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말없던 아이가 그런 끔찍힌 일을 저질렀다니 믿기지 않아요”.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조승희씨의 외할아버지 김모(82.고양시 거주)씨는 “승희는 어렸을 때부터 말이 없었던 아이”라며 조 씨의 어린시절을 전했다.
김씨는 19일 “승희가 7살 때 미국에 간 이후 한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말이 없어 승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30여년전 화정동으로 이사해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으며 1995년 상처를 한 뒤 지난 해 부터는 허리가 아파 거동이 어려운 누님(85)을 모시고 함께 살고 있다.
김씨는 “승희 걱정이 많이 돼 1년에 한 두 번 우리 딸과 전화할 때마다 “승희는 괜찮냐”고 물었다면서 “그 때마다 딸이 ‘우리 승희 괜찮아요”라고 대답해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그 놈이 어떻게 이런 일을 청천벽력“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 놈이 처음 태어났을 때 똑똑하게 생겨서 흐뭇해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말이 없어 부모 속을 썩이더니...유구무언”이라며 “어떻게 한 두명도 아니고 30명이 넘는 사람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김씨는 “어떻게 얼굴을 들고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면서 고통을 겪고 있을 딸(58)을 걱정했다.
그는 “어제는 딸 걱정에 견딜 수 없어 이 곳 저 곳을 돌아 다녔다”면서 “승희 엄마는 얌전하고 예쁘게 생기고 살림도 잘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는 “10여년전 제 어미가 세상을 뜰 때도 와보지 못할 정도로 제 자식 공부시키는 재미에 죽도록 일만 했는데…”라며 “미국가서 고생고생 세탁소를 하면서 ‘죽도록’ 자식 공부 시켰는데 우리 딸은 이제 어떻게 하냐”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뉴스에서 자꾸 (딸 부부가) 자살했다는 얘기가 나와 정말 걱정스럽다”며 “저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라며 눈가에 눈물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이제 휴대전화도 끄고 아무데나 갔다 와야겠다”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