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현대 세계에서 인문지리학의 연구범위와 방법론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인문지리학은 지역의 현상이나 문제를 공간과 장소, 지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과정과 상호관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이 책은 그러한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인문지리학의 한 분야에 속하는 정치지리학은 최근에 지역의 인문현상 이외에 자연(환경)현상도 정치적인 측면에서 연구되고 있으며, 이제는 생활의 장과 세계에서 발생하는 다수의 지역문제는 정치를 제외하고는 이해할 수 없게 됐다.
지리학은 세계대전 이전에는 지정학을 이끄는 주축으로서 정치지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으나 전후에는 정치와 관련된 부문이 현저하게 위축됐다.
전후의 정치지리학은 정치나 정치학과는 거리가 먼, 그저 어떤 지역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정밀하게 밝히는 것에 불과한, 정치가 탈색된 영역으로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해 왔다.
국제적으로든 국지적으로든 정치의 메커니즘을 고려하지 않은 무의식적인 공간에 대한 사실의 기술이나 공간패턴의 분석에만 치중한 것은 지리학을 연명하는 데에는 도움이 됐지만, 혁신의 원동력이 될 수는 없었다.
이 책은 위와 같은 침체에서 벗어나려고 혁신을 꾀하고 있던 집필진들에 의해 구성됐으며, 정치지리학에서부터 시작해 공간의 정치(학), 공간의 사상(사), 공간의 정치경제적 접근까지 심도있게 다루고 있어 종래의 정치지리학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역동감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