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의 작가 페터 회의 자전적 소설로, 교육과 청소년 문제를 시간 철학이라는 독특한 시선으로 다룬 문제작이다. 다수와 주류라는 이름으로 대치될 수 있는 성인들의 야만과 권력 앞에 무방비한 아이들이 느끼는 공포와, 인류를 지배해 온 시간 철학, 사회적 억압과 교육, 개인의 삶에서 시간이 지니는 의미 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화자는 고아인 14살의 페터, 그리고 긴 겨울과도 같았던 유년을 지내고 성인이 된 뒤 아내와 딸과 함께 살아가는 페터를 넘나든다. 심리 스릴러로서의 재미를 안기는 과거의 사건들과, 현재의 페터가 교육과 시간 철학, 그리고 삶과 사랑의 의미에 대해 사유하는 과정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14살인 페터는 고아원과 소년원을 전전하며, 굶주림과 추위뿐만 아니라 교사의 은밀한 성적 학대에 시달리는 등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코펜하겐에 위치한 ‘빌’ 학교에 입학한다. 명문 사립인 빌 학교에서는 ‘경계선 사례’로 분류된 문제아들(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지능지수가 떨어지는 등의)을 일반 학생들과 함께 교육해 향상을 도모하는 비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실험 대상인 문제아들은 심리적인 폭력, 선의를 빙자한 체벌과 감금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일반 학생들 가운데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이는 이렇다 할 설명 없이 언젠가부터 사라진다. 학교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고 규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어른들은, 시간과 공을 들이면 학생들을 관리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 작품은 1964년부터 1974년까지, 덴마크의 54개 학교에서 시행됐던 교육 실험을 소재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