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도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돼 성남의 낮 최고기온이 36.6도를 기록하는 등 올들어 가장 높은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가운데 더위를 이기려는 시민들의 이색적인 아이디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수원 H고에 재학중인 김모 군은 24시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점을 무더위 극복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낮에는 학교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찬 수돗물로 더위를 식히지만 수업이 끝난 뒤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음료수 한잔을 시켜놓고 독서를 하거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폭염을 이기고 있다.
주부 김모(35) 씨도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다른해보다 시원하진 않지만 집에서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이용해 더위를 쫓는 것 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낮시간을 보내는 게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시식코너를 통해 각종 먹거리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도 주부들이 마트나 백화점에서 더위를 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더위를 이기기 위해 옷을 얼려 입거나 양배추를 모자 속에 넣고다니는 엽기족들도 등장했다.
안양에 사는 이모(22) 씨는 얼마전 프로야구 선수였던 박명환이 머리를 식히기 위해 모자 안에 양배추를 넣고 다녔다는 말을 듣고 모자를 쓸 때마다 양배추를 넣고 다닌다.
실제로 모자를 쓸 때 양배추를 넣으면 훨씬 시원하다는 게 이 씨의 주장이다. 또 강모(26·성남시 야탑동) 씨는 최근 무더위가 계속되자 자신의 옷과 양말 신발 등에 물을 뿌린 뒤 냉동실에 얼렸다가 외출할 때 입으면 시원한 기운 때문에 한나절은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이열치열이라는 옛 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도 있다.
신모(27) 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뜨거운 찜질방을 찾는다.
뜨거운 곳에서 땀을 뺀 뒤 시원한 음료나 냉면 등을 먹고나면 더위를 잊을 수 있다는 게 신 씨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열대야를 피하기 위해 지하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자거나 과감한 노출로 자신있는 몸매를 과시하며 더위를 극복하는 등 고유가·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하고 재미있게 무더위를 이기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