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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를 건국한 주몽(朱蒙)이 나라를 세운 후 나라 이름을 고구려라 짓고 연호를 정하기를 다물이라 하였다. 고조선(古朝鮮) 이래로 한민족(韓民族)이 다스려 왔던 광대하였던 땅을 되찾고자 하는 염원에서였다. ‘다물’이란 말이 ‘다시 무른다’ ‘되찾는다’ ‘회복한다’는 의미를 지닌 순수 우리말이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다물 정신을 크게 이룬 왕이다. 고구려가 허망하게 당나라에 망한 이후 ‘다물 정신’은 실종되었으나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일본제국주의의 가혹한 지배를 받던 시대에 민중들로 이루어진 독립운동 단체로 ‘다물단’이 있었다. 역사학자 신채호 선생이 다물단의 단원이었다. 요즘에도 ‘다물회’란 모임이 있어 시들어 가는 민족혼을 깨워나가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다물 정신의 맥을 이어가는 큰 지도자, 큰 정치가가 나와야 할 때이다. 그래서 고구려 건국 왕 주몽의 비전을 이어 받아 민족 경영, 세계 경영에 빛을 발하는 역사를 일으켜 나가야겠다. 요즘 들어 한민족 공동체 운동을 힘차게 펼치자고 주장
하늘이 떴다. 구름 활짝 피우고 비취빛 가득 머금은 채 높이 뜬 하늘. 하늘은 주기적으로 오늘처럼 가을을 몰고 온다. 가을이 되고서야 뜬 저 하늘을 나는 자주 잊고 살았다. 어쩌면 하늘이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하늘을 쳐다볼 겨를이 없었다는 말이 맞을 듯하다. 내달리는 하루는 하늘을 닫기에 충분하다. 눈 비비며 전철에 오르고, 버스를 내리고 운전을 하는 아침. 허겁지겁 점심을 먹고 시작하는 시끌벅적한 오후. 마감에 쫓기며 두리번거리는 저녁시간까지. 결국에 지친 신발을 머금고 돌아오는 늦은 밤. 그 어디에도 하늘은 없었던 것 같다. 오직 숨차게 달리는 나와 일과 몇 잔 커피와 쫓기는 시간이 있을 뿐. “언니야, 너무 바쁘게 살지 마. 우리 고모님 칠순 다 되어 외국여행 처음 가는 날, 인천공항에서 쓰러지셨어. 그래서 여행도 못가고 입원하셨다니까. 제발 여유 있게 건강 생각하며 살아” 왜 먼 이국에서는 하늘이 더 쉽게 보였을까. 지중해 에둘러 걸어오르던 리키안웨이. 그 빽빽하던 나뭇잎 사이로 올려다 본 하늘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때 올려다 본 하늘은 엄마와 대청마루에 누워서 올려다본 감나무 이파리 흔들어대던 바로
마티스의 두 대작 ‘춤’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더 꺼내보고자 한다. ‘춤’에서는 다섯 명의 등장인물이 유려한 실루엣을 형성하고 있는데 반해, ‘음악’에서는 같은 수의 사람들이 서있거나 앉아있는 포즈를 취함으로써 ‘춤’과 비교하면 다소 단조로운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그 단조로움 속에서 음악은 또렷하게 존재한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인물들의 진지한 모습 속에서, 비록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이 초록색 초원과 광활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경이로운 음악의 존재를 우린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춤은 시각적인 장르이기에 화가 입장에서는 표현하기 훨씬 수월한 소재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음악을 표현하는 작업은 그리 간단치 않았을 것이다. 그즈음 피카소와 브라크는 악보나 악기의 일부를 그린 조각을 가지고 콜라주 작업을 함으로써 음악을 표현하고 있었다. 마티스는 음악을 대하는 인물들의 진지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화폭에 담는, 조금 더 우직한 방식을 택한다. 비록 화가가 지닌 기교를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음악이 지닌 경이로움
가난한 시인 /이생진 가난한 시인이 펴낸 시집을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는다. 가난은 영광도 자존도 아니건만 흠모도 희망도 아니건만 가난을 훈장처럼 달아주고 참아가라고 달랜다 저희는 가난에 총질하면서도 가난한 시인보고는 가난해야 시를 쓰는 것처럼 슬픈 방법으로 위로한다. 아무 소리 않고 참는 입에선 시만 나온다 가난을 이야기할 사이없이 시간이 아까와서 시만 읽는다. 가난한 시인이 쓴 시집을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을 때 서로 형제처럼 동정이 가서 눈물이 시 되어 읽는다 자고로 시인은 가난했다. 아니 가난해야만 했다. 가난해야 시인 같았고 배고파야 시인다웠다. 하여, 시인에게 있어 가난이란 천형과 같은 굴레이거나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인 양 도금이 되었다. 그러므로 감히 배부른 자는 시인이 될 수 없고, 어찌어찌하여 시인이 된다 해도 제대로 된 시나, 이름을 얻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본다면, 천상병이란 시인은 거지나 다름없이 평생을 가난과 더불어 살았으므로, 그의 삶 자체가 온통 시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통속한 세상일수록 가난한 시인의 노래가 더욱 진실하고 애절한 법이니까. 그래도 가난은 아프다. 시인에게도 가난은 많이 아프다.…
야당대표들의 단식이 8일째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이 지난 11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도입의 기본방향에 동의한다면서 내년 1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혁안에 합의하고 내년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엔 선거제 문제는 빼놓은 채 자유한국당과 예산안을 합의 처리한 민주당에 반발, 당 대표 단식 등 투쟁에 돌입한 야 3당을 달래고 선거제 논의를 복원하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 3당은 민주당 제안에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민주당이 한국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안을 우선 만들어 오라고 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민주당이 한국당을 설득, 양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원칙, 의원정수 조정 문제 등 큰 틀의 합의점을 우선 찾아오라"고 주장했다. "거대 양당의 예산안 짬짜미 처리"라는 비판의 연장선에서 정치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이며, “선거제도는 권력 구조와 같이 논의해야 한다”며 선거제 개편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두 당이 별도 협상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안을 만드는…
최근 이른바 ‘떳다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떳다방은 그야말로 ‘한탕’ 하고 떠나는 영업방식인데 대부분 불법행위다. 부동산 떳다방과, 노인·부녀자들을 상대로물건을 파는 떳다방, 또는 상권 주변의 빈 점포를 일정기간 임대 입점해 저가 땡처리로 물품을 판매하는 떳다방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부동산 떳다방은 부동산 거품을 일으켜서 돈을 번다. 아파트 청약통장을 사들여 분양 인기지역의 아파트를 당첨 받은 뒤 분양권을 불법거래함으로써 주택시장을 교란시킨다. 저가 땡처리 떳다방 역시 지역상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상인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이 떳다방 중 가장 많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은 저가의 건강식품을 만병통치약이라거나, 매우 귀한 약으로 과대·허위 광고해 고가에 판매하는 이른바 ‘홍보관’ ‘체험관’ 떳다방이다. 이들은 빈 상가를 단기간 임대해 떳다방을 개설한 뒤, 노화와 질병으로 건강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노인들을 불러들인 뒤 솔깃한 말로 꾀어 저가의 건강식품과 가정용 의료기기를 고액에 판다. 이를테면 홍삼 성분 15%인 3만 원짜리 제품을 90% 제품이라고 속여 40만 원에 판매하는 것이다. 중산을 국산으로 속여 팔거나 값싼 건강식품을 관절
아트센터에서의 공연 관람은 일반인들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경제적 부담(티켓 비용)을 비롯해 시간의 할애, 정보검색을 통해 최대한 만족스러운 공연을 선택해야 하는 까다로운 안목까지. 영화관을 찾아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단한 결심 또한 필요하다. 그리고 그림자(shadow price)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예를 들어 콘서트에 가려면 티켓을 사야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밖의 비용이 배로 들어간다. 여기서 가장 설명하기 쉬운 것은 공연이 열리는 지역의 아트센터까지 이동하는 데 들어가는 교통비다. 집 근처에서 공연이 열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필히 들어가는 교통비에 공연 전후의 비싼 식사비까지 지출해야하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결국 예술을 선택하고 관람하는 ‘시간’을 할애하는 기회비용의 포기와 함께 비용부담도 갖게 된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경제학자인 S.B. 린다는 “시간이 비싸진 사회에서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 재화의 소비 쪽에 시간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예술은 소득에 반비례하는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으로 “소…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공평한 것은 시간과 죽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그래서 죽음을 두려워하고 죽음에 대해 논하는 것조차 금기시 해왔다. 지금까지 인간이 풀지 못한 과제 하나가 죽음 이후의 세계이다. ‘죽음은 삶의 끝일까? 아니면 또 다른 세계의 시작일까’ 하는 의문이 끝없이 생긴다. 성직자들은 죄를 짓지 않고 교리를 따르며 착하게 살면 천국으로 갈 수 있다며 천국티켓이 종교를 선택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인 양 강조한다. 천국은 경쟁, 고통, 물질적인 부족함이 없는 낙원이라는 희망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천국에 대해 다음 세 가지 의문을 던진다. “죽음의 경지를 넘어서 돌아온 이가 한 사람도 없다.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 때문에 이 세상을 떠나 우리가 알 수 없는 고통을 받기보다는, 세상에 남아서 그 괴로움을 참고 견디려 한다.”라고 말한 햄릿처럼 천국의 존재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둘째 의문은, 천국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경건하게 살아야 하며, 혹여 가벼운 죄도 범하면 회개하면서 행복을 절제한 채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야만 하는가이다. 또 한 의문은, 왜 수많은 성직자가 말로는 천국이 그렇게 살기 좋다고 하
사회학자들은 미래에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또 생겨날 것이라고 예언한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을 직종이 있다. ‘농업’이다. 모든 생명은 먹어야 산다. 태양과 물과 땅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먹거리를 연구하고, 인류에게 보다 좋은 먹거리를 연구하는 고등학교가 바로 농생명고등학교다. 1936년 설립돼 우리나라 농축산 분야의 인재들을 길러낸 곳,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를 찾았다. <편집자주> 학교에 들어서는 입구에 ‘30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선생들이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은 모든 가르침이 그 한 문구에 담긴 듯 하다.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은 매년 4명 정원으로 농생명과학고 출신 학생을 선발한다. 그중 2~3명은 늘 수원농생명과학고 출신이 차지한다. 그렇다보니 최근에 우수한 인재들의 지원이 늘어나면서 “농고 떨어지면 인문계고를 가야한다”는 말이 학생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 학교는 생물자원과학, 식품생명과학, 바이오시스템 학과가 있다. 생물자원과학과는 종묘와 조경, 화훼, 애완동물 관리 등을 교육한다. 식품생명과학과는 농식물을 활용한 음식 분야를 교육한다. 떡과 빵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