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잿빛이 된 세상 속 나타난 한 줄기 빛…뮤지컬 ‘푸른 잿빛 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독일 함부르크. 사람들은 전쟁에 빼앗겼던 일상을 되찾기 위해 분주하다. ‘라이자’는 전쟁으로 동생 ‘라디’를 잃었지만 그 상처를 묻어둔 채,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소개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라이자와 달리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사람도 있다. 전투에서 홀로 살아남아 전우들의 유족들에게 유품을 전달해야 하는 ‘볼프’가 그렇다. 그는 하루하루 술 없이는 살 수가 없게 됐다. 볼프의 세상은 ‘잿빛’으로 물들었다. 독일의 ‘윤동주’라 불리는 작가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뮤지컬 ‘푸른 잿빛 밤’은 인생의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다시 일어서 나아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살던 볼프에게 “그래도 돌아왔잖아요. 적어도 돌아왔잖아요”라는 라이자의 말은 희망의 씨앗이 된다. 볼프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술값이라도 벌겠다며 라이자가 추천한 야간 경비 일을 맡는다. 점점 가까워지는 두 사람, 볼프는 조금씩 웃음을 되찾으며 라이자의 밝음으로 그의 잿빛도 조금씩 지워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