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사람은 없지만 어쩔 수 있나요. 가게 문이라도 열어놔야 맘이 편한걸…”
지동·영동·미나리광·못골 등 9개 시장이 몰려있는 수원 팔달문 재래시장에서 30여년 째 밑반찬 거리를 팔고 있는 강모(67)씨의 푸념섞인 말이다.
오전 7시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한 강씨가 오전내내 벌어들인 수입은 1만원권 지폐 한장과 천원짜리 지폐 대여섯장이 고작. 강씨는 “오가는 사람은 없지만 오래된 습관이라 일찌감치 가게 문을 열어 놓고 막연히 손님을 기다리게 된다”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 처럼 연초부터 계속된 강추위와 폭설,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구제역 여파 등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재래시장 상인들이 고통을 호소 하고 있다.
25일 오전 11시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팔달문 재래시장은 영하 10도를 밑도는 체감온도 만큼에나 꽁꽁 얼어 붙은 모습이었다. 평소 찬거리를 장만하러 온 주부들로 붐빌 시간이지만 오가는 사람은 대다수가 상인 뿐,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만나는 상인마다 서민경기는 바닥을 친게 아니라 끝도 없이 추락하는 진행형이라고 한탄했다.
7년여간 이 곳에서 잡화상을 운영중인 서모(56)씨는 “구제역에 잇따라 폭설과 한파로 사람구경하기 조차 힘들 지경”이라며 “그나마 찾는 손님들도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아 물건값은 지난해보다 50% 가량 올랐지만 매출은 오히려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에서 모닥불에 언 몸을 녹이며 생선을 팔던 강모(57) 씨는 “젊은 사람들은 대형마트만 찾고 그나마 나이든 사람들이 재래시장을 이용하는데 날씨가 이러니 나올 수 있겠나”라며 “모닥불로 몸은 녹일 수 있지만 경제한파로 꽁꽁 언 마음은 녹질 않는다”고 푸념했다.
과일가게 최모(54) 씨는 “대형마트에서 할인행사를 할 때면 이들이 다량으로 물량을 끌어들여 물량확보도 어렵고 찾는 사람도 급격히 줄어든다”며 “대형마트의 할인행사는 늘어만 가니 점점더 어려워지는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