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0만부를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던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와 고혜정 작가의 ‘친정엄마’는 책에 이어 연극과 영화로 인기몰이가 한창이다. ‘엄마표 나라’는 최근 대중문화 속에 나타난 ‘엄마 열풍’ 속에 담긴 것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이 숨어있다.
40년 ‘세대’를 뛰어넘어 엄마의 어찌보면 ‘고루하고 낡은’ 문화를 딸이 ‘소중하고 빛나고 가치있는 유산’으로 ‘현재화’시켰다는 점이다.
책에는 다른 여느 모녀들처럼 애증의 관계 속에 놓인 ‘전투기록’이 생생하게 담겨져있다. 하지만 이들의 기록은 주로 우리나라 전통의 ‘주술문화’(이른바 젊은 세대들이 ‘미신’이라고 치부하며 무시하기 십상)와 그와 연관된 ‘언어’로 담겨진다.
우선 저자는 ‘엄마의 잔소리’를 기본 소재로 삼고 있다. 먹고, 입고, 잠사는 그낱낱의 일상에 끊임없이 젖어드는 엄마의 잔소리를 부정하고 회피하던 기억을 반추하며, 자신의 지난날 철없음을 깨닫고, 이제 엄마의 잔소리를 자궁 밖 ‘태교’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물건 아껴써라’, ‘먹은 밥그릇에 물 부어 놔라’, ‘깎은 손톱 쓰레기통에 버리지마라’, ‘문지방 밟지 마라’ 등 잔소리쟁이 국가대표 엄마가 뭐라고 할때마다 ‘할머니’라고 딴죽을 걸면서도 귀에 못이 박혀 딱히 듣기 싫던 엄마의 잔소리들을 메모장에 옮겨 적었다.
그 메모 하나하나는 지난 시간을 넘어 엄마 손을 잡고 건너는 세월의 징검돌이면서 언젠간 곁을 떠날 엄마에 대한 기억의 표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