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김모 주부가 남편의 의처증을 견디지 못해 병원을 찾았다. 결혼 전 짧은 연애기간 동안에도 남편이 자신의 행동에 다소 강박적인 집착을 보였지만 순진하게 자신을 너무 사랑해 그런 것이려니 믿었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집으로 전화해 뭣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아파트의 경비원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어도 ‘너 바람 피웠지?’하는 식이라고 했다. 더 이상 결혼 생활을 계속하다가는 자기가 오히려 미치고 말 것 같다고 긴장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이런 주부에게는 어떤 처방이 그 주부에게 필요할까.

주부 김씨처럼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많은 것이 현대사회다. 이런 증상은 변태적 성격이나 병적 증세로 부부 사이의 집안이로 치부될 수 있으나 가정 폭력과 맞물릴 경우가 많아 사회문제로 비화될 정도다.

◇사회적 요인, 성윤리 의식 변화 등으로 증가

배우자에 대해 의처증이나 의부증 증세를 보이는 경우를 많은 이들은 사랑이 지나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것은 확실한 정신 질환이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배우자가 의심스럽다가도 아니라는 증거가 확실하면 믿는다. 하지만 의처증·의부증 환자들은 반대로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해도 믿지 않고 오히려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를 찾고 싶어한다. 배우자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질투 망상과 그 망상 때문에 행동 이상이 동반될 때 전문의는 의처증이나 의부증이라는 진단을 내리게 된다. 유병률은 1~4%이며 보통 35~55세 사이에 발병 한다.

◇편집증적 성격, 배우자에 대한 열등감 등이 발병 요인

보통 편집증적 성격의 소유자가 많다.

어렸을 때부터 까다롭고 무슨 일이든지 집고 넘어가려는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들, 지나칠 정도로 편협적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 다른 사람의 태도나 행동에 대해 예민하고 과장해서 생각하는 사람들, 이기적이고 쉽게 앙심을 품고 불평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또 심리적으로 배우자에 대한 열등감이 있을 때 나타난다. 이와함께 자신이바람 피우고 싶거나 동성애적 경향이 있을 때나 배우자가 마음에 안들 때도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또 실제로 부부생활에 문제가 있을 때, 특히 여성의 경우 갑자기 성생활의 회수가 줄었거나 문제가 있을 때 일시적으로 의부증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환자의 고통 이해와 완쾌 의지 필요

치료 방법으로는 심리 사회적 치료와 약물 치료의 병행이 필요하다.

환자가 병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치료를 거부한다. 때문에 가족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부터 치료에 대한 동의를 얻는 게 중요하다. 치료적 관계가 형성된 후에는 환자의 생각이 생활에 어떻게 지장을 초래하는 지를 일깨워주는 식으로 망상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이 때는 환자의 증상에 대해 긍정을 하거나 부정 하기 보다는 환자가 왜 그런 증상을 가지게 되었는지 환자의 고통을 즐겨 청취하고 이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 가족치료, 특히 부부 치료가 요구된다. 하지만 서로간불신의 벽이 두텁기 때문에 부부치료에 들어가기 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치료 결과 환자의 50%만 완쾌됐고 20%는 망상이 감소됐으며 나머지 30%는 변화를 보이지 않은 것과 같이 치료 성공률이 비교적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으며 실제 병원 정신과에서도 가장 치료가 힘든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도움말=분당차병원 정신과 최태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