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29일 유권자들의 선택이 정책이나 공약보다는 감성에 따라 좌우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망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각계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은 열린우리당의 경우 경제파탄, 집권여당의 무능 등으로 대표되는 유권자들의 '맹목적인 거부감'이 선거를 감정으로 몰아가면서 투표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유권자들의 감수성에 호소해온 한나라당의 선거전략이 유권자들의 정서에 먹혀들면서 선거초반 불거진 한나라당의 공천비리나 금권, 관건 선거 의혹 등은 '별문제 안된다'는 식으로 잊혀져 가고 매니페스토 운동단체가 실시한 공약평가마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피습사건으로 절정에 달한 유권자들의 감성은 박대표의 병상사진 공개 등으로 연이어 자극받으면서 상당한 파괴력을 가져올 것으로 시민단체들은 보고 있다.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이주현 사무처장은 "지방선거가 막판으로 갈 수록 유권자들 의식 속에는 정책과 공약보다는 현실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감성을 앞세운 유권자들의 선택은 경험적으로 선거 때마다 이른바 '세풍', '병풍' 등 '바람(風)'으로 여겨지면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결정하는 '자발적 강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이 행해지면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중앙정치에 귀속되는 폐단까지 자아내고 있다는 것을 결정적인 문제점로 지적하고 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도 나타났듯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사건으로 불거진 '탄핵풍'은 열린우리당을 일거에 다수당 반열에 올려 놓으면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당시 선거를 담당했던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시만해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자신들의 잘못을 빌며 국민들에게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지만 국민들의 결정은 단호했다.
이렇듯 과거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바로 '감성'이었으며 이는 '불변의 법칙'처럼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선거 때마다 지난 과거를 '망각'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5.31 좋은정책 경기연대 이종만 상임대표는 "이번 지방선거가 중앙정치권과 연계 선상에 놓인 것으로 인식되면서 유권자들이 정당을 보고 후보자를 선택하고 있다"며 "이는 자칫 후보자의 능력이나 정책 등이 간과되고 앞으로 4년간의 지방의정을 파탄으로 몰아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과 관련 위기에 직면하며 여성단체는 물론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또 공천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공천헌금 수수 사건은 현직 국회의원이 두명이나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파장을 야기했다.
뿐만아니라 일부 한나라당 후보들은 정책선거를 표방하면서도 정책이나 후보자 검증을 위해 마련한 합동토론회에 참석하지 않는 등 이번 지방선거를 둘러싼 갖가지 문제가 터져나왔지만 맹목적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반해 마지막 선택으로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했던 열린우리당의 감성전략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싹쓸이만은 막아달라' 읍소가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내면서 '정당보다는 인물로 평가해 달라'는 최소한의 요구조차 받아드려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우리당의 이러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에게는 "우리당은 무조건 싫다"는 것이 이미 선택의 기준으로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경제파탄의 근본적인 책임이 집권여당인 우리당에 있다면 거대 야당으로서 한나라당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유권자들의 정부 여당에 대한 '실망감'은 이미 이성적 선택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에 반대해 국회파행까지 초래했음에도 이러한 과거의 행적들까지도 부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좋은 정책이나 공약, 능력있는 후보보다는 '무조건'이나 '묻지마'식 투표가 선거 전반을 좌우하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판단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이미 거대 양당간 감성자극이 오히려 유권자들은 현명한 판단을 방해하고 있다"며 "유권자들은 이제라도 맹목적인 판단이 아닌 이성을 통한 철저함 검증이 뒷받침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