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의 공한증(恐韓症)은 없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 축구 남자부 풀리그 중국과 2차전에서 공격과 수비 모두 실망스런 경기를 펼친 끝에 전반에 두 골, 후반에 한 골을 헌납하며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홍콩과 1차전에서 5-0 완승을 낚았던 한국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중국에 덜미를 잡혀 1승1패가 됐다.
일본과 1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던 중국이 1승1무를 기록하며 선두로 올라섰고 일본(1무)과 홍콩(1패)이 3, 4위로 밀렸다.
지난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1-0 승을 거둔 이후 32년 동안 중국을 상대로 27경기 연속 무패(16승11무) 행진을 이어왔던 한국의 중국전 패배는 이번이 A매치 사상 처음이다. 아시아 강자의 체면을 구긴 수모다.
중국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역습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국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취보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고 나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우하이가 껑충 솟구쳐 올라 헤딩으로 공의 방향을 틀었다.공은 왼쪽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고 골키퍼 이운재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은 설상가상으로 이정수가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전반 15분 박주호로 교체됐다. 이정수를 왼쪽 풀백으로 선발 투입한 허정무 감독의 카드는 실패로 끝났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공세의 수위를 높였지만 펑샤오팅 등 장신 수비수들이 버틴 중국의 문전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하던 태극전사들이 또 한 번 수비 약점을 드러내며 두 번째 골을 헌납했다.
전반 27분 수비 진영에서 곽태휘가 공을 걷어냈으나 아크 외곽에 도사리던 양하오가 공을 가로챈 뒤 골문으로 달려드는 가오린에게 찔러줬다. 가오린은 왼발 슈팅으로 가볍게 마무리하면서 두 번째 골을 뽑아냈다. 위험 지역에서 안정감 있게 걷어내지 못한 곽태휘의 실책이 부른 어이없는 실점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들어 이근호 대신 이승렬, 김두현 대신 노병준을 교체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안정적인 포백 수비진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기습을 노린 중국의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적이었다.
오히려 상승세를 탄 중국은 후반 15분 공격수들이 개인기를 한껏 보여주며 한국에 또 한 번 일격을 가했다. 한국은 결국 무득점 패배의 고배를 들어야 했다.
한편 앞서 벌어진 여자부 경기에서도 한국은 중국과 2차전에서 후반에만 두 골을 내주고 지소연이 한 골을 만회했으나 결국 1-2로 져 `코리아 오누이‘가 모두 중국 축구에 일격을 당해 고개를 숙이며 남녀 모두 중국에 패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