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잠룡들 ‘조직전쟁’ 점화
여의도는 물론 전국 정가가 바빠지고 있다. 직선제 개헌이후 20년만에 찾아온 총선과 대선이 맞물린 ‘선거의 해’인 2012년을 앞두고 여야 잠룡들의 ‘워밍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권을 향한 잠룡들의 움직임을 확인할수 있는 방증은 뭐니뭐니해도 조직이다. 대선을 1년 반 가량 앞두고 저마다 세 확장을 위한 조직 가동에 나서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조직은 크게 둘로 나뉘는데 하나는 표확산을 맡는 외곽 사조직과, 공약을 만드는 전문가 그룹인 이른바 싱크탱크다. 신호탄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쏘아 올렸다.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이 지난해 연말 발족하면서 자극받은 라이벌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세불리기’ 경쟁속에 바야흐로 ‘조직전쟁’이 점화됐다.
◇與, 저마다 하나 이상씩=역시 박근혜 전 대표가 가장 많은 조직을 갖췄다. 본격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외에도 전국적으로 지지 모임이 결성되어 있다.
“너무 많이 생겨서 고민인데 전현직 의원들이 서로 조직을 만들려는 충성경쟁을 벌이기도 한다”는 친박계 한 의원의 말처럼 외곽조직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국민희망포럼이 대표적이다.
강인섭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주도하며 지역별로 수만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18일 울산을 마지막으로 16개 시도별 조직을 완비하게 된다.
서청원 전 대표가 이끄는 회원수 7만의 청산회도 지난 4월말 계룡산에서 개최한 시산제를 시작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규모가 커 내분 양상을 빚기도 하는 온라인 팬클럽도 빼놓을 수 없다.
공식 팬카페인 ‘호박가족’을 비롯해 ‘박사모’, ‘근혜사랑’, ‘근혜동산’ 등 15개가 넘는 팬클럽이 전국에 퍼져 있고, 가는 곳마다 따라 다닐 정도로 오프라인 활동도 활발하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싱크탱크는 이명박 캠프자문그룹인 청한포럼을 맡았던 최토출 이사장의 ‘푸른한국’이 대표적으로 3천5백여 회원 중 교수진만 500여명에 달한다.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이 공동대표로 있는 대운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부국환경포럼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장관이 각별히 공을 들이는 ‘평상포럼’은 지난 2월 서울 창립총회 이후 전국 단위의 외곽 조직을 갖췄다.
국내외 자문위원만 1만8천여명에 달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도 이 장관 영향권이다.
이밖에 회원수 2만여명의 ‘재오사랑’을 비롯한 조이클럽, 조이포럼 등의 온라인 팬클럽도 이 장관의 뒤를 받치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 역시 한승주 전 외무부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과 개인조직 성격으로 자문위원만 100여명에 달하는 ‘해밀을 찾는 소망’(해밀)이라는 모임을 운영중이다.
개인 ‘싱크탱크’는 아니지만,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정책 싱크탱크로 직원 200여명 중 80여명이 박사급으로 거시경제전문가인 좌승희 원장이 이끌고 있는 경기개발연구원에서 정책 자문을 받고 있다.
또 복지부 장관 출신의 서상목 경기복지재단 이사장, 중앙일보 사장 출신의 권영빈 경기문화재단 대표,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경기창조학교 명예교장 등도 핵심 원로 그룹이다.
이밖에 차명진, 임해규 의원 등이 참여하는 외곽조직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출범을 무기 연기한 ‘광교포럼’을 비롯해, ‘문수사랑’, ‘문수랑’, ‘우리친구 김문수’ 등 온라인 팬카페도 든든하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아직 이렇다 할 외곽 조직은 없지만, 서울시장 보좌조직을 200명 이상 배치해 사실상 대선캠프를 운영한다는 지적을 받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을 통해 정책을 개발 중이다.
여권의 잠재적인 대권주자로 주목받으며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태풍의 눈이다.
박 이사장은 6일 창립 발기인으로 이미 5천여명이 참여한 ‘선진통일연합대’(선통련)을 공식 출범하며 행보에 관심이 몰린다.
지난해 10월 그가 만든 ‘한선국가전략포럼’은 김영삼 전 대통령,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 300여명이 참여한 싱크탱크에 이어 16개 광역시도는 물론 전국 시·군·구, 해외 조직까지 대부분 결성했다.
◇野, 앞서가는 손학규=4.27 재보선 승리로 야권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006년 출범한 ‘동아시아미래재단’이 대표적이다.
김성수 전 성공회대 총장, 송태호 전 문체부 장관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공식 싱크탱크다.
당내 혁신과 야권 통합을 내세우며 오는 16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창립대회를 연후 전국 16개 시도에 24개 지부를 두고 조직 확대에 나설 것을 공언한 ‘통합연대’는 최측근인 김부겸 의원이 준비위원장을,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고문을 맡았다.
기존 손 대표 지지 조직이었던 ‘마포모임’, ‘선진평화연대’, ‘전진코리아’도 자연스레 흡수될 것이란 관측이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4월 싱크탱크 ‘통합과 연대, 실천으로 여는 국민시대(국민시대)’를 띄우고 가장 먼저 대권 행보를 공식화했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와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이 공동 준비위원장을 맡았고, 윤성식 고려대 교수, 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 전문가 그룹 53명이 참여했다.
정 최고위원이 ‘분수경제론’이라는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국민시대의 정책적 뒷받침으로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2007년 대선 후보 당시 싱크탱크 ‘나라비전연구소’를 운영했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공식적인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지만, 평화와 복지를 기치로 내건 ‘평화복지네트워크’가 시·군·구 단위에서 속속 발족한다는 전언이다.
‘담대한 진보’로 차별화하면서 올초부터 시민단체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복지재원 토론회를 잇따라 개최하며 외연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현재 공식적인 싱크탱크 없이 자신이 연구원장으로 있었던 참여정책연구원이 ‘정책 콘텐츠 공급처’로 기능하고 있다.
연구원 측은 “유 대표 개인의 싱크탱크라기보다 참여당이 지향하는 정책 가치를 연구하는 기관”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