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허술한 법인 설립 절차를 악용해 노숙인들과 일반인들을 대출 등으로 유인,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대포통장을 만들어 판매하는 수법으로 수억원을 챙긴 2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은 28일 노숙인 명의로 ‘유령법인’을 세운 뒤 법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사문서위조 등 위반)로 박모(40) 씨를 구속하고 강모(29)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법인 설립을 위해 노숙인들을 모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받아낸 A 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고양경찰서도 이날 대출 명목으로 인적사항을 확보한 일반인 명의로 대포통장을 만들어 판 남모(31) 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하고 곽모(31) 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등 2명은 지난 20일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노숙인 명의로 유령법인을 만들고 법인 명의로 대포통장을 개설해 불법 스포츠토토 운영자와 보이스피싱 조직, 대출사기범 등에게 통장 1개당 50만~60만원을 받고 판매하는 등 지난해 9월부터 92개 유령회사를 설립해 956개 대포통장을 만들어 팔아 5억7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남 씨 등 5명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에 허위 대출광고를 내 주민등록증 사본과 인감증명서 사본 등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이들 명의로 50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98개의 법인통장을 개설해 1계좌당 30만~40만원에 판매해 4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이들은 그동안 법인 설립 시 5천만원 이상의 주식이 필요했으나 2009년 5월 상법이 개정되면서 100원짜리 주식만 있어도 가능하게 된 점과 법인 명의로 각 은행에서 계좌 3개를 개설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은 이들이 위임장만 있으면 본인이 아니더라도 법인을 만들고 공인인증서를 여러 개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노숙인들 명의로 제조업과 유통업 등 각종 법인을 전국 곳곳에 세웠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들이 만든 통장 1천54개를 부정계좌로 등록하고 유령법인 대표자들과 통장 구매자 등을 상대로 피해자가 있는지 수사 중이다.
경찰은 특히 이들이 대포통장을 불법 스포츠토토 운영자와 보이스피싱 조직, 대출사기범 등에게 판매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피해자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