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료체계, 믿을 수 없다!"
군복무중 암에 걸렸으나 허술한 군의료체계로 이를 제때 발견하지 못하고 전역한 예비역들이 말기암의 '시한부 인생'을 살다 사망하는 일이 연이어 벌어지자 입대 대기자, 현역 군인, 예비역 등이 '내 몸은 내가 지킨다'며 종합검진을 받는 등 군의료체계의 불신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내 건강은 내손으로 지킨다=내년초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김모(21.수원시 영통구 영통1동.경기대 2년 재학중)씨는 얼마전 수원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다.
입대전에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최근들어 전역후 암 판정을 받고 고통스런 투병생활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예비역들이 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군의료체계를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종합검진을 받았다"며 "2년이란 시간동안 군복무하는 것도 억울한데 불치병까지 걸리게 되면 누구한테 하소연하겠냐"고 말했다.
지난 5월 현역으로 입대해 남양주시 모 사단에서 복무중인 한모(22)씨는 "일병 휴가를 나왔는데 부모님이 종합검진을 받아보라고 권유해 며칠전에 병원을 찾았었다"며 "고참, 후임병 할 것없이 요즘 군대의 최고 화두는 단연 건강"이라고 밝혔다.
그는 "군대에서의 치료는 너무나도 형식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군의료기관의 진단을 믿는 병사는 아마도 전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초 해병대를 제대한 김모(24.군포시 산본동)씨는 "제대한 뒤 몸이 너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더니 '저체온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군복무 중에도 같은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해 군의료기관을 찾았더니 감기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어떻게 군의료체계를 불신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안양 D병원 관계자는 "얼마전까지만해도 종합검진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는데 최근들어서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친구들도 종합검진을 받기 위해 찾아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역후 암 판정, 그리고 잇따른 죽음=제대후 불치의 암 판정을 받고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전역 20여일 만에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1년 반 넘게 투병생활을 해온 윤여주(26·예비역 병장)씨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또 전역 후 보름 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지난 10월 숨진 노충국(28)씨 사건은 우리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전역후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김웅민(23)씨도 지난달 사망했다.
지난 6월 외아들을 군에 보낸 김모(44.여.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씨는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누구나 자식이 병역의 의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길 바란다"며 "그런데 건강하게 입대했던 자식이 말기암의 '시한부 인생'으로 돌아온다면 억장이 무너지지 않을 부모가 어디있겠냐"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군대내 구타나 안전사고 등으로 가슴을 졸이고 있는 마당에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어 혹시 내 아이에게도 큰 일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아이가 휴가를 나오면 종합검진을 꼭 받게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