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홍문은 동쪽 언덕에 있는 방화수류정과 하나의 조합을 이루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시냇물 수면에 비친 화홍문을 찍기 위해 수원천 안으로 대형카메라를 들고 온 사람을 가끔 볼 수 있다. 바로 이곳이 수원화성에서 가장 낭만적인 곳이다. 화홍문을 찾은 대부분 사람은 이 건축물이 정조 때 지어진 것으로 생각하지 새로 지어진 건물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한다. 북수문은 홍수로 두 번의 붕괴와 복원이 있었는데 마지막 복원은 1926년으로 90년이나 지난 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의 복원은 모두 옛 제도에 따랐다고 하지만, 원형과는 거리가 있고 현실에 맞게 수정·변형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수문의 홍예구조가 볼트형식으로 변하고 첩(堞)과 여장(女墻)의 두께 차이가 작아졌다. 또 여장은 타구(타와 타 사이)가 없는 평여장으로 변하고 누각의 너비가 좁아져 다리의 통로가 넓어진 것들은 전편에서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누각 하부벽체의 문양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현재 남아있는 문양은 외곽에 뇌문(雷文, 번개무늬)이 있고 내부에는 벽돌 6줄이 수평으로 놓여있다. 이런 방식은 경복궁 자경전의 담장에도 보여 우리가 잘 사용하고 있는 친근한 문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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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물어가는 한 해를 되돌아보는 각종 이야깃거리가 많다. 어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7대 식품 이슈’, ‘7대 식품소비트렌드’, ‘7대 히트상품’도 그중 하나다. 특히 소비자 눈으로 본 올 한해 식품 소비 트렌드 분석이어서 화제도 낳았다. 먼저 2018년을 뜨겁게 달군 7대 식품 관련 이슈는 폭염, 미세먼지, 미미쿠키, 최저임금 등 식품 소비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내용이 등장했다. 어느 해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한해답게 익힌 음식보다는 과일·음료·샐러드·간편식 등 간단한 조리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고 계속된 미세먼지의 습격으로 유해물질 배출을 돕는 식품들이 주목받았다. 오르는 물가로 간편식 수요가 늘고 최저임금 인상이 배달료 부과로 외식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이밖에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평양냉면 열풍이 불어 정치 이슈가 식품 소비에 영향을 끼친 이례적인 사례도 남겼다. 올해의 7대 히트상품 반열에는 곤약 젤리, 노니 제품, 아보카도, 미니 과일·채소, 샤인머스켓 등 새로운 건강식품이 올랐고 ‘다이어트만 붙이면 대박 난다’는 속설도 생겨났다. 거기엔 간편식 안주, 평양냉면도 이름을 올렸다. 또한 올해도 조리 과정만 거치
6·25 전쟁 전후로 태어난 사람들은 형제자매가 보통 6~8명이었다. 이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가족 간에도 상대를 서로 배려하고 봉사하며 살았다. 대가족 생활에서 형제자매간의 우애도 두터웠다. 자립심도 강하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핵가족 시대에 살고 있다. 요즈음 부모들은 대부분 자녀가 1명 아니면 2명이다. 대부분 자식이 귀해서 그런지 요즈음 부모들은 내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주지 않고 알아서 모든 것을 세세하게 챙겨주는 실정이다. 스스로 헤쳐 나가는 교육이 필요 부모들의 과잉적인 사랑에 아이들은 그냥 가방만 메고 학교에 등교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식사는 물론 학습 준비물도 모두 부모가 알아서 잘 챙겨준다. 아이들은 그냥 몸만 움직이는 식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학교생활에서 많은 아이들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헤쳐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저학년인 경우는 더 그렇다. 수업 시간에는 아이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데도 해보려고 하지 않고 담임 선생님한테 부탁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정도는 너 혼자 할 수 있잖아?’라고 말을 하면 마지못해 하는 척하다가도 조금만
A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러나 턱없이 높은 집 값 때문에 ‘내 집 마련의 꿈’이 언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살고 있는 집주인이 전세 값을 올려 달래서 A는 또 다시 전세를 알아보러 다녀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A는 동네 부동산에서 A가 살고 있는 단지 내 B아파트가 현재 시세보다 약 30% 정도 싸게 급매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A는 B아파트가 현 시세에 비해 너무 싸게 나온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현 시세의 30%라면 A가 가지고 있는 전세보증금 등으로 충분히 매수가 가능했기에 B아파트의 주인인 C와 바로 계약을 체결하고, B아파트를 샀다. 그런데 A가 B아파트를 사고 약 6개월이 지났을 무렵, C의 채권자 D가 A를 상대로 ‘A와 C가 B아파트에 관하여 체결한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A명의로 마친 B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A는 B아파트의 소유권을 어떻게 지켜내야 할까? A에게 제기된 소송과 같은 소송을 ‘사해행위 취소소송’이라고 한다. 사해행위 취소소송은 ①재산보다 빚이 많은 채무자 C가 ②자신의 채권자 D를 해하는
투계鬪鷄 /정찬교 면도칼을 발목에 매단 닭은 전생에 나쁜 짓을 많이 했음이 분명하다. 신神이 벌 줄 곳을 찾다가 보낸 이곳 그래서 쉬지 않고 싸우면서 벌 받는 닭, (중략) 늘어진 날개깃에는 이미 얼룩얼룩한 백납의 꽃이 피었는데도 연일 솟구치는 허공 촘촘하게 박혀 있는 사금파리를 보면서 닭은 이해할 수 없다. 적敵은 왜 생기는가? 살 베이듯, 음절 하나씩 피 묻은 살점. 절뚝거리면서 구름이 닭 벼슬처럼 붉은 저녁 길을 걸으면서 닭은 의아하다. 누가 적敵을 만드는가?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쉬지 않고 싸워야만 하는 벌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식물들은 가뭄과 홍수와 바람에 맞서 싸워야 하며, 동물들은 먹이와 제 짝과 영역을 위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사람은 이 모든 것들과의 싸움은 물론 자기 자신과도 싸워야 한다. 투계처럼 연일 솟구치고 절뚝거리면서 살아가야 한다. 이런 적들이 왜 생기는지 투계가 이해할 수 없듯이 우리도 우리의 적을 누가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언젠가는 이 적들이 친구가 될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김명철 시인…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겪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기쁨을 선사했다. 물론 베트남 국민들만큼은 아니겠지만 모처럼 근심을 잊게 한 시간이었다. 15일(한국 시간)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2018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말레이시아를 1-0으로 누르고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 국민들은 열광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우리가 16강을 넘어 8강, 4강까지 진출했을 때의 분위기외 흡사하다. 우리도 그때 엄청난 환희를 맛보았기 때문에 지금 베트남 국민들의 기쁨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 환호의 중심에 박항서 감독이 있다. 박감독이 지난해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만 해도 베트남과 우리나라 국민들은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박감독은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축구선수권대회 결승 진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이라는 성적을 내면서 베트남의 영웅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제의 인물이 됐다. 이번에 스즈키컵에서 우승함으로써 그의 인기는 하늘까지 치솟았다. 그의 성공이 단순한 운이 아니었음은 그동안의 경기를
청년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주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높은 주거비용으로 청년의 독립이 늦어지고 설사 독립이 이뤄지더라도 반지하, 옥탑방을 전전하는 신세를 면치 못하는 젊은이가 많다. 이 때문에 주거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과 신혼집 구입난으로 만혼해야 하는 결혼 적령기 층 증가는 각각 청년실업률 증가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주거문제 해결 없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는 것으로 무주택 청년의 경우 사회에 첫발조차 내딛기 어렵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이런 차원에서 인천시 부평구가 추진하고 있는, 관내 낡은 경노당을 리모텔링해 ‘셰어주택’으로 탈바꿈시켜 청년들에게 보금자리역할을 제공하는 사업(본보17일자 6면보도)은 주목 받을 만하다. 잘 알다시피 셰어주택은 경제적·정서적 이유 등으로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새로운 주거형태를 뜻한다. 인천시 부평구는 지난해 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시장역 근처 중앙경로당 2층을 리모델링해 전용면적 9∼12㎡ 크기의 4개 셰어주택을 만들었다. 구는 이 셰어주택을 지난해 6월부터 18세 이상 35세 미만 젊은 여성들에게 월세10∼12만원을 받고 빌려주고 있다. 1988년 지어진 경로당 2층은 노후화에 따라
연이은 KTX 사고 “철도 쪼개기·외주화부터 바로잡아야”, 고시원 화재 참사, 19살 ‘구의역 참사’ 2년…24살 계약직 ‘되풀이’ 등 사건·사고기사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세상이 급변하는 만큼 위기의 형태와 규모도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해졌고, 그 발생 속도 또한 점점 빨라지고 있다. 미국 월드트레이드센터(WTC) 비행기 테러, 이슬람국가(IS)와 같은 단체 구성원에 의한 자폭테러, 영국의 EU탈퇴(BREXIT, 브렉시트), 일본의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 같은 대규모 참사가 아니더라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 사고, 변화 등은 이미 우리의 생활 깊숙이 다가와 있다. 중동 산유국과 미국이 벌이는 저유가 전쟁 등으로 국내 경기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고 이로 인한 기업들의 수출입 영향과 경기변동도 매우 컸다. 어디 그뿐인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급격한 경기하락과 세계경제의 동반하락은 이미 조선업의 불황과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업계 재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기업경영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초래할 긴급한 상황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쉴 새 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위기’라고 정의한다. 위기는…
“음흉한 의도를 지닌 지루한 논쟁처럼 이어진 거리들” 사도세자의 정실이며 정조의 생모인 혜경궁 홍씨가 새삼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어머니에 대한 정조의 효심의 근원과,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혜경궁 홍씨에게 던지는 의심의 눈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인간 존재와 인간의 관점이 얼마나 불완전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혜경궁 홍씨의 이미지에는 분명 복합적인 함의가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혜경궁 김씨인가? 최근 혜경궁 김씨의 정체와 관련한 주장과 해명은 말의 미로를 헤매고 있는 것 같다. 미셸 푸코 등의 철학자들은 언어란 본질적으로 진리를 배반한다고 생각하여 기본적으로 말을 불신한다. 말이 본질을 그대로 재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본질을 설명하고 해명하기 위해서는 말이 필요하지만 말을 하는 순간 본질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언어의 이중성이 있다. 혜경궁 김씨의 정체를 밝히려는 과정은 푸코의 말을 증명하는 과정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말이 길어질수록 본질로부터 멀어진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진리나 본질은 말이나 글로 전할 수 없다는 불립문자의 의미가 그것이다. T.S. 엘리엇(Eliot)은 일찍이 언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