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3천원 이면 입안이 즐겁다
불황의 그늘 탓에 지갑까지 빼빼 마르다 보니 기왕이면 멀리가지 않고 지출도 줄이면서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에서 바람도 쐬고, 아이들과 역사공부도 할 겸, 가볍게 하루를 즐길 수 있는 곳, 맛 좋고 양 많고 가격이 저렴하면서 감칠만 나게 맛있는 ‘행주산성 원조 국수집’을 소개한다.
이 국수집 메뉴는 별 것 없으며 멸치로 진한 맛을 낸 잔치국수와 매콤 새콤한 비빔국수가 전부다.
가격은 모조리 3천원. 유명세 때문인지 일부러 지방에서 먹으러 오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니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더구나 점심때는 한강을 끼고 확 트인, 자유로 길을 따라 자전거와 자동차로 달려와 원조의 집,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하게 휘감고 돌아 나가는 신선한 바람. 이렇게 달리고 달려왔지만 벌써 손님들이 줄을 서며 북적댄다. 동내 사람들이라도 끼니 때 임박해서 가면 몇 십 분은 줄 설 각오를 해야 먹을 수 있다.
‘많이 드실 분은 미리 말씀해 주세요’ 라는 글귀가 있는 걸로 봐서 양이 적을 수도 있다 싶어 했는데 아주 거대한 그룻에 가득히 넘쳤다.
잔치국수의 면발은 뭐니 뭐니 해도 쫄깃쫄깃하고 국물은 진하면서 시원한 것, 여기에 파대기를 잔뜩 집어넣으면 정말 일품 중 일품이다.
애써 ‘오래 기다렸다가 먹으니 배가 고파서 그럴 걸’이라고 평가절하해 보지만 왠지 설득력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맛이 일품. 그래서 일까 모두 쓱싹 쓱싹 비벼서 후루룩, 면만 먹어도 배부른 상태에서 그래도 맛있어 국물을 자꾸 들이키게 된다.
국수도 국수지만 따로 내어주는 육수는 그야말로 정말 끝내준다.
비빔국수는 들기름 향이 진하다. 역시 면발이 쫄깃쫄깃해서 씹다보면 양념장이 입 안에 확 도는 것이 감칠맛 난다. 반찬으로 나오는 겉절이의 맛도 일품이다.
특히 자유로를 이용, 서울로 출퇴근하는 고양·파주 시민들 중, 이곳 국수 맛의 유혹을 아는 사람들은 퇴근길에 들리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힘들 정도여서 저녁때도 북적대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국수를 먹고 행주산성에 올라가 바라보며 행주대고와 한강 둔치, 확 트인 자유로,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말 잘 왔다는 걸 후회하지 않는다. 전화번호는 없다. 있다고 해도 손님 받느라 전화 받고 있을 시간이 없을 정도니 차라리 전화가 없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행주산성 인근에 도착해 원조 국수집을 물으면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찾기쉽다. 그래도 전화를 해서 위치를 물어야 한다면 국수집 옆 슈퍼마켓(031-972-8688)에 전화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