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기구 의료기업체에서 전화가 걸려오고 다른 대학에서도 논문에 관심을 가져주는 등 뜻밖의 유명세에 당황했지만 마음 한구석 뿌듯하기도 했어요”
한국마사회 홍보팀에 근무 중인 송치연(여·33)씨는 최근 자신이 발표한 ‘재활승마프로그램이 특수아동의 우울감과 사회성에 미치는 효과’란 논문으로 유명세를 타는 것에 대해 부담과 자긍심을 동시에 가지는 듯 했다.
광운대 정보복지대학원 심리치료학과에 재학 중 발표해 그에게 석사학위를 안긴 이 논문은 뇌병변, 정신지체, 자폐증 등의 장애아동들이 승마를 통해 재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 화제가 됐었다.
논문이 발표되자 신문과 인터넷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얼마 전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는 등 분주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종전엔 재활승마 논문들은 운동기능, 평형성과 같은 신체적 효과를 집중적으로 다룬데 반해 심리적으로 접근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국민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그녀가 전공과는 동떨어진 심리학을 다시 공부하게 된 배경엔 가슴 아픈 사연이 깃들어 있다.
인생항로를 송두리째 뒤바꿀 중대한 기로 앞에 서 있을 당시 심리 상담을 받으려 했으나 용기가 나지 않아 발길을 접은 대신 서점에서 무심코 집어든 ‘심리학에세이’란 책에 많은 위안을 받았고 그 것이 심리학이란 학문 자체에 푹 빠지는 계기가 되었다.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모든 병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심리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갈등구조가 깊어가는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분야라는 생각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계기가 됐고요”
졸업 논문을 자신의 근무처에서 찾은 것은 보다 치밀한 조사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치료가 필요한 당사자 뿐 아니라 부모 등 주위 사람들의 심리적 안정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부모들은 자식이 재활승마를 타는 것을 보고 겉으론 즐거워 웃는 것 같으나 속으론 울고 있었어요. 중대한 사실은 가족 모두가 고통 받고 있음에도 이들 모두를 함께 치유해야 한다는 것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는 거예요”
송치연씨는 “한걸음 더 나아가 독거노인이나 불우이웃 등 소외계층들이 겪는 고독이란 중병에 대해서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단순한 물질적인 지원이 아닌 마음의 치료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