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수도권매립지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이 담당기관의 허술한 관리·감독과 기본적 검증과정을 빠뜨린 ‘주먹구구’식 설치 계획 등으로 정상적인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예산 낭비 논란과 함께 향후 수도권 하수슬러지 처리에 막대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5일 국회와 환경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에 따르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공사)는 런던협약 의정서 발효로 2011년 2월 22일부터 하수슬러지 해양 배출이 사실상 금지됨에 따라 2006년 1월 환경부 및 서울시·경기도·인천시와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을 수도권매립지에 3단계에 걸쳐 설치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공사는 복토재 생산을 목표로 국비와 지방비 398억원을 투입, 하수슬러지 자원화 1단계 처리시설을 2006년 4월에 착공해 지난해 12월 13일 준공했다. 이 시설은 하루 평균 1천톤의 하수슬러지를 고화물(하루 907t)로 생산, 매립지의 복토재로 활용하기 위함이었지만 지난 9월 한달 동안 하루 평균 248톤 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등 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이 시설은 하루 최저 10t을 생산하거나 아예 가동이 되지 않은 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사는 복토재의 저조한 생산량 원인 중 하나로 복토재 생산시 투입하는 고화제(1톤당 43% 투입)에 문제가 있다고 추정, 뒤늦게 우수 고화제 발굴을 위한 기술공모를 추진 중이지만 고화제 생산까지 시일이 많이 소요돼 시설의 정상적 가동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공사는 이같은 문제를 발생시킨 시공업체를 대상으로 법적 소송도 검토하고 있지만 법적 소송이 2년가량 걸리는 등 문제가 많아 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동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게다가 수도권 광역자치단체들은 ‘1단계 준공’이 완료됐다고 판단, 해양 투기 물량을 제한하고 있어 수도권 슬러지 처리시설 사업이 자칫 잘못될 경우, 추가예산 발생 등 수도권 하수슬러지 처리에 막대한 차질과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이처럼 1단계 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공사는 현재 서울시·경기도·인천시로부터 2단계 사업비 739억원을 지원받아 설계용역에 착수해 관리 능력 부족과 허술한 관리·감독을 넘어 심각한 모럴해저드 지적까지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하수슬러지 처리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20~30년 뒤쳐져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의 공법에 의존하다 보니 이같은 오류가 생겼으며 시공사 선정 부분도 외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를 지적한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은 “매립지공사는 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사를 지원한 서울시와 경기도에 알리지도 않았다”며 “국회에 감사청구권을 발동,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