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보다 2024 / 박지일, 송희지, 신이인, 양안다, 여세실, 임유영, 조시현, 차현준 / 문학과지성사 / 244쪽 / 7000원 “아침에 일어나니 날은 저물었고, 차조기 잎만을 여전히 찧는 엄마, 못 떠다니는 금붕어만 여전히 구경하는 엄마, 여전히 뒷짐만으로 중얼거리는 엄마, 셀 수 없는 엄마, 너는 자갈을 굴리며 내장을 돌아다니고, 너는 너를 쓰면서, 너를 쓸 수 있는 것은 너밖에 없다고 착각하면서, 물보라” (박지일, 물보라 中) 2024 문지문학상 시 후보작을 모아놓은 ‘시 보다 2024’가 발간됐다. 2021년 문학과지성사가 제정한 문지문학상의 시 부문 작품들이다. ‘시 보다’는 올해로 네 번째를 맞았다. 문학과지성사는 2021년 새로운 감각으로 시적 언어의 현재성을 가늠하고 젊은 시인들의 창작 활동을 응원하기 위해 문지문학상 시 부문을 신설했다. 시 부문 후보작들을 모아놓은 ‘시 보다’는 동시대 한국 시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시 보다 2024’에는 오은, 이수명, 하재인 등 심사위원이 검토한 시들이 수록된다. 심사위원들은 작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발표된 시들을 검토했고, 데뷔 10년 이하의 시인 작품을 선정했다. 기발표작 4편과 신작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하린 지음/더푸른출판사/512쪽/1만9000원 “시 쓸 소재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으세요.” 신간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는 상상이 버무려진 다양한 시 쓰기 테마와 그에 따른 접근방법을 안내하고 있는 창작 제안서이다. 저자 하린은 시를 쓸 소재가 생각나지 않거나 자기 복제적인 시만 계속 쓰고 있을 때, 다채로운 테마의 시를 쓰고 싶을 때 곁에 두고 읽으면 도움이 된다고 소개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21년 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이 책은 시 창작 안내서가 아닌 제안서라 할 수 있다. 정답이나 해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린이 자신의 시 쓰기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고, 접근해보길 제안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시에 적용할 장점을 8가지로 설정했다. 상상과 역발상을 통해 나만의 시에 도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과 지독하게 섬세함을 동반한 표현과 사유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시는 근본적으로 비유의 속성을 갖기에 탁월한 비유는 물론, 구체성 안에 암시성을 담는 방법으로 특출난 상징을 활용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시적 직관이나 예기치 못한 시적 반전이 있다면 신선함을 느끼게 되고, 읽는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살아온 길, 삶의 마디마디를 정리한 책입니다.” 진길장 시인은 시집 ‘연지골 편지’에 자신의 30년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20일 출간된 이 책은 시작(詩作) 활동을 이어온 30년간의 작품들을 모아 엮은 것으로, 세월의 변화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강산이 세 번 바뀔동안의 여정이니 얼마나 많은 추억과 삶의 지혜, 감정들이 담겼겠는가. 진길장 시인은 “대략 1990년대부터 문학 활동을 하면서 여러 문학지에 올렸던 글들을 정리했다”며 “삶을 되돌아보며 글을 추리는 작업이 쉽지 않았지만 내가 살아온 길이 거기 있었다”고 말했다. 이 책이 한 사람의 궤적을 돌아보는 내용이라고 덧붙인 그는 “실은 너무 늦은 첫 시집”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시집 제목인 연지골은 시인의 직장이 있는 곳의 지명이다. ‘연지골 편지’는 90년대 전교조 활동을 하면서 써내려간 현실 참여적인 작품부터 30여 년간 특수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면서 함께해온 장애아들과의 삶과 사랑이 담긴 작품 등으로 구성됐다. 그는 “내 일상에서 일어나는 평
								
				2010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이 영화는 일상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한 여인의 삶을 통해 담담히 그렸다는 평을 들으며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제63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해 외신에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이창동 감독의 모국인 한국에서의 성적은 초라했다. 관객은 21만 명뿐이었고, 2009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마스터영화 제작지원 사업에 두 차례에 걸쳐 응모했으나 탈락했다. 특히 한 심사위원에게는 ‘0점’을 맞는 수모를 겪은 일마저 알려지면서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이 영화계 인사들과 네티즌들에 뭇매를 맡기도 했다. <시>는 2009년 7월 영진위의 6억 원 상당 마스터영화 제작지원 사업 첫 공모에서 평점 평균 70점을 넘겨야 하는 항목을 충족시키지 못해 과락으로 떨어졌다. 한 심사위원이 ‘<시> 시나리오가 각본 형식이 아니라 소설 같은 형식’이라는 이유를 들어 0점을 준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심사위원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시>는 같은 해 말 2차에 재차 지원했지만 또다시 떨어졌다. 당시 영진위 정초신 부위원장을 비롯한 심사위원 7명은 “영진위가 실시하는 다른
								
				이탈리아의 한 시인이 아름다운 시어로 ‘수원’을 노래해 눈길을 끈다. (사)시사랑문화인협의회(회장 최동호)는 이탈리아의 시인, 라우라 가라바글리아(Laura Garavaglia)를 제2회 KS국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에 수상한 라우라 가라바글리아는 수상 소감에서 지난해 9월 수원 화성에서 열린 ‘세계 시낭송 축제’를 떠올리며 “수원 화성의 장엄함과 화성이 가진 감동적인 역사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또한 “감정에는 경계가 없고 종교나 인종, 문화의 차이도 없다”면서 “시의 언어가 한국과 이탈리아의 이상적 다리 역할을 해 양국 간 문화적 교류가 더욱 굳건해지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번 문학상 심사에는 최동호(경남대 석좌교수), 방민호(서울대 교수), 김구슬(협성대 명예교수), 여태천(동덕여대 교수), 김종훈(고려대 교수) 등 시인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5인의 심사위원은 심사평을 통해 “그녀의 언어는 지적으로 절제되어 있되, 추상적인 사유부터 구체적인 사물까지 상당히 넓은 영역을 탐사한다”며 “이 점은 특별히 한국 시의 활로를 개척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김구슬 교수는 라우라 가라바글리아에 대해 “이탈리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