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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시인소개: 1942년 1월 22일 광주광역시 출생, 1959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바람’ 당선으로 데뷔, 광주고등학교 졸업, 경희대학교 국문학 학사

수상경력 : 2007 제1회 가천환경문학상 시부문,

2001 대산문학상, 1977 한국문학작가상,

1969 현대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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