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들의 미국산 쇠고기 집회 참여를 막기 위해 장관 명의의 서한문을 일부 학교에 전달하는가 하면 성남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감이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의 참가 경위를 조사하는 등 교육당국의 ‘촛불집회 탄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경기도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등에 따르면 교과부는 지난 10일 시·도교육청에 학생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장관 명의의 서한문을 홍보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사진>
도교육청은 지역교육청으로 장관의 서한문이 담긴 공문을 발송했고 지역교육청은 장관의 서한문을 가정통신문과 함께 각 가정에 보낼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수원 S초교와 화성 W초교 등 각급 학교에서 각 가정으로 장관의 서한문을 전달했다.
서한문에는 대구 및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학생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학생 성폭력이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학교 내외 CCTV 설치, 배움터 지킴이 확대 등을 통해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그러나 서한문의 하단부에 촛불 집회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져 있어 문제가 불거졌다.
서한문 7번째 단락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거나 왜곡된 정보가 학생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져가고 있으며 학생들이 불안 등을 각종 집회를 통해 호소하고 있으니 아이들의 귀중한 시간을 더이상 길 거리에 나가서 보내게 해서는 안된다’는 집회통제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정통신문을 접한 정모(39·수원 장안) 씨는 “학생 성폭력과 관련해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내용보다 학생들의 촛불 집회 참여를 막도록 하자는 게 주내용인 것 같다”며 “교육당국이 촛불집회 참여를 막기 위해 초등학교에까지 이런 통신문을 발송하는 것은 강압적인 탄압으로 밖에 볼수 없다”고 밝혔다.
촛불 집회 탄압 논란은 성남 D초등학교에서도 불거졌다.
성남 D초교 K 교감은 이 학교 A 교사가 자신의 반 학생 6명과 함께 지난 21일 야탑역 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하자 다음날 학생들의 참가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학급 학생 35명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집회 참여 여부 등을 파악한 것.
K 교감은 “성남교육청이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가 경위를 알아보라’고 해 확인차 전화했고 부모 동의를 얻었다는 교사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늦은 귀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조사토록 한 것으로 강제적인 사항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교조 경기지부는 “성폭력 보다는 촛불 집회 참가 저지를 위한 서한문으로 집회 참여를 막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상대로 직접 진상파악을 시도하고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간접조사까지 한 것은 교육기관의 비교육적인 행태”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