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흔적이 깊이 묻어있는 연천. 봄바람을 타고 이곳에 이르면 인류의 첫 발자취와 구석기 시대 도구의 변천사가 한눈에 펼쳐진다. 오늘의 우리는 역사의 지층 위에서 과거의 시간을 마주하며 선조들의 삶과 지혜를 따라가 본다. 전곡선사박물관이 상설전시실 전면 개편과 동시에 42cm '초대형 주먹찌르개'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 개편은 도립뮤지엄콘텐츠 확충 2년 차 사업의 일환으로, 축적된 최신 연구 성과 반영과 더불어 '관람객의 시선'에서 전시를 재구성했다. 상설전시에서는 전체 소장품 5971점 중 100여 점을 공개한다. 이후 5월에 예정된 기획전에서는 전곡리 축제와 연계해 더 많은 소장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원형 유리장 안에 놓인 '전곡의 주먹도끼' 다섯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비슷한 크기와 형태의 주먹도끼는 모서리가 뾰족하고 손에 쥐기 편하게 다듬어져 있다. 수만 년 전 인간의 손길이 남긴 흔적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어 내부로 발걸음을 옮기면 입체적인 조형물들과 함께 구석기 시대가 펼쳐진다. 곳곳에 배치된 사자, 호랑이, 나무 등의 소품들은 전시의 생동감을 더하고, 관람객을 과거로 이끌며 시각적인 새로움과 재미를 선사한다. 전시장 중
호암미술관이 한국 현대조각의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의 대규모 회고전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을 17일부터 6월 28일까지 개최한다. 김윤신은 1970년대 후반부터 나무를 주요 재료로 삼아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본질을 탐구해 온 조각가다. 해방과 전쟁이라는 격동기를 거쳐 전후 척박한 예술 환경 속에서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몸소 통과해 온 산 증인으로 평가된다. 1970년대 초 국내 조각계가 모더니즘을 지향하며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모색하던 시기, 김윤신은 수직적 형태의 추상조각을 선보이며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했다. 이후 1980년대 중반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그는 남미의 자연 속에서 창작에 몰두하며 현대성과 원시성이 공존하는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발전시켰다. 이번 회고전에는 1960년대 이전 망실된 작품을 제외하고, 파리 유학 시절 제작한 판화와 실험적인 평면 작업, 그리고 60대 이후 몰입하기 시작한 회화 등 약 170여 점이 소개된다. 전시 부제인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은 작가의 대표적인 작업 이념에서 비롯됐다. 이는 작가와 재료가 하나가 돼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킨다는 의미
흙은 가장 오래된 재료이자 인간의 삶과 가장 가까운 예술 매체다. 손으로 빚어 형태를 만들고 불을 통해 완성되는 도자는 오랜 시간 우리의 생활과 문화를 담아왔다. 여주 경기생활도자미술관은 이러한 도자의 본질적인 매력과 함께 작가 개개인의 개성을 보여주는 전시 '다움도예'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80~1990년대에 태어난 젊은 세대 도예 작가 7인의 작업을 통해 오늘날 도자 예술이 어디까지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획전이다. 전통 도자의 형태와 기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3D 모델링, 캐스팅, 조형 실험 등 다양한 현대적 방법을 접목해 새로운 도자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전시장 첫 공간에서는 도자의 전통적 형태인 백자 항아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특히 '신원동' 작가의 대형 백자 항아리 작업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전통 백자를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시대의 감각이 반영된 조형으로 바라본다. 완전함 속의 미완과 실패를 수용했던 전통 도자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공예의 본질을 탐구한다. 전시장 바닥에 배치된 대형 항아리들은 절제된 흰색의 표면과 안정적인 형태를 통해 백자가 지닌 조형적
고색뉴지엄이 올해 첫 기획초대전으로 '고요의 지형: Inner Universe Dreamer’s Forest'를 29일까지 고색뉴지엄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정보와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멈춤과 사유'를 통해 내면의 감각을 탐색하는 송은지, 이소윤 작가의 2인전으로 구성된다. 수원대학교 조소과 동문인 두 작가는 그동안 여러 차례 협업 전시를 통해 작업적 호흡을 맞춰 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연필 드로잉과 조형 설치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고요의 지형'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먼저 송 작가는 연필이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섬세한 도구를 활용해 인물의 내면을 포착한 드로잉 15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내면 우주, 기억의 지표' 연작은 흑연 선을 겹겹이 쌓아 올려 캔버스를 가득 채운 인물의 얼굴이 특징이다. 작가에게 얼굴의 굴곡은 단순한 신체 부위를 넘어, 먼 행성의 거친 표면이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하나의 '지형'으로 읽힌다. 무수한 연필 선이 쌓여 형성된 이 지형은 얼굴 형상 이면에 고여 있는 정적과 존재의 순수한 상태를 마주하는 수행적 과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송 작가는 "종종 우주의 먼 행성에 존재
날카로운 바람으로 살을 에는 겨울이 녹고 꽃바람과 함께 봄이 피어나고 있다. 도내 곳곳에서는 이러한 봄기운과 함께 독특하면서도 도전적인 현대미술의 숨결이 흐른다. 거장의 건축과 조각, 회화의 시대를 앞서간 예술의 도전적인 행보까지. 자신의 시대와 이야기를 작품에 녹인 예술가들의 이야기 속으로 봄 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경기관광공사가 거장들의 세계 6곳을 소개한다. ◆ 개관 20주년의 응축과 도약 '안산 경기도미술관' 경기도미술관은 안산 시민의 정원으로 불리는 화랑유원지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제2주차장에서 미술관을 바라보면 거대한 반투명 유리벽과 경사진 지붕을 지탱하는 파이프 구조가 마치 배의 돛대를 떠올리게 한다. 화랑호수에 닻을 내린 듯 자리한 이 미술관은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경사진 녹화 지붕은 주변의 완만한 구릉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자연 채광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천창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술관 내부로 들어서면 1층 로비 프로젝트 갤러리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회화 작품이 눈길을 끈다. 이상남 작가의 작품 '풍경의 알고리듬'이다. 하얀 배경 위에 삶을 상징하는 원과 죽음을 상징하는 직선이 교차하며 현대 사회의 풍경과 다양
'흑'과 '백'. 이를 대립이 아닌 연결의 언어로 두 색을 풀어내며, 그 사이에 존재하는 회색의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이 소장품 주제 기획전 '블랑 블랙 파노라마'를 선보이며 올해 시작을 알렸다. 이번 전시는 고산금, 김두진, 석철주 등 18명 작가의 회화, 조각, 사진, 공예, 영상 작품 10여 점을 통해 흑과 백의 색채적 대비를 섬세하게 조명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두운 배경과 함께 파노라마 형식으로 진열된 구성과 핀조명 아래 집중되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반짝이는 윤슬 같기도 하고 일렁이는 파도 같기도 한 최수환 작가의 '빔_바다'는 '빛' 자체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관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검은색 배경에 뚫린 구멍 속 LED 빛이 통과하며 형상을 이룬다. 전원이 꺼지면 사라지는 작품의 특성은 '존재'와 '부재'의 공존을 암시하며 시각화한다. 그 옆으로는 유승호 작가의 '세월아 돌려다오'가 이어진다. 매우 작은 단어들이 더해지고 합쳐져 하나의 풍경화를 완성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보이는 반복되는 글자 형태들은 텍스트와 이미지, 형상과 추상의 경계를 드러낸다.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 노인의 모습과 대비되는 '세월아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이 오는 3월 2일부터 25일까지 야외 조각공원에서 '폼폼폼'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경기도미술관의 20주년 핵심 가치인 '환대'와 '연대'에서 출발해 문화자원봉사자들과의 협력과 만남을 확장하고자 기획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문화자원봉사 대상 참가자를 모집해 총 6회의 사전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참여자 개별 발표와 작가 워크숍을 통해 개인과 사회, 환경, 관계를 되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과정 속 문화자원봉사자들이 함께 고민해 온 '환대'와 '연대'의 의미를 관람객과 공유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감과 대화로 확장한다. 매일 오전 11시 30분과 오후 2시에 투어가 진행되며, 문화자원봉사자의 작품 해설과 경기도미술관 전시안내 앱을 활용한 야외 조각 투어가 약 40분간 열린다. 이번 프로그램은 경기도미술관 누리집에서 사전 예약이 가능하며, 공석이 남아있을 경우 현장 참여도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미술관 관계자는 "경기도미술관 20주년의 첫 프로젝트를 '폼폼폼'으로 연다"며 "문화자원봉사자와 함께 쌓아올린 환대의 의미를 공유하고 관람객 또한 자
구하우스미술관이 오는 25일 2025년 한 해 동안 수집한 소장품을 공개하는 '소유x공유 구하우스 2025년도 신규 소장품전 Possession × Sharing'을 선보인다. 두 번째를 맞이하는 '소유x공유' 전시는 "예술은 소유하는 것이 아닌 공유하는 것"이라는 구정순 관장의 철학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구하우스미술관은 국내 사립미술관 중 컨템포러리 아트 컬렉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관 소장 작품을 관람객과 나누는 컬렉션의 의미를 조명한다. 2025년 신규 컬렉션은 현대미술의 거장과 중견 작가, 신진 작가들의 작업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관람객들의 관람의 재미를 선사한다. 김수자, 루이스 부르주아, 신성희 등 현대미술사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도시의 이면을 기록해 온 안세권의 작업도 만나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인도네시아의 마하라니 만카나가라와 인도의 나레쉬 쿠마르 등 아시아 미술 작품도 전시돼 국내외 예술세계를 한자리에 모았다. 김윤영, 박세은, 홍원재, 연여인 등 신진 작가들의 작품은 컬렉션의 역동성을 증명하며, 주요 작가들의 예술적 성취 기록을 넘어 동시대 작가들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지지하는 미술관의 가치를 드러낸다. 동
수원시립미술관이 오는 25일 오후 7시 30분 미술관 2전시실에서 동시대미술전 '공생' 연계 야간 퍼포먼스를 개최한다. 이번 퍼포먼스는 '공생' 전시의 착가인 윤향로(회화작가), 유지완(사운드 아티스트), 민병훈(소설가)이 함께 '공생'의 감각을 낭독-사운드, 조명과 회화의 변화를 선보인다. 민병훈은 전시에 소개된 단편소설 '서로에게 겨우 매달린 사람들처럼'을 직접 낭독해 새로운 사운드 환경 속 텍스트와 현장성을 만들어낸다. 윤향로는 전시에서 선보인 비정형 캔버스 회화 '오이스터'를 중심으로 기존과 다른 조명 환경 속에서 새로운 표면과 깊이를 표현한다. 이에 '담김'과 '비움'의 감각을 환기하며 관객들에게 '공생'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전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2월 문화가 있는 날 야간 운영의 일환으로, 모두 무료로 운영된다. 총 40명 선착순 모집하며 신청은 미술관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남기민 관장은 "여러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풍경을 상상하는 무대적 전시의 작가 퍼포먼스를 통해 공생을 새롭게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시대미술전 '공생'은 예술이 동시대 담론과 맺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시로 오는 3월 2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2전시실에
동생에게 바치는 집. 관람객들이 집들이를 오며 실현되지 않을 것만 같던 꿈이 마침내 현실이 되는 공간이 있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이 관객들을 2025 프로젝트갤러리 신진작가 옴니버스전의 마지막 전시 강나영의 개인전 '드림하우스' 속으로 초대한다. 강나영은 동시대 미술에서 주목하고 있는 '돌봄'과 '노동'에 이야기하며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의 층위를 작품 속에 담아낸다. 작가의 동생이 꿈꿔왔던 '함께 살 집'에서 출발한 이번 전시는 벽면에 위치한 커다란 도면이 가장 먼저 맞이한다. 이에 관람객들은 사고 이후 더 이상 실현할 수 없게 된 '꿈'이 예술로 승화돼 피어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동생이 직접 그린 도면을 확대한 설계도 속에는 ▲엄빠방 ▲작업실 ▲거실 ▲서재 ▲BAR ▲영화관 등으로 구성돼 가족이 한때 그렸던 미래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 옆으로는 동생과 가족들이 사고 나기 전 '꿈의 집'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메시지 창이 나열돼 있으며, 세밀한 설계도를 담은 액자들이 이어진다. 벽면 한쪽에는 '모든 드로잉 및 도면 디자인: 강기민'이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있어 작가가 동생에게 바치는 전시임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이러한 액자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