래서 정조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창덕궁의 후원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려놓은 옛 지도 그림 동궐도와 함께 하면 더욱 새로운 창덕궁 후원을 만날 수 있다. 창덕궁 후원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정조 임금의 이야기가 담긴 주합루이다. 주합루는 창덕궁 후원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부용지 영역에 자리하고 있다. 네모난 연못에 동그란 작은 섬이 자리하고, 한켠에는 십자(十)모양의 부용정이 소담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맞은편에는 한눈에 시선을 잡아끄는 2층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건물의 2층이 주합루이고, 1층은 규장각이다. 1층 규장각은 왕실 도서를 보관하던 곳이며, 2층 주합루는 열람실에 해당이 된다. 이 규장각은 정조 즉위년에 건립되었다. 단순히 왕실 도서관으로서의 기능만 하는 것이 아
마스크(mask)라는 단어는 라틴어 이전의 토속어인 마스카로(maskaro)에서 유래했다. 원시인들이 동물을 사냥할 때 변장용으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또 원시사회에 있어서 종교적 혹은 주술적인 목적으로 안면에 채색한 것이 마스크의 시작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 있어서는 비극이나 희극 등의 연극이나 무용의 분장 도구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의 것은 눈과 입을 트고 얼굴 전체를 덮는 것이었다. 그 후 변장이나 얼굴의 보호를 목적으로 한 것이 나타났다. 일반 여성이 외출시에 눈과 코, 즉 얼굴 반을 가린 ‘하프 마스크’를 이용하게 된 것은 14세기부터이고 16세기에 성행하여 18세기경까지 이어졌다. 현대에 와선 마스크ㄴ느 유행성전염병을 예방을 위해 코와 입을 덮어 착용하는 게 보통이다. 각종 병원균을 차단하고 위생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19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스페인 감기, 즉 인플루엔자가 유행했을 때 부터다. 처음엔 감기를 예방하기 위한 발상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후 마스크를 착용하면 찬 공기를 직접 들이마시지 않아 감기에 잘 걸리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있다고 해서 보편화 됐다. 하지만 당시에도 많은 바이러스나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