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오주석은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단원 김홍도-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 화가’ 등의 책을 펴내 100만 독자들에게 옛 그림의 풍미를 알게해 준 대표적인 미술사학자다. 특히 1999년 초판을 인쇄한 불세출의 명저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은 대중이 읽기 쉽도록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고아한 문체로 기술해 아직도 책을 찾는 이들의 손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 ‘단원 김홍도-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 화가’와 같은 책은 학문적으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의 저작들은 한국의 그림을 이해하려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되고 있다. 그는 생전에 ‘옛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것도 옛 선인들의 마음가짐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우방 전 경주박물관장이 “오주석은 그림도 알고 한문도 알고 역사도 아는 몇 안 되는 미술사학자였다”고 평가했듯이 그는 단원 김홍도와 조선 시대 그림을 가장 잘 이해한 미술사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오주석 만큼 김홍도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그는 2005년 만 49세, 한창 연구와 저술에 힘쓸 아까운 나이로 세
오늘날 우리 사회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 재해의 위험은 인간이 활동하는 생활공간뿐만 아니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올해도 예상하지 못한 재난이 많이 발생했으며, 특히 올 여름 경주시에는 1978년 기상청이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에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여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높아진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탁상공론에 불과한 정책들과 현장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교육들이 시행되고 있다. 반면 가까운 일본 기타큐슈시의 경우 소방안전교육을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하고 소방공무원을 교육훈련하여 3년 단기 강사로 선임해 안전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도 소방교육기관에서 일정 기간의 교육 이수 후 자격을 부여해 현직교사로 활동 중이거나 소방공무원으로 선별 채용해 교육프로그램을 전담하는 인력들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1년 12월 25일 경기도 고양시 OO모텔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촛불 이벤트를 하던 연인들의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하였고, 완강기를 이용해 탈출을 시도하던 투숙객 2명은 완강기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완강기에서 추락해 사망
가정의 행복은 무엇인가? 우선 건강과 사고가 없어야 한다. 화재사고가 발생해 이 추운 겨울날 국민의 3대 기본권인 의·식·주를 잃으면 불행 중 불행인 것이다. 특히 주에 해당하는 주택의 화재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약간의 소방시설에 투자만 하면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주택소방시설은 간단하게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다. 소화기는 작지만 하지만, 위력은 대단해 화재 초기에는 소방차 한 대와 맞먹는다. ‘소화기’는 소화약제인 제1인산암모늄인데 불꽃에 방사를 하면 열에 녹으면서 가연물에 달라 붙여 산소를 차단해 불을 질식시켜 끄게 되는 원리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연기가 나면 감지기가 경보음을 발해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 화재가 발생하였음을 소리로 전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주택화재는 가장 많은 발생형태며 인명피해도 가장 크다. 이를 막기 위해 당국은 법으로 2017년 2월 4일부터는 기존주택에도 설치하도록 소급적용했다. 단독주택이나 빌라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같은 곳은, 골목길 주정차로 소방차량 진입이 지체되거나 어렵고, 소화전도…
하늘 가득 날아 내리는 첫눈을 보고서야 베란다 화분을 불러들이기로 했다. 여름내 훌쩍 키를 키운 파키라 넓은 잎, 산세베리아 두툼한 허리, 벤자민 고무나무 자잘한 이파리까지. 여린 화분 겨울준비를 하고 마주한 따끈한 꽃차에서 마당 한쪽 흐드러지게 피고 지던 어린 날 그 꽃밭, 향기가 났다. 울퉁불퉁한 돌 몇 개로 나누어진 화단과 마당의 경계선 사이로 속살거리는 채송화, 까만 씨앗이 도톰했던 봉선화, 혼자서도 예쁜 백일홍까지. 봄 꽃에 이어 여름 꽃, 가을 꽃으로 터져 오르던 향긋한 기억. 그렇게 철따라 꽃은 달라졌고 향기도 느낌도 많이 달랐었다. 마치 사람의 꽃처럼 말이다. 어린 날의 꿈 많은 봄꽃을 거쳐 혈기왕성한 청년기의 여름 꽃에 이어 결과물 풍성한 가을 장년기를 거쳐 마침내 슬며시 욕심을 내려놓을 줄 아는 절절이 가슴 따스해져야 피우는 노년기의 그 겨울 꽃까지 말이다. 사람의 겨울 꽃, 그 꽃을 나는 ‘고령화(花)’라 칭하고 싶다. 숱한 봄, 여름, 가을의 뜨거운 시간들 다 가슴에 품은 채 뭉긋한 향기 피울 줄 아는 그 말없음의 꽃. 그 어떤 꽃보다 사랑이라는 거름이 필요한, 그래서 함께 피우면 더 좋은 꽃. 마지막 생의 열정을…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3.1%로 고령화 사회이며, 2017년이면 14%이상의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속도의 심각성은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로 떨어지면 초저출산 사회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2001년 1.3명 이하로 떨어진 뒤 15년째 초저출산 사회를 유지중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책으로 80조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이미 만성적 저출산 국가가 돼버린 상황에서 반등이 쉽지 않다. 이렇게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미혼모들의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미혼모 지원의 기반을 마련한 것은 리차드 보아스 박사로, 그는 한국에서 딸을 입양하였다. 딸을 키우면서 입양재단을 설립하고 국제입양을 원하는 미국의 가정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 국제입양의 옹호자가 되었다. 하지만 2006년 10월 딸의 모국인…
로마인들이 세계최고 ’목욕광‘ 이었다. 얼마나 목욕을 좋아했는지, 당시 로마제국의 최전선이었던 영국에도 대형 목욕탕을 짓고 전쟁 중인 군인들이 목욕을 즐겼을 정도다. 로마에는 아직도 크고 작은 목욕장은 물론 미술관, 도서관, 분수, 수영장까지 갖췄었다는 호화 ‘카라칼라’ 목욕장이 지금도 남아있다. 이곳에서 귀족들은 호사의 극치를 이루는 목욕을 했고, 정치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로마는 목욕탕 때문에 망했다”는 그 유명한 교훈을 남겼다. 목욕하면 일본도 빠지지 않는다. 예부터 온천이 많은 까닭이다. 일본의 목욕 문화는 로마와 달리 국민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몸을 덥혀 땀을 내고 노폐물을 걸러내는 건식 목욕을 즐겼던 우리나라도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한증막(汗蒸幕)’ 이란 것이 있다. 장작으로 뜨겁게 데운 황토온돌방 위에 솔잎을 깔고 그 위에서 땀을 빼는 공간인 한증막은 요즘으로 치면 건식 사우나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서민들의 건강을 챙기는데 기여해 왔다. 특히 황토에서 좋은 효능이 나온다는 것을 간파한 세종은 궁중에 한증소를 설치해 고혈압 등 난치병 환자들이 이용토록 했다. 이후 지방 곳곳에 한증막을 세우고 농
우포 여자 /권갑하 설렘도 미련도 없이 질펀하게 드러누운 그렇게 오지랖 넓은 여자는 본적이 없다 비취빛 그리움마저 개구리밥에 묻어버린 본 적이 없다 그토록 숲이 우거진 여자 일억 오천만년 단 하루도 마르지 않은 마음도 어쩌지 못할 원시의 촉촉함이여 생살 찢고 솟아오르는 가시연 붉은 꽃대 나이마저 잊어버린 침잠의 세월이래도 말조개 뽀글거리고 장구애비 헐떡인다 누가 알리 저 늪 속 같은 여자의 마음 물옥잠 생이가래 물풀 마름 드렁허리 제 안을 정화시켜온 눈물 보기나 했으리 칠십만 평 우포 여자는 오늘도 순산이다 쇠물닭 홰 친 자리 물병아리 쏟아지고 안개빛 자궁 속에는 삿대 젓는 목선 한 척 우포는 경남 창녕에 있는 늪지이다. 시인은 우포를 질펀하면서 오지랖 넓은 여자로 그려내고 있다. 그녀는 ‘단 하루도 마르지 않은’ 촉촉함을 간직한 여자다. 그 속을 알 수 없지만 세상의 모든 걱정과 근심들을 말없이 안아줄 수도 있는 그런 여자. 꼭 우리네 어머니 같은, 그러니 범인의 눈으로는 그 몸속에 품고 있는 눈물을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지난 13일 공식적으로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시작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체제가 가동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지난 13일 대정부 국회질문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불출석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야당이 ‘대통령 코스프레’라는 비판을 하였다. 대통령 권한대행체제의 시작과 더불어 나타난 갈등을 법조인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헌법 제62조 제2항은 국무총리의 국회출석과 답변 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야당의 주장은 황교안 권한대행자가 국무총리임을 전제로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라는 시각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한편 헌법 제83조는 ‘대통령은 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 기타 법률이 정하는 공사의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대통령의 권한만 대신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의무도 같이 부담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국무총리로서의 국회 출석 거부도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국회불출석은 헌법상 의무인가, 아닌가? 아직 정답을 낼 수 없다. 자 이번에는 법률적 관점을 달리해서 접근해보자. 대통령 권한대행의
1987년 이탈리아에선 포르노 배우 출신 ‘치치올리나’가 일명 ‘애정당’이란 정당을 만들어 정치에 뛰어들었고 하원의원에 당선돼 화제가 됐다. 1990년 인근 국가 폴란드에서는 ‘폴란드 맥주 사랑당’이란 이색 정당이 창당했다. 국민들이 독한 보드카를 분별없이 마신 탓에 알코올 중독자가 늘어나자 ‘차라리 맥주를 마시는 게 낫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듬해 총선에서 16석을 얻어서다. 그러나 국회 진출 후 당원들 간 의견 대립으로 대맥주파와 소맥주파로 갈렸다가 결국 해산되고 말았다. 1994년 남아공에선 키스(KISS)당이 등장했다. 로고도 빨간 루즈를 바른 입술이었다. 명칭은 애로틱하지만 사실 ‘정직과 단순함을 유지하는 당(Keep It Straight and Simple Party)’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이밖에 유럽에선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창하는 ‘녹색잎당’, 도박 활성화를 내세운 ‘카지노당’까지 출현하는 등 국민 대변 명분하에 다양한 정당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하고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정당의 명멸사(明滅史)에 있어선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를 따라 오지 못할 것이다. 해방이후 1947년 미소공동위원회에서 정당 단체 참가 신청을 받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