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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하며 초심의 행정 펼칠 터”

여인국 과천시장
음치 딛고 색소폰 선택 남몰래 연습
시청직원과 밴드 결성 주민축제 호응

 

“악기를 다루는 일은 행정 만큼이나 까다롭고 힘든 과정이 수반되지만 또다른 성취감을 안겨줘요. 색소폰은 시장으로서 새삼 행정 수행에 대한 초심을 잃지 않도록 깨닫게 해준 스승이자 동반자입니다”

‘행정의 달인’이란 소리를 듣는 여인국 과천시장이 색소폰에 심취해 시 직원들과 밴드를 구성하고 연주회까지 갖는 등 전문가 못지않은 연주 실력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독한 음치라 지금까지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어요. 그걸 안 친구가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서 노래 대신 악기를 배워보라고 권하더군요. 그것이 계기라면 계기라고 할까요.” 여 시장은 회식자리에서 성화같은 한곡 청을 끝내 뿌리쳐야 했던 남모른 고민과 색소폰을 접하게 된 사연을 이렇게 대변했다.

하지만 고교 1학년 때 밴드반이 멋있어 트럼펫을 잡았다 도통 소리가 나지 않아 한 달만에 중도 포기하는 대가로 선배에게 대걸레 10대를 엉덩이에 맞아본 쓴 경험이 있는지라 악기를 또 다시 만지는 것이 내키지 않는 결정이었다.

“색소폰은 아시겠지만 첫 소리를 내기가 참 어려운 악기 아닙니까. 그런데 단전호흡을 2년 6개월 한 덕인지 처음 입에 대고 부는 순간 소리가 나더라고요. 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지요.”

그 자신이 표현했듯 겁없이 대들었다.

개인지도를 받지 않고 혼자 조용한 곳을 찾아다니며 연습한지 석 달 만에 무대에 설 기회는 의의로 빨리 찾아왔다.

작년 8월 전국노래자랑 녹화 때 MC 송해가 “한곡 부르고 내려가라”고 당최 놔주지 않자 노래대신 색소폰을 택했고 가요 ‘만남’을 연주했다. 말이 석 달이지 바쁜 일정을 쪼개 짬짬이 한 연습이라 내심 불안감이 밀려왔으나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망신당하지 않으려고 리허설까지 했는데 한마디로 엉망이었죠. 뭐” 그러나 1천여명의 관람객들은 신선한 광경에 환호성을 보냈고 이를 지켜본 시청 직원들이 ‘밴드를 만들자’는 비둘기 전령을 날렸다.

자신을 포함, 퍼스트기타, 세컨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등 제법 구색을 갖춘 6명의 ‘시티밴드’가 그래서 탄생했다.

“계급장 떼고 하면 맡겠다.”며 버틴 시설관리공단 근무 이성준(33)씨를 지도 선생으로 삼고 본격적인 연습을 하던 중 호흡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그해 10월 말 갈현동 주민축제에 초대받아 자신으로선 두 번째 무대에 올랐다.

그 후 지금까지 10여 차례 불려 다녔고 곡목이 너무 단조롭다는 선생의 핀잔에 ‘애모’, ‘사랑해’, ‘이별’, ‘남행열차’ 등 10곡으로 늘렸다.

연주 도중 남들이 들으면 피식 웃을 에피소드도 많다.

악보가 바람에 날려가 부는 색소폰을 입에 대고 부는 시늉만 한 일, 드럼을 맡은 단원이 악보 없이 나와 가만히 앉아 있었던 일, 2008년 기관, 사회단체장 모임 때 서너 잔 술을 먹은 뒤 무대에 올랐다가 선생에게 야단맞은 일 등등.

본인은 현 실력이 초보의 중하라고 낮췄지만 전문가들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한다.

매주 월요일 시청대강당 대기실에서 전체 단원들과의 정기적 모임과 개인적인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은 덕이다.

연내 각종 주민축제와 시민의 날, 직원 종무식 등 스케줄도 빡빡하게 잡혀있다.

“색소폰을 잡은 뒤 어려운 행정 과제를 풀었을 때와는 또 다른 성취감을 느꼈다”는 여 시장은 “다음 연주회는 악기에게 미안하지 않고 관객에게 예의를 지키기 위해 부끄럽지 않은 솜씨를 보여주겠다”고 단단히 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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