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이화경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꾼’. 이야기꾼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자유를 얻고, 사랑을 얻고자 했던 한 사내의 뜨겁고도 아름다웠던 시절에 관한 이야기이다. 더불어 이야기 하나로 신분과 경계를 뛰어넘어 조선 팔도를 제 세상으로 취해 보려던, 그래서 조선의 이야기 왕이 되고자 꿈꾼 한 인간의 본질적 욕망에 관한 장편 서사이다.
어떤 것에도 젖지 않고 매이지도 않으면서 ‘물 위를 활주하는 소금쟁이’처럼 조선의 땅 위를 재재거리며 걸어가고 싶었던 김흑.
그는 길 위에서 만난 여러 인생들의 구구절절한 진짜 사연들이야말로 책에 없는 진짜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며, 길 위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세상에 팔며 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도 패관소품이라 규정한 조선시대 정조의 문체반정 역사 속에서 조선의 이야기 왕이 되고자 했던 아름다운 사내 김흑의 신명 나는 이야기가 저잣거리와 사대부가를 뒤흔들어 놓고, 나라님의 침소에까지 몰아친다.
이야기에 미쳐 권력을 저당잡히고, 명예를 잡아먹고, 사람을 죽이고, 자신의 전 생애와 목숨을 바친 ‘꾼’들의 세상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