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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변종’으로 뒤틀리는 농촌마을

마을
김종성 글|실천문학사|320쪽|9천800원.
정부 도농 복합도시 시행 15년
농촌 훼손 담배식물 기형 비유
자본·인간군상 이전투구 그려

1994년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건설 실시된 도농 복합도시는 15년이 지난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김종성 작가는 자신이 만든 가상의, 그러나 가장 보편적이고도 리얼한 도농 복합도시 ‘초림’에 대한 은유로서 담배식물의 기형을 들고 있다. 담배식물에서 종종 발견되는 프렌칭(frenching)이라는 기형은 말단의 싹과 줄기의 성장을 멈추고 잎겨드랑이에 싹을 틔워 무수히 많은 잎을 피우는 ‘괴물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농촌의 고유한 성질들이 뿌리 뽑힌 자리에 무한 재생산되는 도시문화들에 주목하며, 변종의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군상의 이전투구를 그려낸다.

‘마을’에 등장하는 초림시 용담면 사곡마을에는 작은 이익집단들이 산재한다.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원주민, 도시에 직장을 갖고 있지만 값싸고 전망이 좋은 삶터를 찾아 새로 유입된 아파트 주민, 면장, 파출소장, 단위놈협 조합장 등 지방세력, 골프장, 사곡장로교회 등 여타 자본, 권력 등이 그 예이다. 10편의 이야기들은 각 집단 내 논리를 명쾌하고도 그럴듯하게 이해시키는 풍자적인 소품들이다. 그러나 마지막 편 ‘동제’에서 반목했던 그들 모두는 장례식장을 건설하려는 시 정책으로 너나할 것 없이 궁지에 몰리게 된다. 누구나 자기 땅의 권리를 주장하지만, 돈과 힘의 논리에 따른 공권력 앞에서는 똑같은 위기를 맞는 것이다.

이는 기계부품과도 닮은 단편들의 유기관계를 통해 자본과 권력이라는 거대 기계의 작동원리를 드러내고자 작가가 취한 계산된 방식(연작 소설의 형태)이라 볼 수 있다.

이 책의 도농 복합도시는 이주 도시민들을 따라 상륙한 사교육 학원 경쟁(춤추는 몬스터)과 허황된 권력욕을 신앙심으로 착각하는 종교(빈 들에도), 사람들 도구화하는 자본권력(장난감을 위하여)에 의해 대도시와 하등 다를 바 없는 도시문화를 재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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