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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지율이 더 떨어지지 않고 올라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최근 부진한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박정일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면서 하는 말이다.
박 후보는 "이미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은 꼭지점을 찍고 내려오는 상황이며, 열린우리당 진대제 후보도 지지율이 좀처럼 변하지 않지만 난 0%에서 시작 했고 지금껏 올라가기만 했으니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말로 가능성을 표현했다.
다른 후보에 비해 준비가 덜 됐다는 비판을 받는 박 후보는 그것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정치를 위해 준비한 것이 아니라 "살다보니 정치가 바뀌어야 하겠구나"해서 뛰어든 정치판이다.
박 후보를 만난 것은 봄비가 무척이나 많이 내리던 22일 오후 1시쯤, 어제의 일정을 소화해 내느라고 늦은 일정을 시작했거니 했거니 했다.
그러나 정작 박 후보가 설명한 이유를 듣는 순간 아찔한 생각마저 들었다.
지난 21일 광명시에서 선거유세를 한창 진행하고 있을 때 자신을 모 정당 당원이라고 밝힌 한 택시운전 기사가 자신의 유세연설을 방해하기 위해 경적을 울리고 욕설을 퍼부어 댔다.
그 전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피습사건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 박 후보는 순간 몸이 얼어붙은 듯 했다는 것이다.
자신을 향해 부딪칠 듯 돌진해 오는 차량이 눈앞에 멈추며 겁을 주는 순간, 자칫 하면 동행하며 사진을 찍던 기자가 다칠 뻔 했다는 뒷얘기도 전했다.
그 마음을 진정 시키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고 생각해보면 “비도 많이 오는데 오늘 하루쯤은 쉬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던 것이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지원 유세에 나오는 날 이었기 때문이다.
일정을 취소할 수가 없어 간신히 마음을 진정 시키고 오후 늦게 유세를 시작했지만 박 후보는 유세를 시작하자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오후 1시 광명시 하안4거리에서 방호현 광명시장 후보와 함께 유세를 시작한 박 후보는 현 정부에 대한 무능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데 주력했다.
“여러분 지금 모든 것이 어렵습니다, 살기도 어렵고, 취직하기도 어렵고, 어디 어렵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까. 이 모든 것이 누구 때문입니까.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책임 때문 아니겠습니까 이제 민주당이 있습니다. 민주당을 지지해 주십시오.”
비가 오기 때문인지 유권자들의 방응은 냉담했다. 우산까지 써야하는 상황에서 길을 막고 서 있는 선거운동원들이 반가울리 없을 터이다.
그러자 박 후보는 ‘경제살리기’를 외치고 나섰다.
“일자리를 만들겠습니다.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여러분 저는 할 수 있습니다...”
이어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유세차량에 올랐다. 그러자 지나가는 몇몇 사람들이 한 대표를 알아보고 자리에 멈춰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대표의 연설이 시작됐다.
“우리당이 어떤 당이냐, 노무현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만든 정당이다, 그러면 노 정권이 사라지면 당연히 사라질 정당이다, 한나라당이 어떤 당이냐, 재벌들에게 정치자금을 수백억원씩 받아쓰는 그런 썩은 정당이다.”
“민주당이 어떤 당이냐, 경기도 광주의 신익희 선생을 뿌리로 한 중도보수의 서민 정당이다..”
한 대표의 지원연설은 대표 자신의 참석만으로도 많은 효과를 나타내는 듯 했다. 이어 한 대표는 박 후보에 대해 “박정일 경기지사 후보만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이다. 민주당과 박 후보를 믿어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연설을 마친 박 후보와 한 대표는 단상에서 내려와 시민들을 직접 만났다. 한나라당 박 대표의 피습 사건으로 인해 경호원들의 경계는 그 어느 때 보다 삼엄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던 나이든 배달부 하나가 박 후보와 한 대표를 알아보고는 갑자기 멈춰서 선거운동을 진행하던 일행들은 순간 긴장했다.
그러나 멈춰선 오토바이에서는 헬멧에 이어 장갑까지 벗고 난 배달부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영광이라며 꼭 민주당에 투표하겠다고 밝힌 배달부는 “텔레비전에서만 보다가 이렇게 보니 신기하고 영광”이라며 수고하라는 말을 전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박 후보의 얼굴에 순간 엷은 웃음이 스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박 후보는 처음 경기지사 후보로 나왔을 때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는데 텔레비전 토론회 몇 번 나간 후에는 부쩍 많은 사람들이 알아본다며 이렇게 나가다 보면 선거 전날까지는 꽤 많은 지지를 얻지 않겠느냐고 웃어 보인다.
박 후보는 광명에 이어 시흥 삼미시장과 안양 범계역에서 반복적인 유세활동을 펼쳤다. 비 속에서 연설을 하고 나면 따로 이동한 한 대표가 등장해 분위기를 상승시켰다.
이날 일정의 마지막은 박 후보의 고향인 안양이었다. 그만큼 박 후보에게 힘이 되는 지역이다.
특히 자신의 유세를 지켜보는 유권자들 무리에서 오랜 친분의 친구를 만나 정답게 악수를 나누기까지 한 박 후보는 “친구를 만나 오늘 일정이 많이 힘들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7시쯤 모든 일정을 소화한 박 후보는 개인 사무소에 들러야 한다며 헤어짐을 서둘렀다.
선거 일정 때문에 매일 아침 새벽 4시면 잠에서 깨어 기도로 시작한다는 박 후보는 일정 후에는 개인 사무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또다른 일과란다. 그는 "하루의 반성과 내일 일정을 직접 챙기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며 비오는 거리를 돌아서 나갔다.

유세장에서 본 박정일 후보
닳지않은 처세 신선함 느껴져
박정일 민주당 후보의 유세차량은 달랑 하나다.
그 유세차량 한 대와 이를 뒤 따르는 승용차 한 대, 이것이 유세장을 누비는 박 후보의 전부다.
삼성 출신으로 경제적인 능력도 있을 터인데 유세차량을 더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 처음엔 돈을 아끼기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유권자를 직접 만나기 위한 박 후보의 배려가 작용하고 있었다.
“이 한 대의 유세차량이 보이는 곳에는 반드시 박정일이가 있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알 것”이라는 것이다.
수 십대의 유세차량을 동원해 도내 각 지역에서 선거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타 후보들에 비하면 궁색한 변명이라기보다는 인간적인 면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유세 중간 중간 심하게 비가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는 박 후보의 모습은 나와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이었다.
박 후보도 유권자들의 관심을 방해하며 내리는 비에 짜증을 느끼고, 가끔은 답답한 마음에 위로가 될 터이다.
정치경력도 없고, 준비도 덜 됐다는 주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회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쏟아내는 설명들은 오히려 정당 지율이나 개인적 인지도에 밀려 그 영향력을 미치는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해외 생활로 인해 습득한 생활습관과 가치관을 토대로 경기도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 ‘선진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것’ 등의 표현은 분명 아직까지는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다.
정치적 경력의 뛰어남이나 화려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경기지사 후보들이 마땅히 그래왔고, 또 그렇게 해야 될 부분들에 대해 ‘구태의 반복’만을 주장하는 것은 기자들에게는 달갑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모든 조건들이 함께 뒤따라야 하겠지만 선거대책본부조차 (기자가 느끼는)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못하고 박 후보가 모든 것을 직접 나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은 경기지사 후보라고 하기엔 초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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