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하는데 사진기가 왜 필요해요”, “이렇게 무거운 사진기를 혼자 들고 다녔나요”
신축이전 개관 1주년 기념 세계 군용카메라 특별전과 6.25동란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과천 한국카메라박물관에 지난 18일 일곱 살 동갑내기 귀여운 손님들이 찾아들었다.
용인 수지에 소재한 현대유치원 45명의 원생들이 ‘도구와 기계’란 주제의 학습 차 박물관을 방문한 것이다.
고만고만한 키에 초롱초롱한 눈망울, 똘망똘망한 시선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자못 진지했다.
친구들은 저만치 가도 한곳에 머물러 뚫어져라 쳐다보는 관찰력 깊은 아이, 유치원생이라곤 믿기기 힘든 정도의 질문을 던지는 어른스런 아이 등등.
이날 박물관은 한참을 머물며 재갈대는 참새소리에 공기의 파장이 춤을췄다.
한국카메라박물관이 지난 12일부터 내달 12일까지 한 달간 개최할 특별전 전시물품은 군용카메라 200점과 인화장비, 지형지물을 분석하는 스테레오 뷰어 등 부품 300점을 합해 총 500점.
요즘 일반인이 사용하는 오포포커스 24㎜×36㎜ 필름사이즈에 비해 첩보용인 초소형 4.5㎜×6㎜와 항공용 125㎜×175㎜ 대형 필름을 장착하는 무게 30㎏ 카메라까지 하나같이 보는 이의 눈을 휘둥그러지게 하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것들이다.
방아쇠와 총알(필름)장전장치가 달려 마치 기관총을 닮은 사격연습용인 에어크라프트 건과 TV 브라운관을 연상시키는 스틸 픽쳐 KA-39A1, 7대 생산돼 NASA가 달에 가져갔다는 하셀브라드 MK70, 첩보용 담뱃갑 카메라에 이르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지하 1층에 마련된 6.25동란 사진은 김종세 관장이 20여년간 미국에서 수집한 100점이 홀을 빙 돌아 가지런히 붙어있다.
구멍 난 철모 옆에 죽은 이름모를 병사, 구덩이 속에 무참하게 살해된 주민들의 모습, 머리에 부상 입은 아낙이 어린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간난 동생을 등에 업고 손엔 식량거리인 나무뿌리를 든 소녀 등 눈물겹던 우리의 역사가 펼쳐져 있다.
이들 사진을 보노라면 억울하고 안타깝고 슬퍼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포탄과 총알이 날아드는 위험을 뚫고 한(恨)의 순간에 카메라를 들이댄 종군기자들의 심정은 어땠을까는 생각도 관람객에 따라 가져봄직도 하다.
김한진(57·과천시 별양동)씨는 “진기한 군용카메라 감상하는 재미도 솔솔 했지만 6.25 사진전은 정말 가슴 찡하게 봤다”고 말했다.
김종세 관장은 “군용카메라는 외국 곳곳을 돌며 정말 어렵게 구입했고 동란 사진은 주로 미국에서 산 귀중한 자료로 모처럼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이라고 카메라 박물관의 방문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