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과 감기 상관 관계
감기는 상기도라 부르는 코, 부비강, 인두, 후두, 편도선 등에 침범한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염증으로 상기도 감염이라고도 지칭한다. 보통 찬바람에 노출되거나 날씨가 추워지면 감기에 잘 걸리기 때문에 찬 공기가 감기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추위 자체는 원인이 아니다. 추위나 기온 차 등으로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침투해 감기에 걸리게 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평소에 건강하게 튼튼한 심신을 잘 유지하고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위생관리에 신경을 쓴다면 찬바람을 쐬어도 감기에 걸릴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심한 감기 독감과 다르다
독한 감기를 독감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는 감기와 독감은 발병 원인이 다른 질병이다. 감기는 라이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원인이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 호흡기감염을 독감이라고 부른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은 그 증상이 일반적인 다른 감기 바이러스보다 심하고 급격히 진행하며 폐렴 등의 합병증이 발생,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으므로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이같이 감기와 독감은 원인이 다른 질환이며 감기가 그저 오래간다고 해서 잘 낫지 않는다고 해서 독감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독감은 한번 걸리면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나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기와 달리 독감은 매년 초가을부터 겨울까지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감기는 천식과도 다르다
찬 공기는 천식 유행을 불러온다. 천식은 여러 원인에 의해 기도가 과민해지고 좁아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대개 알레르기 유발 물질(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등)에 대한 기도의 과민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며 공기가 차갑고 건조하면 악화된다. 따라서 천식은 감기처럼 바이러스의 감염 유무와는 관계없이 기관지의 과민한 정도를 일컫는 질환이다. 때문에 사시사철 언제든 천식은 악화될 수도 호전될 수도 있다. 다만 기관지 과민성을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소아에서 바이러스로 인해 기관지에 염증이 생길 경우 기관지를 자극해 천식의 증상을 악화시키게 돼 감기가 걸리면 천식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바이러스 감염과 동반된 천식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아 감기를 자주 앓고 기침을 오래하거나 천식에서 특징적으로 들리는 폐음이 청진 상 들린다면 한번쯤 천식을 의심해야 한다. 감기가 지속된다 해서 천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나 천식 환자가 감기 증상이 오래 갈 수 있다.
◇감기와 면역력 관계
보통 6개월 이전의 아이들은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 이는 6개월 까지는 거의 집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엄마에게 받은 항체가 감기 바이러스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6개월 이후에는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항체 및 면역담당 단백질로 감기 바이러스를 이겨내야하는데 아직 그 기능이 미숙할 수 밖에 없다.
어린이집이나 유아원 등 사람들과 접촉 기회가 많은 영유아들은 바이러스와 만날 기회가 늘어나게 돼 감기에 자주 걸릴 수 밖에 없다. 면역력은 성장하면서 계속 증강돼 어린 소아들이 면역력이 약한 것은 이상 현상이 아니다. 어떤 명약이나 건강보조제로도 어른만큼의 면역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다만 연령대에 맞는 최적의 면역 상태를 가질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 및 영양성분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이러스에 노출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손씻기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선천적으로 면역력이 약하게 태어나는 면역 결핍증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는데 환자 과거력 등이 의심 될 경우 혈액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감기와 감기약 복용정도
독감이나 천식이 아닌 일반적인 감기는 콧물, 코막힘, 재채기, 가벼운 목 불편감, 미열, 기침 등이 있고 보통 3~4일에서 열흘 이내에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고열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기침이 2주 이상 가는 등 일반적인 감기 증상과 다르다면 반드시 기관지염이나 폐렴, 부비동염, 천식 등을 감별해 치료해야 한다. 독감의 경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한 폐렴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감염이 발생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감기약은 대개 대증요법, 즉 증상에 맞게 그때그때 사용하는 것이지 바이러스 자체를 죽이는 약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머리가 아프면 진통제, 코가 흐르면 항히스타민제, 열이 나면 해열제, 기침이 나면 진해거담제를 사용한다는 말이다. 이렇듯 감기약은 대개 증상이 발생하면 그 증상을 경감시키는 약들로 증상이 없는데 감기의 예방을 위해 미리 약을 먹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감기를 예방하고 싶다면 평소 위생관리를 잘 하고 충분한 영양섭취 및 체력증진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만약 감기에 걸렸다면 견딜만한 증상이라면 굳이 약을 먹지 않아도 대개 수일 내에 이겨낼 수 있다.
스스로 이겨내겠다고 애써 약을 피하는 것도 좋지 않다. 대개 감기약은 간단하고 일반적인 약들로 치명적인 독성이 있거나 부작용이 심한 약물은 거의 없어 도움 받기 위해 수일간 복용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안된다. 오히려 감기라고 스스로 진단하고 약 복용을 미루다가 다른 질환을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증상이 길어지거나 심해지면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 받는 것이 현명하다. <도움말=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지혜미 교수>