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서 등록이 취소된 성분이 포함된 고독성 농약이 국내에서는 아무런 제지없이 유통되면서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농촌진흥청의 늑장대응이 도마위에 올랐다. 8일 국회에서 열린 농촌진흥청에 대한 ‘2009년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김학용 의원과 신성범 의원, 민주당 조배숙 의원 등 여러 국회의원이 이같은 내용을 지적하며 농진청의 고독성 농약 관리에 대해 비판했다.
이날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학용 의원은 “EU가 지난 3월 등록을 취소한 697개 농약성분 가운데 국내에 등록된 155개 성분이 아무런 조치도 없이 사용되고 있어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체 430개 농약성분의 36%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농진청은 EU의 발표가 나오고 3개월이나 지난 6월에야 농약안정성전문위원회에서 이같은 안건이 상정됐다”며 회의 후에도 국회에 보고된 사항이 전혀 없었다는 것에 대해 농진청의 안이한 대처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김재수 농촌진흥청장은 “의원들의 지적에 일리가 있고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EU 농약등록 취소에 대해 자료조사와 안전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며 신속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변했다.
신성범 의원은 초강력 제초제인 ‘그라목손’의 예를 들어 제조국인 스위스에서도 1989년 이후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2007년부터는 EU에서도 사용이 금지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계속 사용되고 있는 이유를 물었다.
신 의원은 “그라목손은 농촌에서 노인들이 무좀약으로 잘못 사용했다가 피부 침투 만으로 사망한 경우도 있다”며 “이 정도로 독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용에 대한 기준이 전혀 마련되있지 않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김재수 청장은 “일반적으로 고독성 농약은 가격이 싸고 효과가 좋기 때문에 농민들이 많이 선호하고 있다”며 “안전성검사 실시 후 고독성 농약을 대폭 감축과 사용 중지에 대한 신속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