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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물 나온 해강도자미술관

고려청자 복원의 산실…운영난에 매각 공고
“유물만 따로 매각 안해…다양한 방안 모색”

이천의 해강도자미술관이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9월24일~11월22일)를 앞두고 전해진 국내 최초 도자박물관의 매각 소식에 도예계가 술렁이고 있다.

학교법인 국제대학은 이천시 신둔면 수광리 도예촌에 있는 해강도자미술관을 팔기로 하고 매수자를 찾고 있다.

미술관 매각 절차는 지난 6월 중앙일간지에 ‘부동산 및 동산(도자기) 매각 공고’를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매각 물건은 토지(1만6천374㎡)와 건물(2천125㎡), 도자기(고려청자 외 1천44점)이며 매각 금액은 부동산(76억6천여만원)과 도자기 유물(8억1천여만원)을 합쳐 84억8천여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국제대학이 매각을 결정한 것은 2009년 12월 교과부 감사에서 ‘학교기본재산으로 소유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매각처분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대학은 평택에, 미술관은 이천에 있어 교육적으로 이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외형적으로는 교과부 감사 처분 때문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운영난에서 비롯됐다.

해강도자미술관은 2008년 5월 국제대학이 매입했지만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이듬해 6월부터 휴관에 들어갔다.

연간 3억~4억원에 이르는 운영비를 감당하기에 대학법인으로서도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해강도자미술관은 해강(海剛) 유근형(柳根瀅·1894~1993) 선생이 1990년 5월 건립한 국내 최초의 도자박물관이다.

해강 선생은 청자 대가로 100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500년간 단절된 고려청자 재현에 평생을 바쳤다.

전국의 옛 가마터를 답사하고 청자 복원에 힘쓰는 한편 해외 전시회와 박람회를 통해 한국의 도자를 세계에 알렸다.해강의 청자는 1992년 한국을 방문한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에게 선물로 전달되기도 했다.

해강도자미술관은 보물 제1573호 ‘청자양각연판문접시’(고려시대 제작)를 비롯한 도자 유물과 해강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단순한 전시관 차원을 넘어 강진 청자 도요지, 광주 백자가마터 등 도자 유적지 발굴과 학술 조사에 참여해 왔다.

일본 관광객은 물론 덴마크 여왕을 비롯한 외국 국빈들의 단골 방문지이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경기도 관광 베스트 30’으로 꼽혔고 세계도자비엔날레 등 경기도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 때 ‘가볼만 곳’ 필수 코스였다.

선친과 함께 미술관을 설립하고 20년간 운영해 온 해강의 장남 유광렬(69) 선생은 “운영비를 감당하느라 그동안 임야와 전답, 서울에 있는 아파트까지 팔아야 했다”며 “일일이 계산해보지 않았지만 미술관 운영에 수십 억원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전직 지사와 시장 때부터 여러 번 지원을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다”며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2008년 미술관 주차장 땅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다가 결국 미술관 소유권을 국제대학에 넘기고 관장직을 맡아왔다.

미술관 매각 소식에 당황한 쪽은 이천시이다.

이천시는 청와대에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고려해 국제대학이 미술관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보낸 데 이어 경기도에 도립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국공립 박물관 상당수가 운영난을 겪는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떠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술관 전체 매수자는 나서지 않았지만 유물만 사겠다고 타진하는 사람이 많아 귀중한 도자 유물이 유출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천시 김시훈 도예팀장은 “시 재정상 미술관 전체를 매입하기는 어려워 유물만 매입하는 방안을 국제대학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국제대학 한 관계자는 “미술관의 중요성을 고려해 유물만 따로 매각하지는 않을 방침”이라며 “이천시와 협의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사단법인 한국도예협회 윤태운 회장은 “근대 한국도예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가슴 아픈 일로 한국 도예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다”며 “중앙·지방정부가 나서 묘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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