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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했던 짧은 사랑 허무한 이별로 끝나

히스 레저 유작 ‘캔디’

울부짖는 고통 그들은 아이를 잃었다.

그렇게 짧은 사랑은 캔디처럼 달콤한 환상에서 지옥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돼버린다.

데드라인 문턱에서 젊은 남녀가 본 것은 천국이었을까? 처절한 사랑의 구토였을까?

수없이 지나가는 아름다운 영상 미학 속에서 이 장면만 맴도는 것은 양심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었다.

통곡을 쏟아내고 벽을 치며 후회하고 물 세래로 몸을 적셔도 죽어버린 ‘사랑의 싹’은 살아 돌아올 수 없다.

하늘은 회개의 기회조차 외면했고 천국행 면죄부는 애초 기대하지 않았다.

사랑의 열병에 생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버렸으니….

팔아치울건 환상의 캔디에 모두 넘겨버렸다. 남는건 공허한 현실.

조용한 호숫가를 찾은 이들은 먼 시선 속에서 화려한 젊은날을 모두 떨궈낸다.

2006년 독일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분에 공식 초청됐던 영화 ‘캔디(Candy, 2006)’가 지난 17일 상영에 들어갔다.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 2년이 다 지나 국내팬들 앞에 늦봄의 철쭉꽃 처럼 찾아왔다.

4월을 더욱 잔인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호주 배우 히스 레저, 그가 지난 1월24일 영화 촬영 중 젊은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과 함께 눈높은 국내 상영관을 잡았으니 조금 아이러니하다.

내레이션으로나마 생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짧은 마케팅은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 차분하게 느껴졌던 이유가 ‘그래서였나부다’를 되뇌이게 한다.

히스 레저. 1979년생, 호주 태생. 우리 나이로 꼭 서른쯤.

유독 그의 별명에 눈이 간다. ‘Heathy’.

히스란 식물은 황야에 자생하는 관목으로 히시는 히스로 뒤덮인 황야를 지칭한다.

붉은 꽃이 유난하다는 그 소관목은 황야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막연한 걸음에 이 애칭은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그가 세상에 남겨놓은 것은 그의 전부와도 같았던 전처 ‘미셸 윌리엄스’와 딸 ‘마틸다’, 그리고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 뿐이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 함께 출연했다던 미셸 윌리엄스.

둘의 불화로 인해 소원해진 가족, 영화 캔디를 통해 모든 것을 쏟아냈던 그의 삶과 묘한 징검다리가 놓여지며 광분한 발산을 허락한다.

그는 ‘베트맨 비긴즈2-다크 나이트’를 촬영하던 중 최고 악역 ‘조커’를 연기하며 수면장애로 고통을 겪기도 했다.

명배우의 짧은 생애는 대중들에게 환상과 같이 다가설지 모른다.

시인인 ‘댄’역 분명히 리얼했다. 그리고 히스는 영화처럼 살다갔다.

호주 여배우 애비 코니쉬는 영화 속에서 ‘캔디’로 인상적인 연기력을 선보인다.

호주 평단은 히스와 애비의 연기에 수많은 상을 안겨줬지만 그 연기를 계속해서 볼 수 없다는 것 또한 현실, 그리고 큰 슬픔이다.

닐 암필드 감독은 “그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는 배우였다”며 마지막 가는 그에게 최고의 찬사를 안겼다.

캔디는 일반적으로 달콤한 사탕을 가리키지만 마약 ‘헤로인’을 뜻하는 속어다.

영화내내 깔리는 아름다운 선율도, 사랑의 묘약같은 캔디의 유혹도 모두 허망하다.

수영장 속에서, 자동차 속에서 풍겨내는 사랑의 향취도, 처절하게 울부짖고 있는 그들에게 위안은 되지 않는다.

히스가 붉은 꽃을 피운 뒤 열매로 모태를 벗어나 또다른 시작을 알리듯이 이별은 순간이다.

마약에 빠져버린 아름다운 연인, 팔 수 있는 것이 몸 하나 뿐이었을 때 그들은 생명을 잉태했다.

헤로인이 주는 환상적 이미지로 인해 최고의 사랑을 맛봤다고 속삭이는 육체적·정신적 교감은 한순간에 그들을 내동댕이쳤다.

이 영화는 사랑의 진실을 찾기 보다, 사랑을 하고자하는 인간적인 욕구보다 상대에 대한 존중을 먼저 배웠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속삭임과 묘한 공감대를 이뤄낸다.

조심스레 문제 의식을 논하기를 차지하고 보기를 권하는 이의 마음은 조금 착잡하다.

다만 히스 레저와 애니 코비쉬의 연기력에 주목하라고 말하고 싶다. 입소문을 타며 이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이 늘고 있다는 소문도 확인할 겸 극장을 찾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명배우 제프리 러스(캐스퍼 분), 그가 펼치는 두 주연의 매개자로서, 삶의 관조자로서 그리고 그들을 조롱하는 듯한 그의 눈빛 연기에는 분명 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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