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목조작가가 연리지를 소재로 관계를 형성하고 이타적 사랑을 주제로 한 전시를 선보인다. 지난달 24일 서울시 송파구 삼성 래미안갤러리에서 막을 올린 ‘연리지-본연의 몸짓’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연리지-북서풍부는 날에’, ‘연리지-생과 멸’ 그리고 장승이 어깨를 나란히 한 ‘연리지-천년지기’ 등 작품 23점으로 꾸며졌다. 특히 연리지로 표현한 ‘신성모독’ 시리즈는 부처와 예수의 얼굴이 새겨진 모습에 눈길이 간다. 이 작가는 “최근에는 우리 조각물의 시작인 장승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을 한 쌍으로 세운다”면서 “장승을 세워 역병으로부터 지켜내려는 거시세계와 미시세계, 자연과 인간, 하늘과 땅, 공간과 시간, 남과 여 등의 상대적 개념이 복합적으로 내재된 메커니즘을 통한 형상과 공공성을 모티브로 작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상대적인 관계의 조합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상근 작가는 작품을 통해 서양의 중심 사상인 사랑을 하트 모양으로, 동양의 중심사상인 관계를 연리지 형상으로 조합했다고 한다.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을 말하는데, 매우 희귀한 현상으로 남녀 사
“어릴 적 아버지한테 한자 이름을 배웠는데 이상근(李相根)이란 석자가 나무의 아들, 나무의 눈, 나무뿌리로 각인됐어요. 은연중에 나무라고 하니까 자연스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좋더라고요.”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만난 이상근 작가는 나무로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운명이라고 말했다. 소나무처럼 우직하게 길을 걸어온 그에게 작품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이 작가의 작품은 연리지를 주제로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형태에 사랑을 의미하는 하트 모양이 더해졌다. 눈, 코, 입은 물론 이가 빠진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까지 섬세함이 묻어난다. 이상근 작가는 “주로 느티나무를 쓰는데 결 때문에 인상을 깎으면 잡아먹는다. 그래서 결이 없는 은행나무로 인상을 깎는데 섬세해서 작업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부터 운명처럼 느끼고 나무로 작업했다는 그는 나무의 매력에 대한 질문에 한 치 망설임도 없이 “하늘과 땅과 같이 살아가는 동반자가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인류사를 보면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거치며 문명이 발달하는데 분명 목기시대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나무는 인간의 삶에 늘 같이 있었기 때문에 명명되지 못했던 게 아닐까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