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떠난 세계일주
윤유빈 글|산지니|276쪽|1만3천원.
이 책의 저자 윤유빈 작가는 여행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가이드북에서부터 지극히 개인적 감상에 치우친 일기 형식의 여행서, 다른 지역과의 관련성을 생략한 채 일부 지역만을 다룬 여행서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책들을 봤지만 세계일주 준비 과정 중 마땅한 참고 도서를 구하기 힘들었던 점을 생각,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시각과는 다른 관점으로 지구촌의 삶을 조명한 책은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던것이 여행을 다녀온 후 책을 쓰게된 동기가 됐다.
‘서른에 떠난 세계일주’는 365일간 6대륙, 30개국, 135개 도시를 여행하는 가운데 만난 지구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사, 지리, 문화, 종교 등으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대륙을 넘나들며 세계사의 흐름과 현재의 지구촌 정세를 담고 있는가 하면, 과거 ‘힘의 논리’가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져 오는지에 대해서도 조명하고 있다.
저자가 ‘세계일주’를 통해 깨달은 것은 무엇보다 지구촌은 씨줄과 날줄처럼 한 덩어리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대륙·나라·민족을 불문하고 독자적인 삶을 영위하는 개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의 후진성을 유럽을 위시한 강대국의 지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들어 미국의 적성국이 된 쿠바는 금수조치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고, 1652년 네덜란드계 동인도회사를 시작으로 서구 열강의 지배를 받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이 폐지된 후에도 흑백의 차별이 여전하다.
저자는 한 호흡으로 세계를 둘러보며 대륙과 대륙, 나라와 나라 간 상호 영향을 미친 역학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굶주림에 지쳐 쓰레기통을 뒤지던 아시아 최빈국의 아이들, 잔혹한 힘의 논리에 쓰러져간 남미의 원주민, 기아와 내전으로 지구촌에서 발전 속도가 가장 더딘 아프리카인의 운명은 인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패권을 장악해온 유럽의 유복한 국민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