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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편의 시] 모란꽃과 고추장 항아리

오월 햇살에 고추장 항아리 배부르다

열 남매 키운 기사식당 아줌마

저처럼 배부른 항아리 씻다가

붉은 입술 삐죽이며 함박웃음 짓는

장독대 옆 모란 꽃더미에 놀라

엉덩방아 찧으며 주저앉는다

눈치 빠른 봄바람

쓸쓸한 그녀 젖무덤 파고들며

주름 깊은 눈자위 군살 붙은

목덜미로 햇살을 부른다

장마와 가뭄을 이기고 오십 년

묵은 장맛으로 단맛 키운 항아리

오월 아침 모란꽃이 눈부셔도

굽은 허리 일으키는 산등성 너머로

우르르 몰려드는 꿀벌떼는

항아리 언저리에만 붙어 날개 비빈다

암술 올라타며 입술 부비다 말고

문 좀 열어라

배불뚝이 항아리를 두들긴다



 

시인소개: 서울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

중국 북경 중앙민족대학원 석사 졸.

97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광화문 쟈콥>(고려원·1998년)과<넘치는 그늘>(천년의 시작·2006년)이 있슴. 한국시인협회 및 국제펜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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